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지르르한 외견이 아닌 건실한 내면이 갖는 가치
글로벌 서비스, DAU 200 만, 10명 남짓의 소수 정예 인원, 그럼에도 월 매출 10억을 찍고 있고 여전히 숫자적으로 성장을 하고 있으며, 그 이후의 넥스트 스텝에 대한 고민까지 병행하고 있는 '이상적인 스타트업'. 그것이 내가 알고 있던 '알라미'라는 서비스였다. 어찌 보면 나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초점을 맞췄던 부분은 눈에 띄는 화려한 '외견'이었던 셈이다. 유틸리티 서비스인 '알람 앱'에 대한 흔한 편견을 가볍게 뒤집어 버리는 강렬한 팩트들이다 보니 일종의 반전 매력으로서 더 어필이 되었을 수도 있겠다. 물론 '외견'과 별개로 내적 요소인 인재 밀도, 일하는 방식, 주요 복지 제도 등에 대해서도 아예 무지했던 것은 아니다. 허나 확실한 건, 입사 이후 3개월간 지속적인 신선한 충격을 선사해준 것, '오랜만의' 큰 성장의 동기부여가 되어준 것은 나의 이목을 사로잡았던 '외견'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러한 '외견'을 견고하게 다져올 수 있던 근간이 되어준 알라미만의 '내면'이 존재했다. 그 내면의 매력을 통해 얻은 성장과 배움을 일일이 나열하고 싶지만, 실무와 관련된 굵직했던 것들만 회고 형식으로 한번 되돌아보려 한다.
[Good] 데이터 기반의 뾰족한 문제 정의
[Good] 유저 중심적 사고
[To Improve] ICE 점수에 기반한 고른 플래닝
데이터 기반의 의사 결정을 하는 조직도 많지 않거니와, 의사 결정에 대상이 되는 '투두' 보다도 '투두'를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훨씬 더 집중하는 조직은 정말 드물다. 앞선 글 : Product Manager 직무에 대한 고찰 -
Backlog Manager 와의 차별점에 보다 상세히 다루었지만, PM 들의 보편적인 하루는 쌓여있는 (주어지는) '해야 할 일(백로그)'들의 늪에서 우선순위를 정하고 담당 개발자/디자이너와 소통하여 이를 딜리버 하는 나날이다. 쌓여있는 일들을 기한에 늦지 않게 쳐낸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을 수 있으나, 그들의 하루에는 'Why'가 결여되어 있다. 'Why의 결여'는 여러 방면에서 건강하지 않은 상태를 뜻하는데, 1차적으로는 실무자의 동기부여를 크게 떨어뜨리며, 2차적으로는 프로덕트에서 개선하고자 하는 문제점에 대한 개선마저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알라미에서의 백로그는 다르다. 매주 CEO (CPO)를 포함하여 각 팀의 PM들이 모여 각자 가져온 백로그들의 문제 정의를 치열하게 싱크한다. 각 PM들이 들고 오는 백로그부터 이미 '무엇을 할지' 보다도 '왜 이것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으로 가득하다. 납득이 되지 않는 부분들에 대해 보충 설명을 진행하고, 보완해야 될 부분들에 대한 피드백을 주고받는다. '왜 해야 되는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는 경우더라도, 문제에 대한 정의가 충분히 날카롭지 않으면, 더 큰 임팩트를 낼 수 있게끔 다듬을 방향에 대해 서로 조언을 전한다. 문제 정의 자체에 많은 시간을 쏟고, 또 그것을 다듬기 위해 매주 90분의 시간을 CEO와 함께 쓴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문제 정의에 투자를 하는 것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뾰족한 문제 정의를 위한 첫걸음
