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든 탑도 무너지지

by 찔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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積功之塔 豈毁乎(적공지탑 기훼호). ‘공든 탑이 무너지랴!’란 속담을 한문으로 옮긴 것이다. 그런데 한문으로 옮긴 ‘積功之塔 豈毁乎’에서 ‘豈毁乎’는 ‘어찌 무너지지 않겠는가!’라고 풀이할 수도 있다. ‘豈∼乎’가 이따금 ‘어찌 ∼하겠는가’가 아니라 ‘어찌 ∼하지 않겠는가’란 뜻으로도 풀이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때 ‘豈’는 ‘豈不’의 줄임 형태로 사용된 것이다. 이럴 경우 ‘積功之塔 豈毁乎’는 ‘공든 탑이라고 어찌 무너지지 않겠는가!’란 뜻으로 풀이된다. ‘공든 탑이….’를 한문으로 옮긴 이는 당연히 원의에 충실하게 옮기려 했을 테고 대다수도 그렇게 이해하고 있지만, 삐딱하게 보면 의도와 다르게 정반대로 해석될 수도 있는 게 ‘積功之塔 豈毁乎’이다.


번역의 문제를 논하려고 장광설을 늘어놓은 게 아니다. 원의와 다르게 해석되는 어떤 사태를 말하고자 해서도 아니다. 다소 한심한 노경의 실상을 푸념하기 위해서이다. 어제 초결가(草訣歌, 일종의 초서 입문서) 쓰기를 다 마쳤다. 날짜를 보니 2. 14(금)에 시작해 6.7(토)에 마친 것으로 돼있다. 하루에 반 장씩 썼는데, 근 4개월이 걸린 셈이다. 뭐, 반 장 쓰는 데 걸리는 시간이라고 해봐야 10분 내외이니 시간으로 따지면 별거 아니다. 그래도 열심히 한 것은 분명하다. 그러면 그 대가로 머릿속에 학습 내용이 알차게 들어 있어야 하건만, 페이지를 넘기는데 모두가 다 낯설다! ‘공든 탑이 무너지랴!’가 아니고, ‘공든 탑이라고 어찌 무너지지 않겠는가!’이다.


오늘 새롭게 다시 첫 장부터 쓰기 시작했는데 이제 장 수를 늘려 하루에 한 장씩 쓰기로 했다. 그러면 2개월이면 끝난다. 어차피 다시 보면 또 새로울 텐데 그럴 바에는 시간 질질 끌지 말고 좀 앞당겨 마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기억력이 떨어지는 건 지극히 당연한 현상일 것이다. 그래도 노력에 대한 대가가 미흡할 때는 좀 속상하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그게 자연스러운 현상이니! 자연스러운 현상에 억하심정을 갖는 건 어리석은 짓이다. 수용하는 것이 현명하다.


그래, 공든 탑이 무너질 수도 있지. 무너지면 또 쌓으면 되지. 그때도 무너지면? 또 쌓으면 되지!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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