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석린의 풍악(楓岳)
일만 이천봉
높이 제각각
그대 보았나!
해 뜰 때
가장 높은 곳
가장 먼저
붉게 타오른 것
一萬二千峯 일만이천봉
高低自不同 고저자부동
君看日輪上 군간일륜상
高處最先紅 하처최선홍
이 시의 제목은 「풍악(楓岳)」이다. 풍악은 금강산의 이칭(異稱). 표면적으로 이 시는 금강산의 일출 장면을 그렸다. 그러나 단순 서경시로 이 시를 읽는 것은 천견(淺見)이다. 이면을 읽어야 이 시를 제대로 읽은 것이다. 금강산을 바라보며 시인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일만 이천봉은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있는 세상을 나타낸 것이다. 산봉우리의 높이가 제각각이라는 것은 그 무수히 많은 사람들의 수준이 제각각이라는 뜻이다. 태양이 가장 높은 봉우리에서 가장 먼저 붉게 타오른다는 것은 최고의 경지에 올라서야 최고의 인물이 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여기 '그대'는 제삼자를 가장한 시인 자신이다. 시인은 현재 최고의 경지에 올라선 최고의 인물은 아니다. 그러나 그런 최고의 경지에 올라선 최고의 인물이 되고 싶다는 강렬한 소망을 품고 있다. 허균이 이 시를 평하여 "원대한 기상의 포부를 엿볼 수 있다"라고 한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다시 한번 천천히 읽어 보시라. 결코 평범한 서경시가 아님을 느끼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