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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ephan Seo Sep 12. 2021

30살 동갑내기 부부의 내집 마련 (1)

10단계로 쪼개어 살펴보기 <계약이 성사되기까지>

이전글 : 29살 동갑내기의 결혼 준비 - 그 과정에서 느낀 6가지

2020년 2월에 쓴 위 글의 본문 6가지 중 마지막 꼭지는 아래와 같았다.

(6) 신혼집, 알고보니 가장 어려웠던 세 글자 

이 어려웠던 세 글자를 당시에는 정면돌파하지 못했다. 만 29살의 우리가 당면한 한국의 부동산 문제는 당혹스러웠다. 안그래도 '결혼' 자체에 필요한 투두가 많은 상황에서 부동산이라는 난제는 일종의 '미루고 싶은 숙제'였다. 이것을 두고 두고 후회할 거란 것을 그 때는 몰랐지만, 시간을 돌린다 해도 미루는 선택을 했을 것 같다. 그 때의 나는 지금의 나보다도 한참 어렸고 또 여렸기에. 그렇게 우리는 다소 '조급함'을 마음에 안은채 제법 빠른 의사결정으로 직장 근처 한 전세집을 얻었었다.


미루었던 숙제를 왜 더 미루지 않았을까


글쎄, 뚜렷하고 강력한 동기가 부여되었던 것은 아니다. '결혼'이라는 인생의 큰 이벤트를 맞이한 이후 지난 1년간 시나브로 남은 나의 삶에 대한 고찰이 깊게 진행되었다. 그 고찰의 결과로 나는 Work 전환을 위해 이직을 택하게 되었고, 나아가 Life 전환을 위해 아파트 매매에 나서게 되었다. 어느 정도 안정감을 얻게 된 상황에서, 더 큰 도약을 위한 에너지와 용기가 충전된 것일 수 있겠다. 여기에 전세 만기가 다가오는 시점에서 '앞으로 계속 이렇게 이사를 다녀야 하는걸까' 라는 생각과 함께, 전세였기에 마음껏 꾸미지 못했던 아쉬움을 달래고 싶은 마음이 더해져 숙제를 펼쳐보게 된 것 같다.

시장 상황은 그리 좋지 않았다. 처음 신혼집을 알아보았을 때보다도 집값은 1-2억씩 오른 상태였고, 심지어 전세 가격도 천정부지로 솟고 있었다. 지난 달 말미에는 은행 대출 규제까지 더해지면서 잔금을 치르는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칠 수가 없었다. 

애초에 투기 목적의 매매가 아닌 실거주 목적의 매매였던 만큼, 과거의 부동산이 어떠했고 앞으로의 부동산이 어찌되든, 내 발 뻗고 누울 수 있는 내 집을 마련했다는 것 자체로 만점을 주고 싶은 숙제 수행이었다.



프로젝트 여정


지금껏 내가 겪어본 부동산 거래는 원룸 월세 계약과 아파트 전세 계약 정도이고, 이것이 아파트 매매 계약과 어떤 차이가 있을지 정확히 인지하지 못한 상태로 본 여정을 시작하였다. 이제와 돌아보니 양적, 질적으로 큰 차이가 있었는데 본 여정을 시계열로 나누어 차근차근 정리해보려 한다. 


(1) 물색 (2) 통지 

(3) 가계약 (4) 계약 

(5) 중도금

(6) 주담대 신청 (7) 주담대 심사완료  (8) 은행 방문

(9) 최종 점검 (10) 잔금 


계약 단계까지의 주요 시점이 '매물 물색 기간' 과 '계약서 작성 당일' 이라면, 

계약 이후의 주요 시점은 '주택담보대출 신청 후 실행까지의 기간' 과 '잔금 당일' 이다.

본편에서는 계약 단계까지의 여정을 다뤄보려 한다.


(1) 물색 

� 지역을 먼저 MUST HAVE 기준으로 좁히고, 귀찮음을 이겨내어 발품을 판다

일단 아파트 매매에 대해 아무런 감이 없던 우리였기에, 이미 잘 만들어진 앱 서비스인 '호갱노노'를 통해 매물의 속성 값들을 파악했다. 기본적으로 매매 가격과 평수가 있겠고, 구체적으로는 세대수, 고층 여부, 근처 대중교통, 직장과의 거리, 계단식 or 복도식 등의 속성이 있겠다. 이 중 모든 것을 다 품을 수는 없기에, 잃을 수 없는 MUST HAVE 조건을 세팅하면 (슬프게도) 지역의 폭이 확 줄어든다. 그렇게 몇몇 지역을 정하고 나면 찾아둔 MUST HAVE 매물을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을 방문한다.


