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단계로 쪼개어 살펴보기 <계약 이후 주택담보대출까지>
이전 글 : 30살 동갑내기 부부의 내집 마련 (1) - 10단계로 쪼개어 살펴보기 <계약이 성사될 때까지>
계약이 드디어 성사되었다. 이제 아무도 무를 수 없는 강을 건넌 셈이다. 열차는 출발했고, 잔금을 치를 때까지 내릴 수 있는 정차역은 없다. 우리에게 당면한 제1과제는, 살면서 만져본 적 없는 크기의 돈을 마련해야 된다는 것이었다.
(1) 물색 (2) 통지
(3) 가계약 (4) 계약
(5) 중도금
(6) 주담대 신청 (7) 주담대 심사완료 (8) 은행 방문
(9) 최종 점검 (10) 잔금
계약 단계까지의 주요 시점이 '매물 물색 기간' 과 '계약서 작성 당일' 이라면,
계약 이후의 주요 시점은 '주택담보대출 신청 후 실행까지의 기간' 과 '잔금 당일' 이다.
본편에서는 계약 단계 이후 '주택담보대출 신청 후 실행까지의 기간' 을 다뤄보려 한다.
스트레스의 크기는 다루는 돈의 크기에 정확하게 비례했다.
지금까지는 계약금 크기 정도의 스트레스였다면(그것도 매우 컸지만...), 이제부터는 매매 대금 전체 크기의 스트레스이다. 우리들이 겪는 스트레스 관련한 오류 중 대부분은 '불필요하게 과도하게 스트레스를 느낀다'라는 점이다. 하여 흔한 대처법은, '한걸음 물러서서 해당 스트레스를 바라보면, 사실 별거 아니다.'라는 것이고 실제로 그러한 마음가짐은 삶을 살아가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 헌데, 이 잔금 프로세스에서 겪는 스트레스는 불필요하게 과도하게 느끼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굉장히 거대한 스트레스였고, 한걸음 물러서서 바라봐도 여전히 거대한 스트레스였다. 나중에 잔금을 치른 직후 카타르시스를 느끼면서 돌아보건대, 이 고통과 기쁨이 유달리 컸던 이유는, 비단 커리어 시작 때부터 성실히 일을 하며 차곡차곡 커리어를 쌓아 올려온 노고가 고스란히 담겨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다소 우습지만, 대학 시절, 중고등학생 때의 노고까지 떠오를 정도로 사실상 전재산을 걸고 진행하는 인생의 중대한 과업이었기 때문이었다.
(5) 중도금
5월 말 계약이 성사되고, 중도금 지급일인 7월 초까지는 약 한달 반의 시간이 남아있었다. 중도금의 크기는 그간 우리가 여러 방법으로 저축해둔 금액으로 충분히 커버 가능한 금액이었기에 별다른 준비는 없었다. 그저 사용하던 여러 계좌들 중 하나의 계좌를 지정하여 미리 금액을 이전 해두었고, 앞으로의 여정에서 이체될 모든 금액을 해당 계좌로 통합하여 관리하기로 했다. 이는 혹여나 자금의 출처에 대한 조사가 있을 때 보다 수월하기 대응하기 위함이었다.
(6-1) 주담대신청 - 신청 조건
'주택담보대출' 숱하게 들어온 용어이며, 피플펀드 재직 당시 해당 상품을 간접적으로 다루면서 더 깊게 이해하게 된 대출 상품이다. 말그대로 아파트 라는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것이며,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주지하고 있는 사실이지만 매매대금의 규모에 따라 그 한도가 지정되어 있다. 9억 미만의 매물은 40% 까지, 그 이상의 매물은 20%까지 대출 한도가 잡힌다.
여기서의 흔한 2가지 오해만 바로 잡고 가자면, 1) 매매 대금은 내가 진행하고 있는 거래액 기준이 아니라, 가장 최근에 발생한 거래액 (KB 시세가) 기준이라는 점 2) 9억 이상인 아파트의 경우 매매대금 전체의 20%가 아니라, 9억까지는 40%, 그 이상의 차액에 대해서만 20% 라는 점이다. 하여 KB 시세 10억짜리 아파트라면 9억의 40%에 해당되는 3억 6천에, 나머지 1억의 20%에 해당되는 2천만원이 더해져 총 3억 8천까지 대출이 나오는 것이다. 실제로 정말 딱 그 금액만큼 나오는 걸 보고 정책이라는 것이 참 단순하면서도, 동시에 정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구나 싶었다. 우리는 9억 미만의 매물이었기에 40% 한도 규제에 해당되었고, 다행인 건지 직전 매물의 가격이 소폭 높았던 터라 실제 우리 거래액 기준으로는 40% 보다 높은 한도를 책정받을 수 있었다.