이 같은 환경에서 내가 제일 먼저 진행했던 것은, 팀 내에서 매주 진행하는 지표 미팅의 목적을 재설정하는 것이었다. 앱 서비스의 '구독' 매출은, 마치 여느 커머스에서의 '매출'과 같이 일정하면서도 주요한 유저 퍼널이 존재한다. 유저를 획득하고, 회원 가입을 시키고, 특정 페이지에 노출시키고, 장바구니에 구매 물품을 추가하게끔 하고, 최종적으로 구매까지 도달하게 하는... 서비스마다 조금씩 디테일은 다를 수 있으나 얼추 위와 같은 플로우이다. 입사 직후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내가 처음 접한 앱 구독 퍼널은 그것보다도 심플했다. 앱을 설치하고, 7일 무료체험을 시작하고, 7일 뒤에 실제 구매로 전환되고, 이후 구독을 계속 유지하는 퍼널. 각 단계별로 유저가 얼마나 이탈하는지를 매주 모니터링하며 큰 특이사항이 있는지 정도를 모니터링하는 것이 바로 지표 미팅의 기존 목적이었다. 구독 상품이 출시된 지 오래되지 않았고, PM의 자리가 공석이었던 만큼 구독 서비스가 On Track 인지 여부 정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충분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지표의 등락이 있을 때, 가령 무료 체험 전환율이 크게 떨어졌을 때, 왜 떨어졌는지를 뾰족하게 파악하는 것이 어려웠다. 또한 7일 뒤의 구매 전환율이나, 30일 뒤의 구독 취소율 등의 지표는 지나치게 후행지표 (오래 기다려야 확인할 수 있는 지표)이다 보니 문제를 확인한 시점에 원인을 찾아 대응하기에는 시간 차이가 너무 컸다. 마냥 하면 좋은 것들로 백로그를 만드는 거라면 이 상황이 그리 문제시되지 않았을 수 있겠으나, 알라미의 PM 은 '왜 이 백로그를 진행해야 되는가'가 충분히 명확하고 뾰족해야 되다 보니 지표 모니터링 프로세스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되었다. 하여 먼저 지표 모니터링의 목적부터 재설정했다. 우리의 지표가 순항하고 있는지 여부만 살펴보는 것에서 더 나아가, 순항하지 않을 경우 그 원인을 찾아 개선의 시드로 마련하는 것까지를 지표 목표로 삼았다. 그리고 이를 보다 수월하게 하기 위해, 문제 정의를 아주 날카롭게 하기 위해 아래와 같은 이니셔티브를 가져나갔다.
1. 퍼널 쪼개기
말 그대로 퍼널을 보다 상세하게 쪼개서 살펴보는 것이다. 신규 설치가 발생하고 무료 체험까지는 수많은 여정이 존재한다. 그중 정량적으로 많은 유저들이 걷는 메인 여정들을 두세 개 뽑고, 각 여정별로 정확히 어느 지점에서의 이탈률의 등락이 무료체험 전환율 등락에 영향을 끼쳤는지 살핀다. 이렇게 되면 훨씬 뾰족하게 개선할 지점과 개선을 해야 될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구매 페이지에서도 마찬가지다. 구매 페이지로의 진입률이 낮은 건지, 진입 이후에 체험 시작하기 버튼 클릭률이 낮은 건지, 시작 버튼 클릭 이후의 이탈률이 높은 건지 모조리 쪼개어 보기 시작했다.
2. 유저 코호트 쪼개기
알라미는 다양한 속성의 유저들이 섞여 있다. 유저들의 국가와 OS 뿐 아니라, 앱이 설치된 이후 어떤 경험을 하였는가로 쪼개면 무수히 많은 속성의 유저 코호트로 나뉘게 된다. 그중 가장 속성이 다름직한 코호트를 상정하고, 이를 기반으로 우리의 주요 지표인 무료체험 전환율과 구매 전환율을 살펴보면 자못 흥미로운 개선 시드들을 찾아볼 수 있다. 앱 첫 실행 시 진행되는 온보딩을 끝까지 본 유저와, 중간에 건너뛰기한 유저는 이후 행동 패턴이 어떻게 다를까. 중간에 온보딩을 건너뛰기한 유저 중에서도 몇 번째 단계에서 건너뛴 유저들이 가장 체험 전환율이 낮을까. 이런 식의 접근은 유저 새그맨트 중 지표가 우수한 새그맨트의 공통 속성을 찾아 (가령 온보딩을 끝까지 보았다 등), 비슷한 속성을 전체 유저에게 심어줘 보는 실험으로 발전할 수 있다. 물론 늘 명확한 근거에 기반하여 코호트를 쪼개 보는 것은 아니다. 어느 정도 감에 의존하여 찔러보는 것이기 때문에 제법 시간 소요가 많이 되었지만, 오히려 이것은 이후 충분히 유의미한 가설을 뽑아내었을 때의 희열의 크기를 배가시켜주었다.