직접 매물을 눈으로 보고 판단하기 위함도 있지만, 온라인 상에 노출된 정보와 다른 값이 있을 수 있으니 (특히 가격) 이를 더블체크 해본다는 점과, 나아가 이와 비슷한 조건을 갖춘 Upcoming 매물을 소개받을 수 있다는 점이 어쩌면 더 강력하다. 연락처를 주고 받고 조건만 충족되면 구매의사가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남길 필요가 있다. 부동산에 직접 방문하여 깨달은 또다른 우리의 무지몽매함은 '취득세'의 존재였다. 예산의 상한선은 반드시 이 '취득세'를 고려하여 정해야 한다. 그것도 모르고 엄한 가격의 부동산 매물을 보러 갔다가는 현실적인 헛걸음을 하게 되고 만다. (가령 8억 4천짜리 아파트는 사실상 8억 7천 정도가 필요하다.) 


주말이면 쉬고 싶고 놀고 싶다. 그 사이에 원하는 매물은 다른 매수인에게 넘어간다. 이 귀찮음을 이겨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후 계약이 진행된 이후에는 실제 게임이 시작된 셈이기 때문에 귀찮아도 어쩔 수 없이 움직이게 된다. 물색 단계에서는 자발적으로 이 귀찮음을 이겨내야만 한다. 또한 MUST HAVE 를 충족하는지 꼼꼼히 확인하자. 우리의 MUST HAVE 중 하나는, '적절한 출퇴근 시간을 보장하는 거리' 였다. 하여 출퇴근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며 소요시간이 적당할지 판단해보기도 했다. 


(2) 통지

� 전세 기간이 아직 남아있다면, 집 주인과 집 주인의 공인중개사에게 이사 의사를 통지한다

그래야 다음 세입자를 구할 수 있고, 그래야 제 때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아 매매 자금에 보탤 수 있다. 이 때 우리의 이른 이사로 인해 불필요한 부동산 거래가 늘어난 셈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복비는 우리가 부담해야 한다. 또한 다음 세입자를 빨리 구하기 위해, 현재 살고 있는 집을 보러오는 예비 세입자들의 방문에 잘 대비해야 한다. 야근이 잦았던 때라 일정 맞추기가 여간 어려운게 아니었다만, 워낙 서울 전세가 품귀다 보니 비교적 쉽게 다음 세입자를 구할 수 있었다.


(3) 가계약

�맘에 든 매물을, 계약서 작성하는 날까지 누군가에게 뺏기지 않기 위해 일정 금액을 지불한다

그렇기에 가계약 위반시 매도자는 2배의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여, 100만원이든 500만원이든 누군가에게 뺏기지 않고 싶은 마음의 크기만큼 지불하면 된다. 우리보다 1,000 만원 이상 매매 대금 올려서 지불하겠다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을 것 같다면, 가계약금은 500만원 정도 설정하면 된다. 

결혼 1주년을 맞이하여 통영 여행을 내려가던 버스 안에서 우리는 가계약을 체결했다. 본래 이야기 되었던 매매대금에서 500만원을 깎았고, 부동산 중개 수수료 또한 0.05% 가 아니라 0.04% 로 진행하기로 했다. 가계약을 하고 나면 매매대금과 부동산 중개 수수료에 대한 조정이 어렵다. 가장 마지막 협의 가능한 시점에 조마조마한 가슴을 안고 부탁드렸고, 생각보다 흔쾌히 받아주셨다. 가계약금의 이체는 곧 이 모든 아파트 매매 열차의 본격 출발을 알리는 것과 같았다. 비내리는 고속도로 위 고속버스 안에서 그렇게 우리의 열차는 출발했다.


(4) 계약

✍구체적인 향후 일정을 스케줄링하고, 이를 기반으로 계약서를 작성한다

매도인과 매수자가 공인중개사와 함께 한 자리에 모인다. 성공적인 부동산 중개를 위한 모든 의사결정을 진행하고, 해당 내용을 반영한 계약 문서에 날인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여기서의 의사결정이란, '돈을 얼마씩 언제 줄 것인가', '누구 명의로 아파트를 매수할 것인가' 정도로 정리된다. 