잔금일자가 8월 말이었기 때문에 최소한 7월말까지는 주담대 신청에 들어갔어야 했다. 이 때 '신청'이 목적이 아니라 '심사 승인'이 목적이므로 자격 조건을 충분히 갖추는 것이 중요하였는데, 이 조건이라 함은 DTI 에 대한 개념만 숙지하면 복잡하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DTI 란 Debt To Income의 약자로, 소득 대비 부채 비율을 의미한다. 은행 입장에서 주담대라는 대출 상품으로 벌어들이는 수익은 '이자' 이다. 아파트 매물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으니, 그 매물로 은행이 어찌저찌하여 수익을 내는거 아닌가 라는 생각은 잘못된 생각이다. 담보는 말그대로 '만약에 뭔가 잘못되었을 때'를 대비하는 보험의 용도이지 그 자체로는 돈을 벌 수가 없다. 하여 은행은 담보물의 건전성을 평가하는 것과 별개로, 이 채무자가 다달이 따박따박 이자를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인가 를 중요히 따져본다. 결국 1) 현재 보유하고 있는 대출이 얼마나 되는가 2) 현재 4대보험이 충족되는 (정규직) 월 소득이 얼마나 되는가 이 2가지를 따져보는 것이고, 그 방식과 조건이 은행마다 조금씩 상이할 뿐이다.
아파트 매물이 공동명의인지라 담보물의 건전성 여부를 평가할 때에는 나와 아내 둘의 서류가 필요했지만, 이자를 따박따박 낼 수 있는가(DTI)를 평가할 때에는 대출 명의자인 나의 조건만 충족되어도 되었다. 나의 조건이 부족할 경우 혼인 관계인 배우자의 조건이 보완 요소로 쓰일 수 있는데, 이럴 경우에는 배우자의 소득조건과 부채상황을 두루 따져보게 된다.
내가 진행한 은행에서는, 나의 부채현황 중에서 신용대출 & 예금담보대출은 크게 따지지 않았기에 1) 현재 보유하고 있는 대출이 얼마가 되는가 - 는 고려사항이 되지 못하였고, 2) 현재 4대보험이 충족되는 월 소득이 얼마나 되는가 는 일정 수준 이상의 연봉 & 1개월 이상 재직 이 충족되어야 했다. 어떤 은행은 3개월 이상 재직 기간을 요구하기도 하고 6개월 이상 재직 기간을 요구하기도 한다. 주담대 고객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한도'인데 이것이 은행마다 법적으로 동일한 한도를 내어주게끔 되어 있다보니 나로서는 보다 유연한 재직 기간 조건을 내건 은행을 고를 수 밖에 없었다.
여기서 알아두면 좋을 사실은, 은행 대출 담당자는 우리의 조력자라는 점이다. 우리를 재단하고 심사하는 것은 은행이다. 은행 대출 담당자는 우리로 하여금 대출을 받게끔 하여 그들의 실적을 쌓는 것을 목표로 하는 사람이다. 덕분에 나는 최근의 이직으로 인한 재직 조건 충족 여부에 대해 마음 편히 이것저것 물어볼 수 있었고, 공동명의 매물에 필요한 서류 구비에 대해서도 이것저것 자세히 물어볼 수 있었다.
(6-2) 주담대신청 - 필요 서류
심사를 통과할 수 있을 것 같은(?) 은행을 선별하고, 필요 서류를 구비한 이후에 대출 담당자에게 연락을 취했다. 그 시점이 잔금을 한달 앞둔 시점이니 사실상 은행 선별과 필요 서류 구비를 그 때까지 마쳐놔야 했다.
