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x를 위한 minimum effort
보통 점심 먹을 때나 팀별 워크숍에서 자주 나오는 말들이 있었습니다.
"우리도 이런 거 한번 해보면 좋겠는데!"
하지만 정작 제품 기획으로 이어지지는 못합니다. 대체로 완전히 새로운 아이디어인 경우 임팩트 산정이 어렵기도 하거니와 이미 진행 중인 중요도 높은 작업들로도 충분히 바쁘기 때문이죠.
그렇게 '이런 거 한번 해보면 좋겠는데'가 계속 누적되어 오고 있었는데요, 상자 밖의 시도 속에 10x의 시드가 숨어 있을 수도 있을 것 같아 한번 날을 잡고 다 같이 뿌숴봐야겠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대신 완성도를 신경 쓰지 말고 각 아이디어들을 한번 체험해 볼 수 있을 정도로만 간단히 개발하기로 하였고, 시간도 진짜 해커톤처럼 날밤을 새지 않고 가볍게 6시간 정도만 집중해 보기로 하였습니다.
그렇게 행사 이름도 '해커톤 미니'로 이름을 붙였습니다.
자, 이제 팀을 짜서 각자 알아서들 해쳐 모여 준비를 하기로 합니다. 공식 스쿼드 일정(스프린트)이 다 끝난 금요일 이른 아침부터 시작해서, 오후 5시에 팀별로 발표를 한 뒤 투표를 하기로 했습니다. 그 외의 모든 것들(미리 얼마나 싱크를 해둘지, 어디서 작업할지, 무얼 먹으며 할지 등)은 자유에 맡겼습니다.
해커톤 미니의 여정을 글과 사진으로 기록해 봅니다.
막상 모이고 보니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
팀이 편성되고 나서 각 팀끼리 하고 싶은 것들을 정해봤는데요, 시작부터 팀의 색깔이 다르게 나타나더군요. 평소에 고치고 싶었던 버그를 해결하는 것부터, 기존의 피쳐의 새로운 유형을 더하는 것, 아예 한 번도 안 해본 피쳐를 더해보는 것까지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발굴되었습니다. 과정에서 본인의 낭만(?)을 찾아 다른 팀으로의 이동이 벌어지기도 하고, 현실과 타협하며 본인의 낭만을 저버리는 모습도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해커톤 당일이 되기 전부터 재밌는 장면들이 많이 연출되었어요.
생각보다 녹록지 않은 출발
공식 스쿼드 일정이 예상대로 흘러가란 법이 없습니다. 하필 해커톤이 놓여있는 스프린트 동안 유독 많은 서프라이즈 이슈들이 발생했었습니다. 행사의 주최자인 저는 심지어 가족 일정으로 휴가를 떠나야만 했었죠. 뒤에 행사 피드백에서도 언급되겠지만, 다행히 해커톤 자체가 오히려 그 정신없음의 힐링제로 작용했더군요. 예상치 못했던 해커톤의 Refresh 효능이 있었습니다. 평소에 늘 살피던 코드와 전혀 무관하게, 신경 써야 할 여러 디펜던시 없이, 하고 싶은 아이디어를, 색다른 환경 속에서 마음 편히 작업을 하는 것이다 보니 그럴 수 있었을 것 같네요. 그래서인지 생각보다 캐주얼한 수다도 많이 떨면서 작업했던 것 같습니다.
으아! 시간이 부족해!
저희 팀은 기세가 등등했습니다. 1개의 아이디어만 개발해도 되는 이벤트였지만, 최소 4개 아이디어는 가능하다는 생각이었죠. 그렇게 시작한 저희였습니다만, 생각보다 시간이 빠듯했습니다. 예상치 못한 구간에서 기술적으로 막히기도 했고, 욕심이 조금씩 더해져 (일명 보태보태 증세) 매듭을 금방 짓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3개를 개발하는 데에 그쳤습니다. (흑..)
