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信)의 한 수

by 찔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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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김동률 씨에게 친필 붓글씨를 선물 받았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선물을 받은 사람은 아마 나밖에 없을 것 같다. 대대로 가보로 전해도 무방하리라.


거짓말 말라고요? 어허, 그렇게 의심이 많으셔서야. 사진 속의 친필 사인을 보옵소서. 그래도 왠지 의심이 간다고요? 음... 그렇다면... 하하, 사실은 동명이인이올시다.


형님께서 매년 그렇듯 올해도 친필 붓글씨 한 점을 형제들에게 선물하셨다. 이번에는 전부 동일한 내용이었다. 신애인화(信愛忍和). 믿고 사랑하고 참으면 가정이 화목해진다는 내용이다. 참 좋은 말이다.


재미있는 점은, 화목해지기 위해 애써야 할 덕목 중 으뜸으로 놓은 것이 믿음이란 사실이다. 사랑일 수도 참음일 수도 있는데 말이다. 아무렇게나 놓인 것 같은데 뭘 그리 깊게 생각하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가정을 꾸리고 있는 입장에서 보니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부부간도 부자간도 서로 간에 믿음이 우선 있어야 한다. 그러면 설혹 덜 사랑하고 덜 인내해도 관계가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 생활하며 느낀 점인데, 가정 가지신 분들이라면 공감하지 않으실까?


전통 철학에서는 인의예지신 중 신을 가장 밑바탕 되는 가치라 보았는데, 이는 오행 중 토(土)가 중심을 차지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공자께서 정치를 할 때 가장 중요시한 것도 신으로, ‘무신불립(無信不立, 믿음이 없으면 정치가 이루어질 수 없다)’이라는 말을 했을 정도이다. 가정이라는 최소한의 공동체도 마찬가지일 터이다.


교훈이나 덕목이란 것은 본질적으로 실천하기 힘든 법이다. 쉽게 되는 거라면 굳이 말할 이유가 뭐 있겠는가. 그리고 대개 교훈이나 덕목을 늘어놓는 사람치고 제대로 실천하는 경우가 드물다. 담배 피우지 않는 사람은 흡연의 폐해를 굳이 말하지 않는다. 원래 피우는 사람들이 그런 말을 더 자주 하는 법이다.


외람되지만(애고, 만천하에 형님 흉을 보는 것인데), 형님도 저런 멋진 말씀을 하시지만 스스로 그에 걸맞게 행동하고 계시진 못하다. 그러나 당신 본인은 잘 못 할지언정 동생들은 그렇게 하라고 당부하는 건, ‘바담풍’ 하면서도 ‘바람풍’ 하기를 바라는 어느 혀 짧은 훈장님의 마음과 비슷할 것이다.


형님의 마음을 애써 물리칠 필요는 없다. 액자로 만들어 걸어두고 싶은데, 지난번에 주신 ‘학불염 교불권(學不厭 敎不倦)’ 액자를 치우기는 아직 아쉽다. 조금 더 감상하다가 이 글씨를 액자로 만들어 걸어야겠다. 내년에 뭔가 또 주실 텐데... 그때는... 에고, 나도 모르겠다.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자.


새해라 덕담들이 오고 간다. 나도 형님한테 받은 액자 선물을 빌미로, 늘 개떡 같은 글이지만 찰떡같이 읽어주는 독자님들께 덕담 한마디 해야겠다. (저는 그렇지 못합니다만, 님들께서는...)


새해, ‘신(信)의 한 수’ 두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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