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n Westendorp Analysis
가격 테스트 (Pricing Test)에서 이야기 한 '스모크 테스트'와 '가격 테스트'는 몇 가지 어려운 점이 있다.
하나는 실험으로 구성할 가격 세트를 정할 때에 어떤 값을 기준으로 구성해야 하는가 이다. 가령 5달러와 10달러의 대결 구도를 잡는 것이 좋을지, 5달러와 8달러의 대결 구도를 잡는 것이 좋을지부터 어려운 것이다. 다른 어려운 점으로는 실험으로서 유의미한 모수를 쌓기까지 굉장히 오래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실험과 달리 '결제'와 관련된 실험은 유저 행동 뎁스가 깊기 때문에 가령 실험군당 100건의 결제 수를 쌓기까지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
하여 구독 가격 설정과 관련하여 가장 많이 받는 질문들은, '이러한 A/B Test 없이 최적의 가격을 찾는 방법은 없을까요?' 또는 '가격 세트 구성할 때에 무엇을 기준으로 구성하는 게 좋을까요?'라는 질문이다. 보통 동종 업계의 경쟁 서비스들의 가격을 벤치마크하는 것이 가장 심플하고 꽤 합리적인 접근이기에 벤치마킹을 안내하곤 하지만, 오늘은 특별히 Van Westendorp Analysis라는 분석 방법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이 분석 방법의 가장 중요한 점은 우리 제품/서비스의 유저로부터 '직접' 가격과 관련된 질문에 대해 답변을 얻어 이를 기반으로 적절한 가격을 도출해 낸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타사를 벤치마크하는 것보다 훨씬 더 유의한 답을 얻어낼 수 있다.
Q. '어느 가격쯤부터 우리 제품/서비스가 ...... 다고 느껴지시나요?'
절대 구매하지 않을 정도로 비싸다 -- [너무 비쌈]
구매를 고려하긴 하는데, 좀 비싸다 -- [비싸다고 느껴지기 시작함]
굉장히 좋은 가격이다. --------------- [비싸진 않음)
퀄리티가 의심될 정도로 저렴하다 --- [너무 저렴]
이때 무엇을 위해 값을 지불하는 것인지 그 기능과 가치에 대해 상세히 서술하고, 일회성 결제인지 다달이 결제인지 명시한다. 이 테스트는 통계적 유의를 얻기 위해 최소 300명의 모수가 필요하다. 300 명에게 위 질문을 던지고, 각 유저별 답변을 잘 기록한다.
답변을 모두 수합한 이후에, 금액대별 유저 분포를 표시해 본다. 그러다 보면 대략 육안으로도 어느 가격 구간대가 '너무 저렴'하다고 느끼는지, '비싸다고 느껴지기 시작'하는지 보이기 시작한다. 이때 이 도표를 금액대별 분포를 누적하여 한번 더 가공한다.
3,000원 이상의 금액 (가령 5,000원, 15,000원)을 '너무 저렴하다'라고 답변한 유저들은 모두 3,000원도 너무 저렴하다고 느낄 것이다. 하여 3,000 원을 너무 저렴하다고 느끼는 유저 비중은 모두를 누적한 100%가 된다. 위 이미지와 같이, 10,000 원 이상의 값을 '너무 저렴하다'라고 기입한 유저들 (가령 15,000원, 17,000원)은 10,000원도 너무 저렴하다고 느낄 것이다. 하여 10,000 원을 너무 저렴하다고 느끼는 유저의 비중은, 그 이상의 값을 제출한 유저들의 비중을 모두 누적하여 더한 값인 35%가 되어야 더 올바른 의미가 된다. '비싸진 않음' 선택지도 마찬가지의 방향으로 누적하여 유저 비중을 더하면 된다. 3,000원 이상의 금액(가령 10,000 원, 25,000원)을 '비싸진 않다'라고 답변한 유저들은 3,000원도 비싸진 않다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
'비싸다고 느껴지기 시작함'과 '너무 비쌈'은 누적의 방향을 반대로 해야 한다. 60,000원 이하의 금액 (가령 10,000 원, 20,000 원)이 '너무 비싸다'라고 느낀 유저는 60,000원도 너무 비싸다고 느낄 것이다. 하여 60,000 원 선택지의 유저 비중은, 60,000 원 이하의 금액을 '너무 비싸다'라고 제출한 유저 비중들을 모두 누적하여 더해준 100%가 된다.
그렇게 계산된 누적 차트는 '너무 저렴하다, 좋은 가격이다, 비싸다고 느껴지기 시작한다. 너무 비싸다.'라고 느끼는 가격대별 유저 비중을 제대로 보여주게 된다.
자 이제 이 그래프를 어떻게 해석하면 좋을지 알아보자. 경제학 시간에 자주 보던 수요 공급 곡선과 비슷하게 생겼다. 대충 세로축이 유저 비중을 의미하니, 정해진 가격을 기준으로 가로 x 세로의 넓이가 예상 매출액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가격이 비싸질수록 (가로축의 우측으로 갈수록) 비싸다고 느껴지기 시작하거나, 너무 비싸다고 생각하는 유저 비중이 늘어난다. 반대로 가격이 저렴해질수록 비싸진 않다고 느끼거나, 너무 저렴하다고 생각하는 유저들이 늘어난다. 서로 다른 방향의 곡선들이 만나는 교점이 균형 가격점이라고 보면 된다.
비싸다고 느껴지기 시작함의 곡선과, 너무 저렴의 곡선이 만나는 지점의 가격을 최소 가격으로 잡고, 비싸진 않음의 곡선과 너무 비쌈의 곡선이 만나는 지점의 가격을 최고 가격으로 잡는다. 대략 그 이상 그 이하의 가격대에서 최적의 가격 세트를 찾아보면 되겠다.
이론적으로는 너무 저렴의 곡선과 너무 비쌈의 곡선이 만나는 지점의 가격이 최적의 가격이다. 하지만 유저들이 정성적인 느낌적 느낌에 따른 답변들이기에, 그 정확도를 완전히 신뢰하기가 어렵다. 이러한 혹시 모를 오류를 보완하기 위해 굳이 '얼마가 제일 좋겠어요?' 등 단편적으로 묻지 않고 4가지의 범주로 나눠서 물어본 것이다. 하여 최소 가격 ~ 최고 가격 범주 내의 가격들을 모두 잠재적인 최적 가격으로 바라봐야 한다. 실제 매출 극대화에 딱 맞는 최적의 가격 세트는 A/B Test를 통해 찾는 것을 권장한다. 최소 가격, 최고 가격, 최적 가격 그리고 그 즈음 위치한 다른 가격을 하나 골라서 테스트를 해보면 되겠다.
Van Westendorp Analysis는 생각보다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방법이다. 나 또한 이를 실시하는 서비스를 유저로서 만나본 적이 없다. 딱 한번, 내가 애정해 마지않는 서비스인 '타임트리'에서 비슷한 유저 서베이를 진행한 적이 있었다. 프리미엄 기능 출시에 앞서 가격과 관련된 질문들을 했었는데 그것이 흡사 Van Westendorp Analysis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프리미엄으로서의 가치가 '광고제거' 뿐이어서 나는 1,000원도 비싸다고 답변했던 기억이 있다. 현재 타임트리의 구독 가격은 월 3,000 원이다. 타임트리는 당시 Van Westendorp Analysis를 활용했던 것이었을까?
모쪼록 가격 테스트에 어려움을 겪는 개발사분들이 Van Westendorp Analysis를 통해 적정 가격 세트를 찾아가는 경험에 도움이 되셨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