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단계로 쪼개어 살펴보기 <주택담보대출 이후 잔금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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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산 중에 하나였던 주택담보대출 심사까지 무사히 승인되었다.
이제 우리의 산수가 틀리지 않았다면, 취득세와 부동산 복비, 이삿짐 센터 비용 등 모든 부대비용을 포함하여 아파트 매매대금 전액이 마련된 셈이었다. 허나 뒤늦게 알고보니, 우리의 산수는 틀리지 않았지만 산수에 포함해야 할 항목 중 누락된 것이 있었다. 소유권 이전을 위한 법무사 비용, 저당권 설정을 위한 법무사 비용 등 역시나 살면서 처음 들어보는 항목들을 하필 잔금일 가까이 닥쳐서 인지하게 되었다.
(1) 물색 (2) 통지
(3) 가계약 (4) 계약
(5) 중도금
(6) 주담대 신청 (7) 주담대 심사완료 (8) 은행 방문
(9) 최종 점검 (10) 잔금
계약 단계까지의 주요 시점이 '매물 물색 기간' 과 '계약서 작성 당일' 이라면,
계약 이후의 주요 시점은 '주택담보대출 신청 후 실행까지의 기간' 과 '잔금 당일' 이다.
본편에서는 주택담보대출 신청 이후 '잔금 당일' 을 다뤄보려 한다.
잔금일을 이틀 앞둔 날 밤, 우리는 잔뜩 긴장해 있었다.
수억의 돈을 이체해야 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긴장할 이유는 충분했다. 더불어 주택담보대출액은 잠시 내 통장을 스칠뿐, 은행 지점에 의해 매도자의 계좌로 직접 이체되는데, 그 과정에서 해당 아파트가 저당 잡혀있던 매도자의 기존 주택담보대출액을 상계 처리하는 절차가 진행된다. 가령 우리가 주택담보대출액으로 3억을 준비해두었고 매도자의 기존 주택담보대출액이 2억 남아있는 상황이라면, 표면상에서는 3억을 그냥 매도자에게 이체하는 모양새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서는 2억은 그들의 대출액을 상환하기 위해 그들의 기대출 은행으로 송금되고, 나머지 1억만 그들의 계좌로 이체되는 셈이다. 이 일련의 복잡한 프로세스가 차질없이 진행될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도 컸다. 더불어, 우리의 산수가 틀리지 않았는지 재차 검산을 해보며 마음을 다스리고 있던 때였다. 부동산에서 뜬금없이 법무사는 어떻게 하실거냐는 문자가 왔다.
법무사..? 그게 대체 무엇을 위한 것이며, 왜 그것을 하필 전날에 닥쳐서 물어보는 거지..?
의사 결정에 방해가 되는 요동치는 감정을 추스리고, 찬찬히 법무사에 대해 알아보았다.
법무사란 대한민국 사회에서, 타인의 위임을 통해 부동산, 상업 등기처리, 소장, 가압류 신청, 경매 신청 등을 주 업무로 하는 법률 전문가이다. 또한 고소 고발장 작성, 가사 사건, 비송사건을 처리하는데, 법원과 검찰 관련 업무 대행 등의 업무도 함께 하고 있다
요컨대, 부동산 매매 거래를 함에 있어서 각종 법적 업무를 대행해주는 제3자인 것이다. '부동산'이라는 것은 어찌보면 국가의 자산이기도 하기 때문에 이러한 절차가 있는 것으로 이해했다. 순간적으로 과거 우리 역사 속 여러 국가들이 개국과 동시에 진행된 여러 토지 분배 정책들과 세금 정책들이 스쳐 지나갔다.
그래, 그런데 은행에서도 법무사가 온다고 했던 것 같은데 그 둘은 어떻게 다른거지 ?
(9) 최종점검 - 법무사
법무적으로 법무사가 필요한 업무는 크게 소유권 이전 등기처리와, 저당권 설정으로 나뉜다. 흔히 부동산 매매 과정에서 언급되는 '취득세' 납부도 소유권 이전 등기처리를 진행하면서 함께 납부한다. 소유권 이전 등기란, 부동산의 소유권을 매도자로부터 매수자에게 옮기는 법무 작업을 의미하며, 저당권 설정이란 해당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기 위해 대출을 지급해주는 은행에 담보 권리를 설정해주는 것을 의미한다.
