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 찔레꽃(이하 찔):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선생님을 오랫동안 뵙고 싶었는데 이렇게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오늘부터 선생님을 모시고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눠 보려고 하는데, 혹 제가 놓치고 질문드리지 못한 부분이 있으면 선생님께서 보충해 주셨으면 합니다. 선생님께서는 달변으로 유명하시고 기억력도 뛰어나시니 충분히 보충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 맹자(이하 맹): 반갑습니다. 그런데 인터뷰하시는 분의 옷차림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군요. 맨 살을 드러내고... 인터뷰하시는 분도 알겠지만 저는 예의범절에 좀 까다로운 사람입니다. 마땅히 인사를 왔어야 할 제자가 오지 않아 심히 질책한 바도 있고, 마음에 들지 않는 이와 외교 사절로 갔을 때는 그와 일체 말을 섞지 않은 적도 있습니다. 제가 퇴근했을 때 아내의 옷차림이 단정치 못하여 이혼까지 생각했었다는 일화는 인터뷰하시는 분도 잘 아실 것입니다. 이런 저이고 보니 인터뷰하시는 분의 옷차림을 타박하지 않을 수 없군요. 옷이란 모름지기 몸을 보호하기 위한 것인데 요즘 옷차림은 왠지 몸을 보호하려는 것이 아니라 장식물로 여기는 듯해요. 그러니 자꾸 맨살을 드러내려는 거겠지요? 패션도 좋지만, 뭔가 본말이 전도된 느낌입니다. 어려우시겠지만 다음에 저를 만날 때는 옷차림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주셨으면 합니다.
■ 찔: 선생님께 불편을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다음에는 좀 더 신경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약간 당황한 기색) 선생님께 여쭙고 싶은 게 많아 무엇부터 질문을 드려야 할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주변의 사소한 일부터 여쭙다보면 자연스럽게 질문이 이어질 것 같아 그냥 편하게 질문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맹: 제가 일찍이 마음을 다하면 본성을 알 수 있고 본성을 알게 되면 하늘의 뜻을 알 수 있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무릇 마음의 정성을 다하면 일은 자연스럽게 풀리는 법입니다. 질문자님도 왠지 그런 마음 자세를 갖고 있는 것 같군요. (앞서 옷차림에 대해 못마땅해하던 표정이 다소 누그러져 보임) 저도 성심껏 답변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찔: 그렇게 생각해주시니 더없이 감사합니다. (웃음) 우선 선생님의 간략한 프로필을 제가 가져왔는데요. 기원전 372년에 태어나신 것으로 돼있고, 고향은 지금의 산동성 추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공자의 손자인 자사의 문인에게 수업을 받으셨고 학문적 성취를 이루신 뒤에는 주로 제나라와 위나라에서 활동을 하셨습니다. 지금은 제자분들과 저서를 집필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맹: 그렇습니다. 약간 첨언을 한다면 저는 일찍이 홀어머니 밑에서 성장했습니다. 어머니께서는 교육에 남다른 안목을 갖고 계셔서 저에게 적합한 교육 환경을 제공코자, 어려운 살림에도 불구하고, 여러 차례 이사를 하셨지요. 사람이 성장하는 데는 개인적인 자질도 중요하지만 후천적인 환경 또한 중요한데 어머니께서는 큰 배움을 없으셨지만 이것을 잘 파악하고 계셨던 것 같습니다. 덕분에 오늘날의 제가 있게 된 것이지요. 제게 어머니는 단순한 어머니를 넘어 스승이라고까지 할 수 있습니다. 문득 어머니 생각나는군요. (약간 눈시울을 붉힘)
■ 찔: 어머니 말씀을 하시니, 문득 화제가 됐었던 선생님의 부모님 상례가 생각나는군요. 기왕에 어머니 말씀이 나왔으니 한 번 소개해 주시면….
■ 맹: 그러지요. 저를 모함하는 이들이 한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맹자는 예를 모르는 사람이다!" 참으로 어이없는 말이지요. 그러자 그 말을 들은 왕이, 노나라 평공으로 알고 있습니다, 무슨 말이냐고 물었지요. 그러자 저를 모함한 자는 이렇게 말했지요. "아비의 장례는 박하게 지내고, 어미의 장례는 후하게 지냈으니 이게 과연 올바른 예입니까? 그가 예를 안다면 소나 개도 예를 안다고 할 것입니다." 사실 이 말은 제가 직접 들은 것은 아니고 저의 제자 악정자를 통해 들은 것입니다. 그때 다행히 악정자는 저의 입장을 잘 대변해 주었습니다. "선생님께서 아버지를 장례 지낼 때는 신분이 미미했고, 어머니를 장례 지낼 때는 신분이 고귀한 위치에 있었습니다. 그러니 장례의 모습이 달라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만일 선생님께서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 고귀한 위치에 계셨다면 역시 어머니처럼 장중하게 장례를 치르셨을 것입니다." 묵자의 무리들은 장례를 박하게 치를 것을 주장하고 이에 찬동하는 무리들도 꽤 있는 모양입니다만 부모의 마지막 가는 길을 장중하게 보내고자 하는 것은 자식의 인지상정일 것입니다. 재물이 아까워 부모의 장례를 박하게 지내는 것은 인지상정일 수 없습니다. 저도 남의 시선을 의식해 화려한 장례를 지내는 것은 반대합니다. 일찍이 공자께서도 상례에서 예식 절차가 법도에 맞는 것보다는 진정으로 슬퍼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점을 말씀하셨습니다. 묵자가 왜 과격한 주장을 했는지를 이해 못할 바는 아닙니다. 그러나 그것은 인지상정에 어긋나는 주장입니다.
