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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복되지 않은 책

by 찔레꽃
20250325_094620.jpg 팔려다 그만둔 책.


책 100권을 팔아 12만 원을 벌었다. 책은 확실히, 특별한 책 빼고는, 투자 가치가 없는 재화이다. 오호, 너무 물질적 계산이라 탓하지 마시라.


그런데, 당연히 팔아넘길만한 넝마 같은 책(사진)은 남기고, '팩트풀리스' 같은 산 지 얼마 안 된 책은 거리낌 없이 팔아넘긴 심리는 뭘까? 갓 지은 따순 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남은 찬 밥을 먹는 주부의 심리와 비슷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다 안 읽은 것이 아깝고, 또 왠지 정이 가서 그런 것 아닐까?


'춘추전국지'는 그런대로 이해(?)가 되지만 '정복되지 않는 여자'는 좀 거시기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분들이 계실 것 같다. 으흠, 그건 이 몸이 수컷이란 사실을 잊고 하시는 생각. 님의 생각이 잘못된 것이올시다. '정복되지 않는 여자'는 서머싯 몸의 소설이기도 하지만(서머싯 몸의 소설은 오 헨리 소설처럼 결말이 반전이라 재미있다) 제목 자체가 매우 자극적이라 샀던 책이다. 그런데 왜 안 읽었냐고? 번역이 거칠었기 때문이다. 읽기가 부담스러워 처박아 두었는데, 이번에 '정복'하고 내보내기로 한 것이다. 으흐흐, 기다려라. 내가 정복하러 가마.


제법 많은 책을 내보내고 나니 서가가 홀쭉해졌다. 좋지, 뭐. 몸만 다이어트할 게 아니고 물건도 다이어트할 필요가 있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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