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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일을 잘 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

by 찔레꽃

반장이었던 학생에게 아쉬운 점이 있어 에둘러 말했다.


“너답지 않구나!”


깨닫는 게 있어 숙연해지겠거니 기대했다. 그런데 돌아온 답이 뒤통수를 쳤다.


“저 다운 게 뭔 대요?”


글을 쓰다 보면 자신만의 문체를 갖고 싶어 진다. 자신의 글을 꼼꼼히 읽어보기도 하고 다른 이의 작품을 베껴보기도 한다. 나도 전철을 밟았다. 그런데, 솔직히, 아직도 나는 나의 문체를 갖지 못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있기는 있는 것 같은데 알 수가 없다. 주변 지인이 어떻다고 말해주긴 하는데, 나는 인지하기가 어렵다. 뒷간의 구린 냄새는 그 안에 있으면 맡기 어렵다더니, 내가 그 격이다.


“문체는 곧 그 사람이다”란 생뜨 뵈븨의 말은 허튼 말이 아닌 것 같다. 주변 지인이 내 문체를 언급할 때 내 성향과 똑같다는 말을 하기 때문이다. 답답한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나는 내 문체를 인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저 추정만 할 뿐.


막히면 머물기보다 돌아가는 것이 더 현명하다. 인지하기 어려운 나의 문체를 파악하기 위해 애쓰기보다는 남들이 말하는 나다움을 나타내는 글에 전념하는 것이 더 낫다. 회심한 상태에서 만난 아래 문구는 내 마음을 대변하는 듯했다.


“문체에 신경 쓰지 마시오. 그저 당신이 하고 싶은 말에 집중하시오.”


앞뒤에 뭔가 다른 내용이 더 있었는데, 잊었다. 아쉽게도 말한 이의 이름조차 잊었다.


이 문구는 내가 나의 문체를 인지하려는 불필요한 노력을 과감히 포기하게 했다. 뭐가 더 중한지를 확실히 알게 한 것. 이후 나는 글을 쓸 때 말하고자 하는 내용에만 집중한다.


뜻밖의 말로 뒤통수를 쳤던 반장 학생은 이제 성인이 되었다. 사회복지사가 직업이다. 그 다운 직업을 가졌다고 생각하는데, 정작 본인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나처럼 불필요한 고민을 하지 않았으면 싶다. 때로는 남이 자신을 자신보다 더 잘 알 수도 있다. 뒷간의 구린 냄새는 밖에 있는 이가 더 잘 맡지 않던가. 중요한 건 냄새를 맡고 못 맡고가 아닐 것이다. 볼 일을 잘 보는가 못 보는가가 더 중요할 것이다. 그 다운 직업에 충실했으면 좋겠다. 나도 무엇을 말할 것인가에 더 충실하고 싶다. 그럴수록 나다운 글일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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