필요한 서류란, 담보물의 '담보가치 건전함' 과 이자 납부자의 'DTI 건전함'을 입증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A. 매매계약서 사본
B. 전입세대열람내역
C. 신분증 사본 [공동명의인 경우 배우자까지]
D. 인감 도장 [공동명의인 경우 배우자까지]
E. 인감증명서 [공동명의인 경우 배우자까지]
F. 주민등록등본 [공동명의인데 따로 살고 있는 경우 배우자도 별도 준비]
G. 가족관계증명서 [공동명의인데 따로 살고 있는 경우 배우자도 별도 준비]
H. 재직증명서 w/회사직인
I. 입사후부터 현재까지 급여명세서 또는 근로소득원천징수영수증 w/회사직인
J. 건강보험 자격득실 확인서
(6-3) 주담대신청 - 신청 당일
대출 상담사와 외부 장소에서 미팅을 진행하는데, 우리는 그를 소개해준 부동산에서 만나기로 했다. 총 40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었고, 작성한 서류는 족히 50장은 넘어 보였다. 숙달된 상담사는 내가 날인해야 할 부분과, 정보를 기재해야 할 공란만 신속히 안내했고 나 또한 신속히 응했다.
자격 조건에 대해서만 빠삭하게 맞춰왔던 나였는데, 이제는 대출 상품에 대한 조건도 선정해야만 했다. 대략 3가지 정도를 결정해야 했는데, 1) 만기 2) 변동금리 또는 고정금리 3) 원리금균등상환 이 그 3가지였다.
만기는 길게 설정할수록 매월 갚는 금액의 크기가 작아지기 때문에 우리는 가장 긴 기간을 택했다. 너무 오랜 기간 은행에 발목 잡히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은 사실상 무의미한 것이, 도중에 중도상환을 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중도상환과 관련한 규제가 있는지 정도 확인하고 (가령 특정 기간 동안 중도상환이 어렵다든지, 중도상환 수수료가 크다든지 등) 별다르 규제가 없음을 확인하고는 가장 긴 기간을 택했다.
변동 금리냐 고정 금리냐 가 난제였는데, 당연하게도 고정 금리가 더 높았기 때문이다. 당장은 더 낮게 책정된 변동금리를 택하고 싶지만, 향후 수십년간 금리가 더 크게 오르면 어떡하지 라는 불안감이 없잖아 있었다. 허나 지난 20년 간의 기준 금리 추이를 보건대 올라도 크게 오를 일은 없다고 판단하여 변동 금리로 택했다. 참고로 변동 금리의 변동 주기는 6개월이다.
원리금 균등상환은, 사실 이미 해당 대출 상품의 고정 속성이었다. 그저 원리금 균등상환이 어떤 개념인지만 숙지하면 되는 부분이었다. 표면적으로는 만기까지 매월 갚는 금액이 일정하다는 개념인 것이고, 그 이면의 의미로는, 초기에 갚는 금액은 이자의 크기가 크고, 갈수록 원금의 크기가 커진다는 개념이다.
이렇게 위 3가지 내용에 대해 합의를 하고 수십장의 서류에 도장을 찍으면, 대출 신청이 마무리된다. 심사에는 1주일~2주일 정도 시간이 소요된다고 하였다. 당일이 되어 알게된 것은, 해당 상담사는 일종의 영업맨이고 그가 수주한 대출 신청건을 아무 지점에서든 인계받아 심사 처리를 진행하는 것이었다. 보통은 대기중인 대출 심사 건이 가장 적은 은행 지점으로 인계되는 것이 빠른 심사를 위해서 좋다. 우리도 빠른 심사를 원했기 때문에 그렇게 진행이 되었고, 승인된 이후 지점을 방문해야 할 때에 제법 고생을 하게 된다.
(7) 주담대 승인 - 지점 방문
1주일이 지나고, 무탈히 대출 승인 통지를 받게 된다. 지정된 날짜에 대출금이 들어오면 되는 것인데, 몇 가지 사전 투두를 이행하기 위해 지점을 방문해야만 했다.
주택담보대출을 진행하며 한가지 우리가 간과했던 부분은, '우대 금리'에 대한 부분이다. 주담대 '신청 조건'과 한도'가 워낙 까다로워 그것들에 대해서만 온 신경이 집중되다보니 '금리'에 대해 미처 챙기질 못했다. 그들이 내세우는 금리는 기본적으로 '우대 금리'였다. 즉, 특정 조건을 충족해야만 해당 금리가 제공되는 것이다. 이 때 특정 조건이라 함은 아래와 같다. 경우에 따라 제법 난이도 있는 조건일 수 있으니 미리 따져보는 것이 좋다. 참고로 조건에 대한 이행은, 대출 실행 이후 2개월 이내에만 이행되면 되는 조건이었다.
