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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찔레꽃 Sep 02. 2024

무언의 계시일까?



遲日江山麗 지일강산려   긴긴 해에 강산 화려하고

春風花草香 춘풍화초향   봄바람에 꽃 내음 진동하네

泥融飛燕子 니융비연자   개흙 풀리고 제비 날아들 제

沙暖睡鴛鴦 사난수원앙   따뜻한 모래밭에 원앙 조누나


봄 날은 겨우내 폐색 됐던 차가운 기운이 풀리는 약동의 계절이다. 아울러 그로 인해 피로가 밀려오는 노곤한 계절이기도 하다. 이 시는 봄날의 이러한 양면을 동정(動靜)의 풍경 변화를 통해 그리고 있다. 첫 구는 정, 둘째 구는 동, 셋째 구는 동, 넷째 구는 정의 풍경이다. 셋째 구와 넷째 구의 풍경이 바뀌어 '정동정동'이 되면 더 어울릴 것 같지만 그렇게 하면 시 마무리가 불안정하기 때문에 '정동동정'으로 마무리한 것 같다. 물론 운자를 고려하여 그랬을 수도 있지만 안정적 마무리를 위해 '정동동정'으로 배치했다고 보는 게 더 타당할 듯싶다.  단순 서경시로도 볼 수 있지만 셋째 구에 등장하는 제비나 넷째 구에 등장하는 원앙은 시인 자신을 가탁했다고 보여 서정시로도 볼 수 있다. 봄날 약동하는 시인의 마음을 제비에, 피로가 밀려오는 노곤함을 원앙에 가탁했다고 볼 수 있는 것. 이 시는 두보의 '절구(絶句)'라는 시이다.


사진은 이 시의 '遲日江山麗 春風' 부분을 쓴 것이다. 조선 초기 4대 서예가(안평대군, 양사언, 한석봉, 김구)의 한 사람인 김구(金絿)가 쓴 것이다(김구는 초서로 유명했다).  서산시 호수공원 내 유료 주차장 설치 반대 도청 기자 회견 응원차 도청에 갔다가 찍었는데, 문외한이 봐도 멋진 글씨라는 느낌을 받았다. 전작(全作)을 표구해 걸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나머지 부분은 망실된 듯하다).


그나저나 서산시 호수공원 내 유료 주차장 설치는 너무 타당성 없는 공사이다. 현재의 공영 주차장 만으로도 호수공원 내 주차 문제가 해결되는데 왜 굳이 무료도 아닌 유료 주차장을 만들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더구나 지금 백지화시킨 복합문화공간화 사업에는 무료 주차장 시설도 들어있었다던데... 서산의 도심 한복판에 쾌적한 공원(호수공원)이 있다는 것은 서산의 자랑거리이다. 여기에 도서관을 포함한 복합문화공간이 들어선다면 자랑거리가 하나 더 늘 것 같은데... 유료 주차장 설치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되는 사업이다.


꽃피는 봄에 백지화시킨 복합문화공간 사업이 재개되었으면 좋겠다. 혹 저 액자는 이런 소망이 달성될 거라는 걸 암암리에 보여주려 내 눈에 띈 것 아닐까?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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