저당권 설정의 경우 은행과 계약이 되어 있는 법무사 회사에서 진행해준다. 잔금 당일에 부동산에 오시는 경우도 있다지만 우리 같은 경우에는 유선 & 온라인으로 모든 내용을 확인하고 저당권 설정을 해주었다. 소유권 이전 등기 또한 동일한 법무사를 통해 진행해도 무방하지만 이 경우에 미리 해당 법무사 회사에 언지를 해두어야 한다. 배정되는 법무사에 따라 소유권 이전 등기 경험이 없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는 부동산의 소개를 받아 진행하는 것도 편하다. 부동산 매매 거래시 소유권 이전 등기가 필수라는 점을 감안하면 부동산마다 항시 함께 협업하는 법무사 회사가 있기 마련이다. 금전적인 부분이 염려된다면 '법무통' 이라는 어플을 통해 직접 법무사를 구하는 것도 방법이다. 직접 구하게 되면 보통 30만원 언저리로 구할 수 있다고 하던데, 우리는 시간이 너무 촉박한 시점에 알게 되어 부동산을 통해 법무사를 구했다. 부동산을 통해 진행하면 중간에 떼이는 수수료가 추가되다보니 대략 50~70만원 정도에 가격이 형성된다고들 하는데, 우리의 경우 부동산 측에서 법무사 관련하여 너무 늦게 안내를 주신 점, 그로 인해 현재 금전적으로 빠듯한 상황임을 어필하여 법무통과 비슷한 금액으로 구할 수 있었다. 물론 가장 저렴한 방법은 법무사를 통하지 않고 직접 소유권 이전 등기를 셀프로 진행하는 방법이다만 흔하진 않다.
잔금 당일 소유권 이전 등기를 해주실 담당자분은 일찌감치 부동산에 도착해 계셨다. 예정된 시각보다 10분 일찍 도착한 우리는 준비해온 서류를 드렸고, 그분은 잔금 이체 프로세스와는 별도로 소유권 이전 법무 서류 검토를 마치신 직후 바로 자리를 뜨셨다. 해당 법무사님이 작업해주신 공과금 처리내용은 아래와 같다.
A. 취득세
B. 인지세
C. 채권료
+ 그외 기타 대행 수수료
아파트 매매 대금 규모에 따라 각 세율이 달라지므로 각각의 금액을 미리 잘 확인해두는 것이 좋겠다.
소유권 이전 등기를 위해 우리가 준비해간 것은 아래와 같다
A. 매매계약서
B. 가족관계증명서 (각각)
C. 주민등록등본 (각각)
D. 인감도장 (각각)
소유권 이전 등기 자체는 곧바로 완료되는 것이 아니고, 약 하루 이틀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고 한다. 제출한 서류들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과, 비용이 제대로 납부되었는지 (우리는 그 자리에서 즉시 이체하였다) 정도 확인만 당일 진행되는 것이다.
알고 보면 납득이 되는 지출 사항이었다. 그저 너무 막판에 알게 되어 꼼꼼히 따져볼 여력이 없었던 것이 당혹스러움을 키웠을 뿐이다. 앞으로 또 언제 부동산 거래가 있을지 모르겠으나 단단히 인지해두어야겠다.
(10) 잔금
잔금 당일 우리는 잔금 금액 자체에 대해 더블 체크를 수차례 진행했다. 잔금을 구성하는 세 가지 < 1) 현재의 전세보증금, 2) 주담대 등을 비롯한 대출금, 3) 기타 우리의 저축액 > 을 재차 살폈고, 부동산 복비도 별도로 챙겨두었다. 또한 소유권 이전 등기를 위한 법무사 비용까지도 마련해두었다.
부동산으로 향하는 택시 안에서 주택담보대출이 실행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실행되었다는 것은, 나의 계좌로 해당 금액이 입금되었다는 뜻이다. 제 때에 잘 들어올지 걱정이었는데, 무탈히 받게되었으니 이제 우리 수중에 필요한 모든 돈이 모이게 되었다. 이 때 은행 법무사로부터 전화 한통을 받게 되는데, 별안간 새로운 이야기를 듣게 된다.
소유권 이전 등기와 별개로, 저당권 설정 과정에서도 인지세와 채권료 납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또한 매매대금의 규모에 따라 세율이 상이한데, 우리 같은 경우 도합 30만원 정도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더불어 '우대 금리'에 대한 전제조건으로서 가입하기로 했던 청약과 적금에 대한 첫 납부도 대출금이 이체되기 이전에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약 50만원 돈을 미리 은행 측으로 입금해달라는 요청 전화였고, 다소 당황한 우리였지만 별다른 수가 없었기 때문에 빠르게 입금을 해드렸다. 잔금일에는 예기치 못한 부대 비용들이 발생한다는데, 이게 그 시작이구나 싶었다.
