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름 예찬

무릇 자라나는 생명은 푸르다.

파랗고 맑은 이를 볼 때면 생기가 차오른다.

푸른 이와 함께하며 하루에도 몇 번씩 사랑에 빠진다.

푸르른 존재들은 자신을 둘러싼 세상으로 온몸 던지며 헤엄친다. 이들과 마주하고 있노라면 잠시 시간은 멈추고 우리는 청량한 숲 어딘가로 함께 떠난다. 걷는 둘 사이 거리가 어떠한지는 상관없다. 너와 내가 숨결 주고받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안전한 연결감 속에 노래 부를 수 있다. 우리가 언제 이곳을 빠져나가게 될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저 피부를 어루만지는 시원한 바람이 느껴지는 지금 이곳이 우리의 집이 된다.

사랑과 아름다움을 노래할 만큼 훌쩍 커버린 가슴에 차오르는 먹먹함을 뭐라 표현해야 할까. 빠르게 차오르다 흘러내리고 마는 눈물이 진실하기에 더없이 무겁다. 모든 걸 드러내는 여림이 한없이 자유롭다.

이 가뿐한 존재들은 자신들의 세계로 어른들을 초대한다. 자신을 내어주며 사랑을 고백하는 게 겁도 없다. 어제 나눈 사랑 노래를 오늘도 어김없이 흥얼거린다. 그 앞에 시간을 따라 무색해진 어른들의 손이 이끌린다. 어른들 몸안 여전하게 새겨져 있는 푸른 흔적이 피어오른다. 붙잡고 있던 정신은 놓아지고, 바짝 긴장했던 몸에 힘은 빠진다.

아깝다 부여잡던 시간을 가볍게 흘러 보낸다.

푸름 속에서 나중이 아닌 지금을 본다.

나란히 어울려 오늘을 사는 법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