■ 찔: 일찍이 선생님께서는 묵자와 양주의 무리들을 무군무부(임금도 없고 부모도 없음)의 무리라고 격하게 질타하시며 세상에서 이들의 도가 사라지지 않으면 사람들은 짐승과 같은 존재가 된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그런 생각을 하고 계신지요?
■ 맹: 변함이 없습니다. 지금 세상은 묵자 아니면 양주의 편 둘 중의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이들의 사상이 팽배해 있습니다. 이들의 도가 사라지지 않으면 짐승과 같은 존재가 될 수밖에 없는데, 지금은 바로 그와 같은 시대입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전쟁을 벌이고 있지 않습니까? 어찌 보면 짐승만도 못한 사람들이 사는 시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짐승은 제 배만 채우면 더 이상 상대를 해치지 않는데, 지금은 서로 무한 욕심을 채우기 위해 상대를 해치고 있지 않습니까? 이 근원을 파고들면 저 묵자와 양주의 사상이 있는 것입니다. 과도한 이타주의와 이기주의는 사람의 상정(일반적인 정서)에 어긋나는 주장입니다.
■ 찔: 선생님의 프로필을 간단히 확인하고 차례로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려고 했는데, 벌써 선생님의 주요 주장에 성큼 들어선 느낌입니다. 앞서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전개되기를 기대한다고 말씀드렸는데, 그렇게 된 것 같기도 합니다만 너무 진도가 빠른 것 같아 약간 당황스럽습니다. (웃음)
■ 맹: 저도 그런 느낌이 좀 드는군요. (미소) 사람은 보통 머리형, 가슴형, 장형(배짱이 강한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는데 저는 장형입니다. 공자께서는 가슴형이고, 저의 후배인 순자는 머리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각자의 책을 보면 그 특징이 금방 드러나죠. 마음에 안 들면 과감히 포기도 하죠. 한 때 제선왕이 저를 제나라에 붙들기 위해 재물로 유혹한 적도 있습니다만 저는 딸 잘라 거절했죠. 아무튼 이런 성격이다 보니 이야기도 약간 격하게 한 듯 싶군요.
■ 찔: 아닙니다. 이야기가 잘못 진행되는 것은 아니고 약간 빠르게 진행돼서 그런 것뿐입니다(웃음). 선생님의 사람 유형 분류를 듣고 보니, 저는 왠지 머리형인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 맹: 그런 것 같군요. 마른 체형인 데다 얼굴색도 하얗고 말도 사분사분하고….
■ 찔: 선생님, 선생님께서는 자사의 문인에게 학문을 전수받으셨는데 특별히 그럴만한 계기가 있으셨습니까?
■ 맹: 그건 다소 우연적인 요소가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내 고향 추현과 공자님의 고향인 곡부는 지리적으로 가까운 곳입니다. 가까운 곳에 좋은 분의 가르침이 있는데 굳이 먼 곳에 갈 이유가 없지요. 여기에 저의 기질도 한몫했지요. 일찍이 오기는 증자의 제자가 됐다가 파문당한 사람인데, 알다시피 오기는 병가로 분류되는 사람 아닙니까? 그는 유가와는 기질적으로 잘 맞지 않았기에 증자의 가르침을 깊이 수용하지 못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오기에 견주면 제가 유가 사상을 깊이 수용한 데는 저의 기질도 한몫했다고 볼 수 있겠지요. 기왕 공부 이야기가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사실 저는 약간 시건방진 면이 있는 학생이었습니다. 어머니 슬하를 떠나 공부할 때 어머니가 보고 싶기도 하고 공부도 일정 수준에 올랐다 생각하여 귀향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어머니는 베를 짜고 계셨는데 저의 귀향을 반기시는 게 아니라 갑자기 짜던 베를 칼로 끊으시며 "너의 귀향은 내가 짜던 베를 이렇게 자르는 거와 같다'고 하셨습니다. 충격이었죠. 저는 눈물을 머금고 발길을 되돌렸습니다. 그때 만일 어머니께서 저를 환대하셨다면 아마도 오늘의 저는 없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또 눈시울을 붉힘) 자식을 기를 적에는 익애(지나친 사랑)보다는 절도 있는 사랑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저는 제 경험으로 확신하고 있습니다.
■ 찔: 그렇군요. 선생님, 오늘은 첫날이라 이 정도로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소중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 맹: 벌써… 난 이제 겨우 시동이 걸렸는데…. (미소)
■ 찔: 선생님은 장형이시고, 저는 머리형이라 그런 듯 싶습니다. 머리형은 쉽게 피곤을 느낍니다. (웃음)
■ 맹: 그런가요? 하하하. 수고하셨네요. 그럼 다음에 또 보도록 하죠.
■ 찔: 네, 선생님. 편히 쉬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