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한 수
秋陰漠漠蕭蕭風 추음막막소소풍 가을 하늘 어눅하고 바람 소슬한데
雜草故家鐵柵中 잡초고가철책중 잡초 우거진 고가 철책 안에 갇혔네
尙待主人或返復 상대주인혹반복 아직도 혹여 주인 돌아올까 기다리느라
不堪斷腸彼頹訌 불감단장피퇴홍 애달픈 마음 견디지 못해 저리 허물어졌고녀
*치과 치료를 받으러 가다 우연히 한 고가를 보게 되었다. 철책에 갇힌 채 퇴락하여 잡초에 파묻힌 고가를 보노라니 마음이 좋지 않았다. 주변에 높다란 고층 아파트가 있어 상대적으로 더 퇴락해 보였고 흉물스럽기까지 했다. 그러나, 집이 단아해, 한 때는 많은 이들의 부러움을 샀을 법한 집으로 보였다. 최근에 서울시에서 종묘 인근에 고층 건물을 지은다고 해서 이슈가 됐다. 모르긴 해도 그 건물이 들어선다면 종묘도 저 퇴락한 고가와 비슷한 처지가 될 것 같다. 다행히 정부에서 극력 반대하고 나섰는데, 잘 마무리되었으면 좋겠다. 전통과 현대가 잘 조화돼야 진정한 문화부국일 텐데, 지금은 너무 현대에만 기울어져 있는 것 같아 좀 아쉽다. 저 고가도 허물지 않고 어떻게 잘 살려서 기왕에 들어선 아파트와 아름답게 공존시켰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