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빛 그림일기 21

마음 1

by 새벽빛
<마음 1>

마음이 흔들린다

기분 좋게 흔들린다

예쁘게 흔들린다

사랑스럽게 흔들린다


가볍게 몸을 움직이고 고요하게 보내는 오전시간이 오늘 보낼 하루를 든든하게 지켜주는 걸 느낍니다. 요즘은 아침에 커피 내려 마시는 소소한 기쁨을 누리고 있어요. 책상 위에 책들과 약간의 음식과 커피 한잔이 올려져 있는 걸 보면 괜스레 뿌듯하더라고요. 노란 햇빛이 방 안을 환히 비추고 제 눈은 고요히 한 곳을 바라보더라도 마음은 살랑살랑 계속해서 움직입니다.


제가 노래하게 되는 지점을 살펴보면 흔들리고, 연약하고, 넘어지는 순간입니다. 그 틈바구니 사이로 무언가 들어오기에 새로워지고, 둘레 생명들과 연결되어 있다는 걸 자각하게 되어 그런 걸까요. 그럼에도 흔들리고 연약하고 넘어지는 그 순간을 받아들이기보다 밀어내고 싶어집니다.


최근에 누군가의 긴장이 제게 들어오는 걸 피하기 위해 멀찍이 뒷걸음질 치는 저를 보았습니다. 무언가를 밀어내고 있었어요. 곰곰이 보니, 제 안에 있는 긴장과 분노가 이리저리 끓고 흔들리며 부글거리고 있었습니다. 누구나 이해가 되지 않을 때 화가 나고, 누군가가 보고 싶지 않기도 하고, 짜증이 나기도 하지요. 어쩌면 언제든 깨질 수 있는 유리 같기도 합니다. 머리는 ‘당연히 그렇지! 어떻게 사람이 강하기만 하겠어?’라고 당당하게 소리칠 수 있을진 모르겠어요. 하지만 가슴은 다른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약한 건 싫어. 약한 게 도대체 어떤 쓸모가 있어?’ 머리의 말이 더욱 힘있게 여겨지더라도 그 당시를 살아내기 위해 발버둥 쳤던 가슴의 말에 더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었습니다.


어떤 과정을 겪으며 살아남기 위해 애써온 흔적은 몸에 남는 듯해요. 처한 상황이 모두 다르기에 대처할 만한 갑옷의 모양도 제각기일 것이에요. 갑옷의 무게와 두께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튼튼해질지는 모르겠지만, 그 속에는 여전히 여리고 말랑한 우리의 살이 있어요. 그 살은 여전히 따뜻하고 부드러워요. 가슴은 계속해서 내 안에 따뜻하고 부드러운 살이 있다는 걸 이야기해 줍니다. 그리고 이러한 살을 지닌 존재로 온전하게 살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갑옷을 벗어본 적이 없기에 이 무게가 그다지 무겁게 느껴지지도 않을뿐더러, 제 민낯을 이제 막 보기 시작했을 뿐이에요. 여리고 말캉한 살은 저를 당황스럽게 하겠지요. 그러나 약함이 저에게 보여주고 싶어 하는 세상을 경험해보고 싶단 마음이 올라왔어요. 갑옷 너머로 서로의 민낯을 보여주고 껴안아주는 장면은 상상만으로도 설레입니다. 앞으로 갑옷과 살이 지니고 있는 질감과 온도 차이를 백 번 정도, 아니 첫 번 정도 마주해야겠지요. 그 간극에 놀라 도망치는 경험도 꽤 많이 할 것입니다.


이러한 과정을 아주 멀리서 바라보면 무언가 흔들리는 것처럼 보일 수 있겠네요. 살아있기에, 살기 위해 흔들리겠지요. 흔들림은 그 자체로 강한 생명력을 담고 있다고 여겨집니다. 이 흔들림을 기분 좋게 맞이하고 싶어요. 이 흔들림을 예쁘게, 사랑스럽게 맞이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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