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유의「송원이사안서(送元二使安西)」
위성(渭城)에 아침 비 내려 어지럽던 먼지 씻기니 渭城朝雨浥輕塵
객사(客舍) 앞 푸르른 버들 한결 더 청신하구나 客舍靑靑柳色新
그대여 다시 한 잔 마시게나 勸君更盡一杯酒
이제 양관(陽關)을 나가면 아는 이 없으리니 西出陽關無故人
말없는 말이 있다. 이 시도 그런 격이다. 이별을 그린 시이건만 이별의 말이 없다. 그러나 분명히 이별을 말했다.
1, 2구에 등장하는 버드나무는 이별의 상징체다. 버드나무를 나타내는 한자 '柳(류)'는 머무르다는 뜻의 '류(留)'와 동음이라 상대가 떠나지 않고 머무르기를 바라는 의미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시인은 버드나무 풍경을 통해 이별의 말없이 이별의 마음을 담아냈다. 더구나 아침 비에 싱그런 빛을 발하는 버드나무라니. 헤어지기 싫은 마음을 말없이 강렬하게 담았다고 할 수 있다.
3, 4구에 등장하는 술 한잔을 권하는 장면 역시 이별의 말없이 이별의 마음을 담아낸 것이다. 이 표현은 우리네 부모들이 자식 사랑하는 마음을 "밥은 먹었고?"라고 표현하는 것과 흡사하다. 술 한잔 더 들라는 말로 이별의 말없이 이별의 아쉬운 마음을 드러냈다고 할 수 있다.
왕유의 시를 평할 때 '시중유화 화중유시(詩中有畵 畵中有詩, 시 가운데 그림이 있고 그림 가운데 시가 있다)'라는 말을 하는데, 이별의 말없이 이별을 말한 이 시도 그런 풍의 시라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