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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영서 Oct 25. 2021

자기 계발이라는 이름의 런웨이

나의 라임 말머리성운


SNS를 보이는 그대로 받아들이던 순진한 시절이 있었다. 공부의 효율을 높여 성적 향상에 힘쓰라고 사주신 전자사전에 S..E..X.  검색하여 1번부터 3번 뜻까지 경건하게 정독하던 맑고 순수한 영혼이 우리 모두에게 있것처럼 


독서에 안성맞춤인 카페를 동네에서 발견해 이제 저녁마다 거기서 독서를 하는 버릇이 들었다고 하는데 아무리 봐도 책을 보기에 적당한 의자와 테이블이 아닌데 어떻게 저기서 독서를 할까 와 진짜 대단하다 저 사람은 불편한 공간에서도 독서에 몰입할 수 있구나 하고 생각했을 뿐.  

SNS 구루의 자아 찾기 커리큘럼 광고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했다. 정말 매번 그 카페에 책 읽으러 가는 줄로만 알았는데.


진정한 나, 내면의 나 자신, 나 다운 나를 찾기 위해서 나답지 않게 여겨지는 부분은 정작 외면하며 셀카 빨 잘 받는 그 어느 한 각도를 찾기 위한 수백 장의 클릭질을 하는 것과 같이 나 다운 나, 진정한 나인 것 같은 어느 끝을 찾아내려 들이대는 고성능 망원경의 이름은 다양하다. 

나에게로 찾아가고 나에게로 건너가고 나를 이해하고 쉬지않고 공부하고 배우지만 실은. 진정한 나를 외면하는 가장 적극적인 방법들이다.

진정한 나를 찾지만 타인이 바라보는  내 모습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에는 큰 비중을 두지 않는다, 나만 보는 내 내면에 집중하여 나로 인한 타인의 괴로움을 모른 척하려는 수단이다.  나는 나를 잘 알아요.

나의 내면 또는 진정한 내 모습의 진실은 이러하기에 외부에서 남이 보는 나의 모습은 오해로 치부하면 된다. 당신 의견 필요 없어요. 네가 뭘 안다고 그래?


수백만 광년 넘어 지구 상에 단 한대 있는 망원경으로 언듯 찍힌 모습이 말머리 같다 하여 말머리성운이라 불리는 이미지의 파편처럼 어느 한 각도의 흐릿한 인상을 확대하고 확대하고 또 확대하며 끊임없이 반복하는 진정한 나 찾기. 대체 나의 자아는 어디에 있는가. 아무리 진정한 나를 대면해도 모르겠고. 란마 란마도 알 수가 없는데. 대체 뭘 찾고 싶은 것인지 궁금할 때도 있었으나 이제는 저 여정이 스스로를 찾기 위함이 아닌 것 만은 잘 알겠다.


나를 미워하고 부정하고 자기를 혐오하기는 너무 쉬우나 그러고 싶지 않은 사람이 택할 수 있는 방법 중 가장 손쉬운 방법이 아마도 진정한 나를 찾아 나서는 오만가지 여정인 것이다.


진정한 나, 나다운 나를 찾겠다는 성실한 자기부정.

난 내가 싫다. 하지만 나아지고 싶어 라고는 절대 말하지 않는 모순들.

그 모순의 최고봉은 물 셀프 효도 셀프. 그러나 자아 찾기는 의탁하여 검증받아야 편안함을 느끼는 방법론에 있답니다.

거 젊어서 잘 모르시나 본데 자아는 혼자서 찾는 거 아닙니다. 거대 망원경은 없지만 대신 내 곁에는 혜안과 지성을 지닌 신묘한 구루들 멋진 인플루언서와 지식인의 탈을 쓰고 정체를 숨기고 있어요. 그렇지만 나는 사금 찾듯 찾아내버렸지 나의 자아술사.


테이블과 의자의 배치가 인간의 신체 선열을 공격하는 카페에서 카페인 함량보다 가격에 잠이 께는 커피를 마시며 나를 기다리고 있어요. 매 시차 하늘을 보며 내 자아를 찾아주려 애쓰고 있어요. 새벽마다 나를 찾아 글을 쓰고 있어요. 매 회차 결제를 해야 하며 어딘가 사짜 느낌 나긴 하지만 그 정도는 넘어가기로 해요. 그들과 함께 함이 너무 편안하고 익숙하니까요.

그들이 있기에 쉬지 않고 또다시 어디엔가 맡겨둔 자아를 찾으러 가보겠습니다.

왜냐하면

오늘 밤에도 진정한 자아가 바람에 스치니까요.



소설 도입부가 될 예정.

*자아술사

 - 아라키 히로히코. 죠죠의 기묘한 모험의 팬이라면 용서하세요. 온갖 밈의 성전 같은 작품으로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만화책 중의 하나. 스탠드를 부리는 스탠드술사같이 자아를 부리는 자아술사우리 곁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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