이 외에도 후행 지표를 보다 빠르게 확인하기 위한 선행 지표 마련에 힘써 구독 이탈률을 확인할 수 있는 시점을 2주 앞당겼고, 주요 지표와 상관관계가 높은 다른 이벤트를 찾아 해당 이벤트 수를 증대시키기 위한 가설을 마련해보기도 했다. 뾰족한 문제 정의를 위한 첫걸음이었던 만큼 가끔 엄한 방향으로 발을 내딛으며 시간을 낭비하기도 했으나, 결코 헛된 시간이 아니었다. 오히려 문제를 뾰족하게 정의하는 Product Manager의 본질적 역할에 대해 단시간 내에 깊게 훈련해볼 수 있던 값진 시간이었다.
PM 의 기획은 유저들을 위한 기획이라는 것이 당연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생각보다 많은 회사들은 '돈'이 되는 기능을 기획하고 역으로 유저들이 해당 기능을 쓰게끔 강요한다. 단기간에 엑싯할 생각에 부푼 스타트업이라면 더욱이 각종 tactic을 써서 매출과 이익을 올리는 데에 집중할 것이다. 하지만 알라미는 달랐다. 모든 의사결정의 기반에는 유저가 놓여 있다. 또한 여러 그룹과 팀의 '유저를 위하는 마음'이 동일한 방향으로 향하게끔 유저들에게 제공하고자 하는 가치에 대해 부단히 싱크를 나누곤 한다.
매주 1회 CEO(CPO)를 포함하여 운영 그룹과 PM 그룹이 한 자리에 모여 1주일간 인입된 VoC (Voice Of Customers)를 모두 살핀다. 운영 그룹에서 각 VoC 들을 카테고리로 모으고 특이사항을 꼽아주는 정도의 초벌구이를 해주지만, 여전히 모든 VoC를 모두가 살핀다는 점에서는 달라지는 게 없다. 그들이 겪는 불편과, 우리 서비스를 아끼는 칭찬과 격려의 메시지, 그리고 여러 제언들을 두루 살피며 - 다소 정성적이지만 - 지속적으로 인입되는 내용들이거나 크리티컬 한 내용들에 대해서는 즉각 팔로업하여 제품에 반영한다. DAU 200만 명의 글로벌 앱 서비스의 VoC를 모두 매주 살펴본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것이다.
각종 실험에 대한 분석을 할 때에도 이러한 유저 중심적 관점을 늘 견지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입사 전부터 진행되고 있던 여러 실험들의 모수가 어느 정도 확보되어 분석을 해보니 동일한 실험이었음에도 OS 별로 위너가 다르게 나왔다. 한쪽은 실험군이 이겼고, 다른 한쪽은 대조군이 이긴 것이었다. 우리가 전달하는 메시지는 동일한데도 실험 결과가 다르게 나온 이유는 무엇일까. 흔히들 OS 별 유저 속성 차이에서 꼽곤 한다. Android 유저와 iOS 유저는 서로 좋아하는 경험이 다를지도 모른다고. 하지만 곧바로 이러한 사고로 이어지기 이전에, 알라미에서는 우리의 기획이 유저 입장에서 두 OS 간 동일하게 전달된 것일지 되짚어봐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사실 현재 우리 서비스는 설치 직후 진행되는 온보딩부터, 온보딩 이후 랜딩 되는 지점, 제공되는 화면의 UI 등 동일하다고 하기엔 무색할 정도로 많은 부분에서 OS 간 차이가 존재한다. 무료체험이라는 이벤트가 발생하기까지의 모든 여정 내에서의 차이점들을 종합해본다면, 실험 결과가 다르게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닐지 모르겠다.
