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버린 것이다

by 찔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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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들이 모두 어질다 해도 임명하지 마소서. 대부들이 어질다 해도 임명하지 마소서. 나라 사람들이 어질다 할 때 살핀 뒤 어질면 그런 뒤에 임명하소서. 그러면 나라 사람들이 그를 쓰는 것입니다. 경들이 모두 쓰지 못할 사람이라 하더라도 듣지 마소서. 대부들도 그렇다 하더라도 듣지 마소서. 나라 사람들이 모두 불가하다 할 때 살펴본 후 그러하면 그런 뒤에 쓰지 마소서. 그러면 나라 사람들이 그를 버리는 것입니다.”


청문회 과정에서 탈 많던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결국 낙마했다. 대통령의 지명 철회 결정에 언론은 일제히 ‘인사 검증 실패’라는 타이틀을 내걸었다. 일견 그렇게 볼 수도 있겠지만, 나는 조금 다른 시각으로 바라본다. 청문회 전, 대통령은 일단 후보자의 소명을 들어봐야 한다고 했고, 청문회 이후에는 국민의 의견을 듣고 최종 판단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결국 지명 철회라는 결단을 내리며 그 이유로 ‘국민 눈높이’를 들었다. 이 과정을 지켜보며 나는 서두에 언급한 맹자의 구절을 떠올렸다.


인용구는 맹자가 인물을 등용할 때의 유의점을 설파한 대목이다. 민본정치를 주장한 성현답게 인재 등용의 최종 결정권을 ‘민심’에 두었다. 직접 민주주의 체제인 오늘날에도 민의를 온전히 담아내기란 쉽지 않은데, 이천 년도 더 된 시대에 이런 선구적인 통찰을 했다는 점이 새삼 놀랍다. 이번 결단은 바로 그 오래된, 그러나 가장 이상적인 인재 등용의 원칙을 현실에서 구현한 사례라고 본다.


이런 점에서 나는 이번 지명 철회가 결코 인사 실패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인사는 등용하는 것만큼이나 거두어들이는 타이밍과 명분이 중요하다. 이번 사례는 ‘버리는 원칙’을 철저히 지킨 성공적인 결단이다. 결국 이혜훈 후보자는 대통령이 버린 것이 아니라, 주권자인 국민이 거부한 것이다.


또한, 이번 인사는 의도했든 아니든 야당(국민의 힘)의 모순된 민낯을 국민에게 각인시키는 효과를 냈다. 자당에서 3선 국회의원까지 지낸 인물을 장관 후보자로 마주하자마자, 과거의 동료들이 앞장서서 모질게 물고 뜯는 광경은 실로 촌극이었다. 그간의 공천 검증은 요식행위였음을 자인하는 꼴이며, 진영이 달라졌다고 해서 인간적인 예의조차 저버리는 행태는 국민들에게 깊은 환멸을 안겼다. 역설적으로 이번 인사가 해당 정당의 존재 이유에 대해 국민이 다시금 냉정하게 판단하게 만드는 계기가 된 셈이다.


개인적으로는 이혜훈 후보자가 과거 중국의 ‘오기’처럼, 도덕적 흠결은 좀 있을지언정 그 영리한 능력만큼은 국정을 위해 한 번 귀하게 쓰였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 하지만 결국 그 능력을 다 보여주지도 못한 채 이렇게 무대를 내려오게 되니 좀 아쉽다. 같은 해에 태어나 동시대를 걸어온 또래라 그런지 살짝 남 일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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