특히 저희는 iOS의 특정 기능 (푸시 메시지, 라이브 액티비티, Siri 등)을 활용한 아이디어들이었기에 기술적인 챌린지가 제법 있었습니다. 과정에서 오랜만에 iOS 팀 리드 '새로이'의 승부욕을 엿볼 수 있었어요. 발표를 위해 사무실로 이동하는 지하철 안에서까지 계속해서 붙들고 시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6시간이 순식간에 가버렸고, 저 또한 부랴부랴 발표 자료를 위해 데모 영상을 촬영하기 시작했습니다.
각양각색 발표 퍼포먼스
발표에 대한 별도의 가이드는 없었습니다. 그저 목적과 결과물만 공유해 달라고 했습죠. 그래서였을까요, 5팀 각기 매력을 뿜뿜하기에 적합한 방식으로 다채롭게 표현되었습니다.
팀 '션비단'은, 팀장이었던 '션'을 캐릭터화하여 신박한 아이디어를 선보였습니다. 학교 다닐 적 우등생들의 조별 발표를 보는 것 같은 양질의 발표 슬라이드와 낯 부끄러워하는 션의 모습을 보며 모두가 깔깔 웃었습니다. 뒤이어 발표한 팀 '미션 지킴이'는 4개의 아이디어를 선보였는데요, 직접 모두 앞에서 데모를 선보이는 방식으로 발표를 진행해 주어 아이디어의 실질적인 효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세 번째 발표 팀은 저희 '광교 고라니' 팀이었습니다. 흰 바탕의 맑은 고딕 st의 발표 자료 속에 3마리 고라니가 뛰어다니며 유저 여정 내에 필요한 기능들을 소개해주었죠. 직접 데모는 아니고, 데모 영상을 재생함으로써 일정 부분 효능감을 전달해 볼 수 있었습니다.
이어서는 '기훈이 형' 팀이 대단한 빌드업 스토리 텔링으로 '전끄몰빵'이라는 신박한 기능을 선보였습니다. 도박성 도파민, 현금성 리워드 등 저희 제품에서는 감히 생각해보지 못했던 아이디어여서 그런지 청중들의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마지막으로 '마충' 팀은 노션 문서를 활용하여 탄탄한 문제 정의부터 발표를 시작해 주었습니다. 우리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마음 충전'을 콘셉트로 따뜻한 기능을 소개해준 덕분에 과열되었던 분위기가 훈훈하고 따뜻하게 마무리될 수 있었습니다.
1) 하고픈 것들이 많은 상태에서 2) 우당탕탕 시작되었고, 3) 시간은 생각보다 짧았음에도 4) 양질의 발표를 준비했던 해커톤 미니였습니다. 주어진 조건만 미니(mini)였고, 진행된 내용과 발표는 맥스(max)였던 셈입니다. 발표를 모두 마친 이후에, 그 뜨거운 열기 속에서 곧바로 서베이를 진행하였습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팀 2개를 꼽고, 전반적인 해커톤 행사에 대한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29명의 유권자 중에 28명이 서베이에 참여해 주었고, 피드백은 아래와 같은 구성을 띄었습니다. 덕분에 다음번에는 더 재밌고 유익하게 진행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A] 재미있었다. 즐거웠다. [38%]
[B] 유용한 아이디어가 많았다. [25%]
[C] 모두가 다 같이 참여해 봐도 좋겠다. (이번엔 mini로 product 부서만 참여) [21%]
[D] 리프레쉬가 되었다. 동기부여가 되었다. [18%]
[E] 시간이 더 길었으면 좋겠다. [11%]
아, 우승 팀은 어디였을까요? 우승 팀이 뭐 중요하겠습니까. 재미와 즐거움, 유용함, 리프레쉬를 얻었으니 사실 모두가 우승한 셈입니다.
물론 그럼에도 우승 팀은 나왔습니다. 투표는 냉혹하니까요.
공교롭게도 행사 주최자가 속한 광교 고라니 팀이 우승하고 말았습니다. 하하.
다음번에는 투표 및 개표 진행은 팀별로 1명씩 참여해서 투명하게 진행해야겠다는 레슨을 끝으로...
올해 가장 기억될 이벤트로 남을, 해커톤 미니에 대한 기록을 마칩니다. :D
정신없었던 스프린트 일정을 무탈히 마무리 짓고,
해커톤은 해커톤대로 열심히 멋지게 달린 딜라이터 동료들 리스펙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