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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한 이 그리워

by 찔레꽃
20250228_160018.jpg 나의 경정, 팔봉산(서산 소재)


衆鳥高飛盡 뭇 새 다 날아가고

孤雲獨去閑 외론 구름도 한가로이 떠간다

相看兩不厭 돌보아 싫지 않은 건

只有敬亭山 경정 그대뿐


이백(李白)의 「독좌경정산(獨坐敬亭山, 홀로 경정산을 바라보며)」이다. 세파에 변치 않을 진실한 벗을 희구한 시이다. 뭇새는 조변석개하는 세상인심을 나타낸 말. 과거 시인과 자별했을 이들은 시인이 유락(流落)한 지금 언제 그를 알았냐는 듯이 모두 그 곁을 떠났다. 외로운 구름으로 상징된, 그나마 관계를 유지하던 이들도 서서히 시인에게서 발을 빼고 있다. 모두가 자신을 버린 지금, 시인은 끝까지 변치 않을 경정산 같은 벗이 그립다. 이상은 이 시에 대한 일반적인 해석이다.


그런데, 이 시를 다른 각도로 볼 수는 없을까? 오도(悟道)의 순간을 그린 시로 보는 건 어떨까? 오도 전의 상태는 암흑 천지와 같다. 온갖 의혹에 휩싸여 있기 때문. 오도의 순간, 암흑 천지에 찬연한 빛이 쏟아진다. 온갖 의혹이 사라졌기 때문. 1구는 암흑 천지와 같던 온갖 의혹이 사라지는 순간을, 2구는 잔존하던 의혹마저 사라지는 순간을 그렸다고 볼 수 있다. 3, 4구는 찬연히 빛나는 진리를 마주한 순간을 그렸다고 보겠다. 오도의 순간을 맛본 적 없는 자가 오도의 순간을 말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기에 이 해석은 엉터리 해석임이 분명하지만 제법 그럴듯하게 갖다 붙였다는 생각이 든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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