분석 단계에서 뿐 아니라 기획 단계에서도 무작정 두 OS의 기획안을 동일하게 가져가는 것을 지양한다. 상이한 유저 경험은 상이한 실험 결과를 낼 수 있음을 주지한 상태에서, 각 OS의 유저 경험에 맞춰 기획안을 조정한다. 궁극적으로는 두 OS의 경험의 차이를 없게끔 하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어쩌면 이러한 세세한 조정들이 오히려 경험의 차이를 계속 벌리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냥 지금부터라도 모두 동일한 기획안으로 통일 적용하면 간단한 거 아닌가?' 현재 유저들의 경험을 중시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빠르고 간단한 방법일 수 있다. 조금 돌아가는 것처럼 보일 수 있어도, 가장 확실하게 우리가 원하는 바 - 기획자가 원하는 서비스가 아니라, 유저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 를 달성할 수 있는 길을 조심스럽게 걷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로스 해킹에 기반한 UI/UX 넛지, CRM 넛지 등에 대해서도 늘 치열하게 고민하고 실험하고 분석한다. 알라미는 이미 사용 가능한 툴 (ASO, MMP, CRM, Analytics 등 업계 Top Tier의 툴들을 두루 갖추고 있다)이 많고, 수많은 실험 이터레이션을 통해 지표 상승을 위한 단기적 인사이트도 어느 정도 있다. 앱 배포 주기도 2주 단위로 촘촘히 되어 있어 환경적으로도 그로스 해킹을 하기에 참 좋은 환경이다. 그럼에도 단기적인 Tactic 에만 집착하고 몰두하는 여느 회사들과 다르게, 프로덕트의 본질에 보다 집중하며 유저들이 원하는 가치와 기능을 제공하기 위해 깊게 고민하는 문화는, 나로 하여금 Product Manager 가 갖춰야 하는 자질에 대해 다시금 돌아보게 만들었다.
우선 순위에 기반한 플래닝을 위해 알라미에서는 PM들이 각 백로그마다 ICE 점수를 부여한다.
ICE = Impact + Confidence + Ease
이 백로그로 낼 수 있는 임팩트의 크기가 얼마나 큰가, 그 임팩트를 낼 수 있는 확률은 얼마나 높은가, 그리고 상세 기획부터 디자인, 개발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가를 기준으로 ICE 점수를 산정한다. 그리고 ICE 점수가 높은 순으로 디자인 & 개발이 진행된다.
이번 분기는 기획도 모두의 노력으로 잘 뽑고, ICE 점수도 잘 산정했음에도 팀의 3분기 백로그 완수율 자체가 저조했다. 왜 그랬을까. 돌아보면 일정을 플래닝 함에 있어서 합산된 ICE 점수 이외에 개별 I, C, E 점수도 고려했었어야 했는데 미처 그러질 못했던 것이 원인인 것 같다.
'E'가 낮은 백로그 (난이도가 어려운 백로그)를 기한 내 무탈히 딜리버 하기
단순한 Tactic 을 위한 백로그가 아니라 본질에 집중하여 주요 기능들을 개선하는 백로그는 특성상 개발 청크 자체가 굉장히 크다. 또한 지표 개선에 다소 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진행 간에 동력(모티베이션)이 다른 과제보다 떨어지기 쉽다. 과제의 크기를 보다 잘게 쪼개어 더 작은 단위의 백로그를 생성하고, 목표로 하는 개선 지표도 마찬가지로 보다 상관관계 높은 지표로 쪼개었다면 훨씬 더 속도감 있게 Progress를 낼 수 있었을 것 같다. 또 제법 오랜 스프린트에 걸쳐 진행되다 보니 'Why' 에 대한 명확도가 점점 떨어지는 문제도 있었는데, 이 또한 주기적으로 인입되는 관련 유저 VoC를 리마인드 해주었더라면, 그 명확함이 끝까지 유지되었을 것 같다. 예를 들어, 특정 기능의 알고리즘을 고도화하는 과제의 경우 제법 오랜 기간 지속되었는데, 해당 기능의 간헐적인 오작동으로 인해 불편을 겪는 유저들의 목소리를 중간에 한 번이라도 공유했다면, 해당 백로그의 'Why'가 계속해서 탄탄했을 것이다.
'E'가 높은 백로그 (난이도가 쉬운 백로그)를 기한 내 최대한 많이 딜리버 하기
애석하게도 빡빡한 개발 리소스상 'E'가 낮은 백로그를 진행하면서 병렬적으로 'E'가 높은 백로그를 함께 진행하기는 어려웠다. 물론 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E'가 낮은 백로그의 크기를 잘게 쪼갠다면 모든 백로그의 'E'가 높아져 여러 개를 병렬적으로 진행해볼 수도 있었겠다.