A. 급여이체통장설정
B. 신용카드발급 및 월 결제 30만원
C. 자동이체 3건 설정 (공과비)
D. 적금 월 10만원 이상 가입 (만기 2년)
E. 청약 월 10만원 이상 가입
F. 모바일 뱅킹 월 1회 이상 이체
다행히 큰 이슈는 없었다만, E가 제법 아쉬웠다. 어차피 아파트를 매매한 시점부로 청약과의 거리는 더 멀어졌지만, 사회 초년생부터 붓기 시작했던 기존의 청약을 해지해야만 한다는 사실이 씁쓸했다. (청약은 인당 1개씩만 가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해지 이후 그간 부어둔 돈을 수령하면서, 그리고 그 돈을 인테리어 비용에 보태게 되면서 문득, 어쩌면 기존의 청약이 가장 유의미하게 빛을 발하게 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지점에 방문 하면 위 내용에 대해 친절히 안내해준다. 이 외에 기본적으로 진행되는 다른 투두는, 어떤 계좌로 대출금을 지급받을 것인지 설정하는 것 (만약 해당 은행에 계좌가 없다면 새로 계좌를 발행해야 한다.) 그리고 해당 계좌의 비밀번호를 담당자에게 넌지시 알려주는 것인데, 후자의 경우 잔금 당일에 대출금을 매도자에게 보다 수월하게 이체하기 위함이다. 주택 매입을 목적으로 지급받은 대출금은 모바일 뱅킹이 불가능하다. 하여 잔금 당일 매도자와 매수자가 모두 모인 시점에, 내가 직접 은행 지점을 방문하여 대출금 이체를 진행해야 한다. 이것이 매우 불편하기 때문에, 미리 은행 담당자에게 비밀번호를 넌지시 알려주어, 잔금 당일 원격으로 은행에서 대신 이체를 진행할 수 있게끔 해두는 것이다.
주택담보대출은 내집 마련 전체 프로세스 내에서도 별도의 또다른 프로세스로 다뤄질 만큼 복잡하고 또 중요하다. 신청하기 이전에 갖춰야 할 조건에 대한 숙지부터, 신청 당일 구비해야 할 서류, 그 이후 우대금리를 위해 수행해야 될 투두까지, 쉬운게 하나 없다. 글에는 기재되지 않았지만, '영혼까지 끌어모으기 위해' 누구 명의로 주담대를 받는 것이 현명한지부터 따져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비단 주담대 관련한 조건만 따져볼 것이 아니라, 신용대출, 예금담보대출 등 다른 대출까지도 포괄적으로 따져봐야만 했다.
모든 투두를 마치고 이제 잔금일만 맞이하면 되었다.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액이 이체될 것이고, 우리는 계약금, 중도금 그리고 주택담보대출액을 합친 후 나머지 매매대금 잔액만 준비해두면 되는 일이라 생각했다.
순탄히 진행될 것만 같았던 잔금 일정은, 그 전날 부동산 전화 한통으로 폭풍우가 몰아치게 된다. 법무사를 구해야 하고, 인지세가 어쩌고 채권료가 어쩌고.. 금액을 딱 맞춰 준비해둔 것은 아니었지만 예상치 않게 발생하는 잔금 당일 비용이 제법 컸고 이는 하루를 남겨둔 시점에서 매우 당황스러웠다.
내집 마련 열차의 마지막 종착지인 잔금일에 대해서는 다음 편에서 알아보도록 하자.
대출승인 이후 갑작스레 맞닥뜨린 '대출규제' 소식은 심장을 철렁하게 하였다.
이미 승인된 건에 대해서는 터치가 없을 거라는 점, 내가 진행한 은행은 뉴스에서 다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 마음을 쓸어내리게 했다만, 자칫 전체 일정을 조금이라도 늦췄다면 어찌되었을지, 규제를 실시하고 있는 은행을 통해 대출을 받았었다면 어찌되었을지 생각하니 정신이 아찔했다.
부동산은 정말 어렵다. 부동산 시장 자체도 어렵고, 필연적으로 얽히게 되는 주택담보대출 자체도 참 어렵다.
본 글은 2021년 5월~8월 에 해당되는 글로서, 어쩌면 반년만 지나도 Out-dated 된 정보로 전락해버릴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