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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ephan Seo Jul 02. 2022

그로스 팀의 회고 문화

어제보다 더 나은 우리 팀이 되기 위하여

지난 글 그로스 팀의 지표 미팅 (1) - 그로스 해킹 방법론에 입각한 알라미의 구독 지표 모니터링 에서 아래와 같이 그로스 해킹 프로세스를 간단히 정리한 바 있다

제품 그로스를 위한 여러 가설들을 세울 때에 제품 데이터 (또는 유저의 목소리)에 기초하며, 해당 가설들에 대해 우선 순위를 함께 정의한 이후 디자인/개발이 완료되어 배포가 되면, 가설의 성패를 분석하고 후속 가설 및 레슨을 도출하는 일련의 제품 성장 프로세스이다. 각 백로그들이 위와 같은 파이프라인을 거쳐갈 때에 시기적절한 (최소한의) 협업 미팅을 진행하는데, 스프린트 플래닝 미팅과 스프린트 리뷰&회고 그리고 지표 미팅이 바로 그것이다. 지난 글에서 유독 특별한 딜라이트룸 섭스쿼드의 지표 미팅을 다뤘다면, 본 글에서는 또 다른 의미로 특별한 딜라이트룸 섭스쿼드의 회고 문화를 다뤄보려 한다. 




회고의 목적


회고는 보통 리뷰와 함께 진행된다. 스프린트 리뷰를 하며 이번 스프린트에 진행된 내용들에 대해 싱크를 맞춘다. 실험 분석 내용을 공유하고, 디자인 작업물을 공유하고, 개발 데모를 공유한다. 그리고 진척된 프로그레스에 맞춰 파이프라인에 각 백로그들이 놓인 상태값을 업데이트한다. 이어서 진행되는 회고의 목적은 앞서 진행한 '리뷰' 때 더 양질의 결과물들을 싱크할 수 있게끔, 다음 스프린트에 우리 팀이 더 잘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하기 위함이다. 리뷰 때 싱크한 각자의 투두들을 진행함에 있어 좋았던 점이 무엇인지, 또는 개선할 점이 무엇인지 전방위적으로 살펴보고 의견을 나눈다. '감기 기운이 있어서 하루 푹 쉬었던 것이 효과적이었다', '스프린트 주기가 길었던 스프린트였어서 중간에 팀 런치를 한번 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 '중요한 코드를 건드리는 작업이라 코드 리뷰가 길어졌다. 다음 플래닝 때는 예상 소요 시간을 더 넉넉히 잡아야겠다' 등, 나누는 이야기의 목적이 우리 팀의 협업 능률을 올리기 위한 목적이기만 하면 무엇이든 나눌 수 있다.


섭스쿼드이 회고가 특별한 이유 


생각보다 쉽고 간단해 보이는 회고 프로세스이지만, 조직마다 제대로 동작하는 경우가 사실 드물다. 벌어졌던 현상들에 대해 지나치게 피상적으로 훑기 일쑤이고, 몇몇 주요 현상들을 아예 다루지 않고 스킵하는 경우도 많다. 이처럼 대충 형식적으로 진행되는 '회고'는 팀의 개선을 끌어낼 수 있는 뾰족한 액션 아이템을 도출하지 못한 채 끝나게 된다. 그리고 이미 겪었던 시행착오들에서 아무런 레슨을 얻지 못하고 동일한 비효율을 재차 겪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딜라이트룸의 섭스쿼드는 그 반대이다. 매 스프린트 회고 때마다 영양가 넘치는 회고 포인트들이 넘쳐나고, 그 액션 아이템들 덕에 점차적으로 팀 능률이 개선됨을 모두가 느끼고 있다. 

다른 조직들과 달리, 우리 조직의 회고가 제대로 동작하는 비결을 아래와 같이 정리해본다.

1. 솔직함

'이번 스프린트에 있었던 일들에 대해 얼마나 솔직하게 공유할 수 있는가', 이는 본인의 약점을 숨기지 않고 드러낼줄 알아야 된다는 점에서 난이도가 높은 조건이다. 괜한 자존심으로 본인의 실수를 덮으려 하거나, 대수롭지 않게 취급하면 팀의 성장은 있을 수 없다. 섭스쿼드는 구성원들이 각자의 실패/실수 경험을 솔직하게 공유할 줄 알고, 이를 공유받은 동료들은 이에 대해 질책/힐난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상심을 위로해주며 재발 방지를 위한 액션 아이템을 함께 고민해준다. 일명 '당나패 (당신을 위한 나의 실패)'라고 일컫는 이 문화 덕에, 구석구석 놓치기 쉬운 팀내 문제점들을 짚어보고 개선 포인트들을 잡아간다. 이러한 솔직함은 비단 개선할 점에서만 빛을 발하는 것이 아니라, 좋았던 점을 극대화해주기도 한다. 낯부끄러워 하기 힘든 감사의 메세지를 진솔한 마음을 담아 묵직하게 전해본 적이 있는가. 섭스쿼드는 매 회고 때마다 서로에게 느낀 감사함을 가감없이 전하고 있고, 이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강력한 Team bonding 으로 이어져 팀내 협업 능률 증대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 이러한 '솔직함'이야말로 건강한 회고 문화에 반드시 필요한 제1 조건이라 생각한다.


2. 뾰족함

솔직함과 더불어 섭스쿼드의 회고 내용들은 뾰족하다. 벌어진 현상들의 원인을 깊게 파헤쳐, 단 하나의 뾰족한 원인을 찾아낼 줄 안다. 회고의 내용들이 뭉툭하면, 액션 아이템도 모호하게 도출되고 그 개선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쉽다. 가령 '야근을 많이 해서 피로가 누적되었고, 능률이 저하되었다.' 에서 현상 정돈이 그치면, 액션 아이템은 '야근을 적게 해야겠다.'가 되어버린다. 여기서 왜 야근을 많이 했는지 두어번 더 깊게 생각을 해보아야 한다. 가용 리소스 대비 플래닝을 과도하게 한 것이 원인인지, 예상치 못한 서프라이즈가 많아서 야근을 한 것인지, 실험 분석에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린 것인지 - 각각에 따라 대응해볼 수 있는 액션 아이템은 달라지고, 그 효능 효과도 달라진다. 결국 이는 회고에 얼마나 진지하게 임하는가(의지의 영역)와 문제 정의를 얼마나 뾰족하게 할 수 있는가(역량의 영역)에 달려있는 것인데, 우리 섭스쿼드는 의지와 역량이 모두 충만한 동료들로 구성되어 있나보다. 깔깔.




2분기 스프린트4의 회고 내용 중 캡쳐

회고 시간이 되면, 지난 2주동안 있었던 이벤트들을 일렬로 나열하고, 굵직한 자극을 주었던 이벤트들을 마킹한다. 일종의 회고 재료를 모으는 시간을 갖는 셈이다. 이를 기반으로 좋았던 점(Good)과 개선할 점(To Improve)을 각자 20분 정도 정성들여 작성한다. 지난 2주를 차분히 돌아보며 솔직하고 뾰족하게 현상들을 적어본다. 이 때 회고의 효능감을 느낀 사람일수록 회고에 더 솔직해지고 싶어지고, 더 뾰족해지고 싶은 욕심이 생기기 마련이다. 멤버들 중에 몇몇 멤버들은 회고에 너무 진심인 나머지, 전날 밤에 더 오랜 시간을 공들여 작성해온다. 마치 누가누가 더 회고를 잘하나.. 대결하는 것처럼...!  



솔직함과 뾰족함을 겸비한 섭스쿼드는 그만큼 회고에 진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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