헌데 아예 개발 디펜던시에서 자유로운 기획을 냈다면 'E'도 아주 높겠거니와, 아무 문제없이 실험 이터레이션을 빠르게, 많이 돌리며 여러 시드들을 얻었을 수 있을 것 같다. '브레이즈'라는 CRM 툴을 이미 연동해둔 알라미였기에, 간단한 그로스 해킹 실험들을 별도 개발 진행 없이 내가 직접 브레이즈를 통해 돌려볼 수 있었다. 뒤늦게 알고 보니 보다 임팩트를 내기 위한 제반 작업 (딥링크 개발, 이벤트 추가 삽입 등)이 필요하긴 했으나 이 모든 것을 고려하여 분기 초에 플래닝이 되었다면 더 많은 실험 진행을 통해 목표로 하고자 했던 지표를 달성, 내지는 유의미한 시드를 더 많이 얻었을 것이다.
'I'가 높은 백로그(임팩트가 클 것 같은 백로그)와
'C'가 높은 백로그(확률이 높은 백로그)를 고르게 딜리버 하기
3분기에는 2분기부터 이어져온 실험 분석이 더러 있었는데, 실험 결과들이 의도했던 것과 다르게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모두 임팩트(I)는 클 거라 기대된 백로그들이었지만, 가능성(C)이 낮은 터라 결과적으로 모두 대조군의 승리로 끝나게 된 것이다. 아무래도 리소스 이슈가 크다 보니 플래닝 시 'Ease'에만 집중을 하기 쉽고, 또 직관적으로 Impact가 있을 것 같은 백로그를 먼저 진행하려다 보니, Confidence 가 높은 백로그들이 선택받기가 어렵다. C 가 높은 백로그들은 일단 배포되면 임팩트 크기는 작더라도, 확실히 그 임팩트를 낼 수 있는 과제들이라는 점에서 분명 의미가 있다. 또한 그것들이 누적되면 임팩트 크기도 커지게 된다. 진행 간에 팀 내 자신감 고취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그럼에도 Impact와 Ease에 밀려 상대적으로 덜 중시받다 보니, 결과적으로 대조군들을 이긴 실험군을 얻지 못하게 된 것이다. 계란을 몽땅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말이 있듯, 적절한 분산 투자(?)는 제품 기획 플래닝에 있어서도 한 번쯤 고려해봄직한 전략일지도 모르겠다.
나의 첫 3개월에 대한 회고가 우리 팀 성과에 대한 3분기 회고와 뒤섞여버려, 부득이하게 업무와 관련된 Good, To Improve에 대해서만 짚어보았다.
이 외에도 '무엇이든 공유, 소통하는 문화', '피드백을 서로 눈치 보지 않고 주고받을 수 있는 문화', '성장을 추구하는 사람들로 구성', '완벽한 자율과, 그것이 증폭시키는 오너십', '스크럼 운영 방식을 비롯한 탄탄한 협업 프로세스' 등 하루하루 나의 아드레날린 분비를 촉진시켜주는 알라미만의 매력이 곳곳에 놓여있었다. 잃어버렸던 '워라벨'도 되찾았으나, 그것은 내가 중시하는 다른 매력들에 비하면 사실 별게 아니다. 워라벨 좋은 회사들은 오히려 바깥세상에도 즐비하다. 하지만 위에 내가 꼽은 매력들을 하나라도 갖춘 회사를 찾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렇게 3개월이 지나고 맞이한 분기말 워크숍에서 정말 오랜만에(?) 알라미의 화려한 외견을 마주하고 새삼 놀랐다. 이번 3분기 매출 성장률과, 이익률 - 그리고 그것이 최근에 스웨덴 시장에 2,000 억 원 밸류에 상장한 SleepCycle과 견주었을 때에도 결코 뒤처지지 않는 수치라는 사실. 내가 입사 초기와 달라진 점은 그러한 알라미의 외견이 자랑스럽고 든든하다고 느끼는 것에서 나아가, 회사의 성장에 나는 어떠한 방식으로 기여하였는가 돌아보게 되었다는 점이다. 분명 나 자신은 크게 성장하였는데, 회사도 나의 성장 폭만큼 성장한 것일까. 그리고 4분기 말 워크숍에서는 어떠한 감정을 느끼고 회고를 할 것인가. 벌써부터 기대가 되는 10월의 시작이다. :)
이제 곧 새 오피스로 이사간다는데, 으아아아 기대된다 다음 분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