부동산에 도착한 이후의 프로세스는 그 프로세스를 몰라서 잔뜩 긴장한 것이었지, 돌아보면 제법 심플했다.
1. 잔금 중 매수자 직접 이체 부분 이체 진행 (기존 전세 보증금 + 저축액)
2. 잔금 중 주택담보대출금액 은행 이체 (상계 처리 포함)
3. 은행 법무사의 우리 아파트에 대한 저당권 설정
4. 부동산 법무사의 소유권 이전 등기 서류 작업
5. 집 인수인계 - 각종 카드키 및 열쇠, 현관 비밀번호, 관리비 예치금, 수도 전기 가스비 정산
6. 복비 지급
여기서 2~3번에서 제법 시간이 소요되었다. (2~30분 정도)
4번은 위에서 설명했다시피 완전 독립적이었다.
5번에서는 관리비 예치금으로 15만원 추가 지출이 발생했다.
6번 복비에서는 놀라운 할인율을 목격했는데, 노련한 매도자의 "조금만 깎아주세요~"라는 말 한마디로 50만원을 깎는 장면이 연출되었다. 짬은 못 속인다. 위 1번~6번 프로세스 내내 긴장하고 있던 우리와 달리, 매도자분들은 여유가 넘쳤다. 그들은 그날이 이사 당일이었기 때문에 (한창 이삿짐을 빼고 있던 때에 부동산에 오신 것이었다.) 이래저래 더 정신이 없을 것인데, 역시 유경험자는 달라도 뭔가 달랐다.
이렇게 도합 1시간도 채 안되는 시간 동안 모든 프로세스가 끝마쳤고, 좋은 매물을 좋은 가격에 매도해주신 매도자분께 소정의 선물과 감사 인사를 드리며 부동산을 나왔다. 부동산 매매 열차가 길고 험난한 여정을 거쳐 드디어 종착지에 도착한 것이다. 처음 매물을 보러 왔을 때의 긴가민가함과 걱정스러움, 계약 당시 공동명의로 할지 말지 갈팡질팡함, 주택담보대출 조건 충족이 될지 안절부절, 잔금 직전의 뜻밖의 법무 비용으로 인한 당혹스러움, 그리고 잔금 그 순간의 순도 100%의 긴장과 떨림 - 어찌보면 한시도 마음 놓지 못한 상태로 오랜 시간 달려온 여정이었다.
조금 우습지만 잔금을 치르러 가는 길의 긴장은, 수능을 치르러 가는 날의 긴장과 그 결이 유사했다.
갈고 닦은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경험이라는 점, 이것 자체가 향후 앞날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인생의 주요 변곡점이 된다는 점에서 긴장의 결이 유사했던걸까. '의식주' 중에 '주'를 드디어 해결했다는 생각에 안도감도 들면서도, 이것이 사회적으로 빠른 편에 속한다는 사실 자체가 씁쓸했다. 수능을 치르러 가는 날의 긴장감의 크기는 분명 이것을 무사히 치르면 앞날이 편해질 거라는 기대감의 크기에 비례했을 것이다. 허나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만점에 가까운 수능 점수를 받았음에도 '의식주'는 절로 해결되지 않았다. 수능 성적표 하나로 과외를 열심히 뛰어야 했고, 군복학 직후 빠른 실무 경험을 쌓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인액터스 활동에 몰입했어야 했고, 빠른 커리어 빌드를 위해 휴학생 신분으로 뛰어들어 스타트업 바닥에서 맨몸으로 굴렀어야 했다 - 훗날의 고됨을 미리 알았더라면 수능날 그렇게 긴장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매매열차의 여정도 힘들고 고되었지만, 그 여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달려온 지난 날들의 고됨에 비할 바가 못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아니 매매 열차의 여정은 그때부터 이어져온 것일지도. 그래서 잔금을 치른 직후 나도 모르게 지난 날들이 가볍게 머릿 속을 스쳐 지나갔나보다.
본 프로젝트 내내 지옥같은 야근 속에서도 일당백을 해내어준 아내 윤아,
학창시절부터 지금의 7년차 커리어까지의 그녀의 성실함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프로젝트.
또 주변 분들의 많은 도움이 없었다면 꿈도 못꾸었을 프로젝트.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서울에 내집 마련' 그 이상의 가치를 얻게 된 것 같다.
이제 대출빚을 어떻게 빠르게 갚을지 전략을 짜봐야겠다 !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