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그 자리에 있었어 다만 높아졌을 뿐
"저 높고 거대한 탑을 어떻게 여기까지 가져왔을까. 많은 것들이 담겨 있어서 꽤 무거워 보이는데 말이야."
"저 탑은 계속 저 자리에 있었어."
"믿기 힘들어. 매일 이 곳에 있던 나는 처음 보는걸."
"지금의 네 것처럼 작고 낮았을 땐 보이지 않았겠지만 서서히 올라가며 네가 보게 된 거지. 저걸 쌓아 올린 누군가도 누구보다 차근차근 인내하며 올린 탑일 거야. 한순간에 생긴 것들이 아니란 걸 차분히 생각해보면 너도 알 수 있는 부분이야. 왜냐면 네 작은 손에 모아서 쌓아가는, 지금은 낮은 것들이 어떻게 되어가는지 넌 아니까. 그렇지?"
"아마도 저런 탑과 같이 풍성하게 많은 것들을 담고 있는 높은 탑이었을 거야."
"맞아. 네 것을 잘 보면 이미 높이가 생기기도 했어. 그러니 과거형은 아니야. 그런데 가끔 쌓아 올리는 그 시간들이 고돼서 눈에 들어오는 월등한 높이의 탑들을 보며 부러워하다 너도 가지게 될 너만의 탑은 잊을 수도 있어. 결과적으로 그리는 완성된 탑의 모습을 가슴 깊이 새겨두고 현재 네 손에 쥐어진 그 작은 것들을 쌓아 올릴 때마다 그 탑을 생각하고 잊지 말아줘."
"한동안 망각했던 그 탑의 모습이 다시 뚜렷해졌어."
"좋아. 대신 완벽한 탑의 모습을 갖추는 결과에 대한 설렘은 원동력이 되어주기도 하지만 너에게 너무 멀고 막연한 높이처럼 느껴질 수도 있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너무 자주 그 탑만을 생각하지 말고 지금 하나씩 쌓아가는 네 작은 손과 행동을 사랑해줘. 결국 이 것들이 완성될 탑과 같은 가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