A. 돈을 얼마씩 언제 줄 것인가

'돈을 얼마씩 언제 줄 것인가' 는 비교적 어렵지 않다. 당근마켓에서 물건을 주고 받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저 그 금액이 매우 클 뿐... 금액이 크기 때문에 한번에 이체하지 않고, 세 번에 나눠서 지급한다. 맨 처음은 계약금 (가계약금 포함), 그 다음은 중도금, 그리고 마지막이 잔금이다. 보통 계약금은 매매 대금의 10% 정도로 책정하는데, 이 또한 협의의 여지는 있다. 어찌됐든 거래를 성사시키는 것이 매도자 매수자 공동의 목표이니만큼, 매수자의 자금 유동 상황에 맞게끔 매도자도 제법 적극적으로 맞춰주기 마련이다. 


이미 계약금 만으로도 이 계약을 파기하기는 쉽지 않은 금액의 크기가 된다. 계약금이 5천만원만 되어도, 파기시 1억을 뱉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중도금을 계약 중반에 지급하는 이유는 매도자 또한 또 다른 아파트의 매수자로서 자금이 필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매도와 매수의 체인에서 어느 한 팀이라도 중도금을 요구하는 순간, 이어지는 매도 & 매수자들은 연쇄적으로 중도금을 서로 요구하게 되는 셈이다. 다만 그 크기는 그들이 매수하게 될 아파트 가격과 그들의 유동 가능한 자금 상황에 따라 상이하겠다. 우리 같은 경우에는 계약금 보다도 더 작은 크기의 금액(매매 자금의 약 7-8% 정도)만 중간에 주시면 좋겠다 하셔서 이를 중도금으로 지정했다. 이체 날짜는 계약과 잔금일 사이 중간지점 어드메로 지정하였다. 


잔금은 말그대로 계약금과 중도금을 제외한 나머지 매매 대금을 의미하기 때문에 그 크기는 앞선 의사결정들을 통해 정해진다. 잔금은 오히려 일정 조율이 중요한데, 그것이 곧 아파트의 소유권을 옮기는 날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어차피 대강의 일정 (가령 0월 말, 0월 중순 등)은 매물을 구할 때 서로 어느 정도 맞춰보았기 때문에 계약 당일에는 잔금 일정에 대해 구체적인 날짜만 정하면 된다. 기본적으로 공휴일 및 주말은 불가능하고, 급작스럽게 유동가능한 현금이 필요할 수 있기 때문에 가급적 급여일 이후로 하면 좋다. 또한 주택담보대출을 신청, 심사, 실행 받기까지 일정이 충분한지도 함께 검토해보면 좋다. 나 같은 경우에는 이직을 고민하고 있었기 때문에, 주택담보대출의 심사 조건 중 하나인 재직 기간에서 문제가 되지 않기 위해 미룰 수 있는 최대한의 날짜로 잔금일을 정했다.


B. 누구 명의로 아파트를 매수할 것인가

이렇게 '얼마씩 언제' 돈을 줄 것인지 정하고 나면, '누구 명의로' 계약을 진행할지 정한다. 사실 우리는 미처 이에 대해 깊게 고민하지 못한터라 처음엔 나의 개인 명의로 진행하겠다고 하였다가, 곧바로 공동 명의로 진행하겠다고 번복하게 된 케이스였다. 아파트는 하나의 '자산'이기 때문에, 그것도 '고급 자산'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명의 지정은 신중 또 신중해야 했으나, 이에 대한 인지가 다소 부족했던 것이다. '공동 명의'와 '개인 명의'는 아파트 자산을 혼자 100% 소유하느냐, 둘이서 50% 씩 소유하느냐의 차이이다. 그 차이로부터 양도세, 증여세, 취득세 등 각종 세금의 세율이 달라지게 된다. 세금은 누진적이기 때문에, 대상 금액이 커질 수록 세율이 높아진다. 

계약 당일 부랴부랴 '명의'에 대해 알아보던 우리

아파트 가격이 오른 후 그 차액에 대해 지불하는 세금인 양도세를 예로 들어보자. 1억이 올랐을 때 만약 50% 에 해당되는 5천만원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고 치면, 2억이 올랐을 때에는 70%에 해당되는 1억 4천만원을 세금으로 내야 될 수 있다. 이 때 '공동 명의' 인 경우에는, 2억이 올랐을 때 이를 2억 상승분으로 인식하지 않고 각 개인별 1억씩 상승했다고 인식된다. 그럼 세율은 70% 가 아니라 50%가 각각 적용되게 되어, 납부하게 되는 세금은 각각 5천만원씩 도합 총 1억에서 그치게 된다. '개인 명의'였다면 70%에 해당되는 1억 4천만원을 지급했어야 했기에, 공동명의 덕에 4천만원을 절약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아파트 가격이 얼마나 오르느냐에 따라 공동명의의 이점의 크기가 달라질 수 있기에 '나중에 집값이 오르면 그 때 공동 명의로 전환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도 해보았으나, 개인 명의에서 공동 명의로 전환하게 될 때에는 증여세, 취득세 등 자산의 분할 및 증여/취득에 부여되는 세금을 또 내야 하더이다. 이래저래 계산을 해보았을 때 공동 명의가 답으로 귀결되어 우리는 공동 명의로 다시 계약서를 작성하게 된 것이다. (지금은 차분히 글을 써내려가지만, 당시엔 정말 머리가 아팠다. 급박한 상황 속에서 중대한 의사결정을 무지몽매한 상태로 진행했어야 했기 때문에...)

참고로 공동 명의의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을 받을 예정이라면, 두사람은 반드시 배우자 관계여야만 한다. 동거인 관계로 진행한 공동 명의 아파트로는 담보 대출을 받을 수 없다. (부동산 투기로 악용될 수 있기 때문에) 이로 인해 우리는 부득이하게(?) 미뤄왔던 혼인 신고까지 진행해야만 했다. 




'돈을 얼마씩 언제 줄 것인가', '누구 명의로 아파트를 매수할 것인가' , 이 두가지가 정해지면, 그것을 기반으로 계약서 문서를 작성하고 상호 날인한다. 그리고 계약금을 그 자리에서 이체한다. 해당 서류를 기반으로 부동산은 구청에 '아파트 매매 거래가 발생할 예정임'을 통보하고, 매수자인 우리는 구청으로부터 몇 가지 서류 제출을 요구받게 된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우리는 비교적 까다롭지 않게 기본적인 서류 - 현재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의 전세 계약서 정도에서 그쳤다. 지인들 중에서는 이 단계에서 큰 스트레스를 겪은 지인들이 많았던 터라 내심 긴장했었는데 참 다행인 부분이었다.




돌아보면 아파트 매물 물색부터 계약에 이르기까지는 한달 남짓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그 짧은 기간 동안 밀도 높은 리서치와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강도 높은 의사결정까지, 결코 짧게 느껴지지 않았던 한달이었다. 더구나 평일 저녁 시간이 거의 없던 회사를 다니던 때라 그 난이도는 의도치 않게 더욱 높았었다. 


계약이 성사되었으니 이제 계약서 작성시 논의된 일정에 맞춰 자금을 준비하고 제 때에 지급하면 모든 것은 순탄히 진행될 일이었다. 하지만 그 자금 준비 자체는 역시나 별도의 중대한 프로젝트였다. 신용대출, 예금담보대출, 주택담보대출 그리고 그 외의 자금 유통 방식에 대한 고민을 시작으로, 각각을 위해 필요한 선결 조건들 - 이를테면 DTI (Debt to Income), 재직 조건 등에 대한 무결성 완비, 실제 대출 심사 이후 사후 충족 조건 이행까지 뭐하나 쉬운 게 하나 없었다. 또한 제 때에 지급하는 것(잔금을 치르는 것)도 단순히 개인 간의 금액 이체에 그치는 것이 아니었다. 법무사를 대동하여 소유권 이전과 저당권 설정을 해야만 했고, 국가에 신고를 하며 각종 세금도 함께 치러야 했다.

 

계약 단계까지의 주요 시점이 '매물 물색 기간' 과 '계약서 작성 당일' 이라면, 

계약 이후의 주요 시점은 '주택담보대출 신청 후 실행까지의 기간' 과 '잔금 당일' 이다.

다음편에서는 계약 이후의 여정을 다뤄보겠다. 



가장 기억의 남는 순간을 꼽으라면, 

하남 매물을 살펴볼 쯤, 퇴근 시뮬레이션을 한번 해본 후에 결국 드랍하기로 결정했던 날

면목동 매물 계약 직후, 근처 KFC 에서 늦은 점심을 먹으며 부랴부랴 공동명의로 다시 계약할지 논의했던 날 


삶은 갈수록 의사결정의 기회비용이 점차 커진다. 

그 속에서 우리는 얼마나 성장하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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