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셋에 가려질 위험에 처했던 프리미엄 기능, 빛을 보다
올해 초 구독 스쿼드에서는 기존의 무료 기능인 '수학 미션'에 대응되는 프리미엄 미션 '부호 맞추기 미션'을 출시했다. 단순히 수학 계산을 하는 것보다 재미 요소가 더해진 미션이기 때문에 구독 전환에 쏠쏠한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했다.
기획 당시에 주요 안건 중 하나는, 이 부호 맞추기 미션의 위계를 어떻게 할 것인가였다. 이미 존재하던 무료 미션에 대응되는 프리미엄 미션이 출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기 때문에 제법 중요한 의사결정 지점이었다.
기존의 미션들과 동일한 선상에 놓는, 또다른 미션 중 하나로 포지셔닝 할 수도 있었고 (아래 이미지에서 1안), 수학 미션 하위에 advanced feature 로서 별도 위계로 놓일 수도 있었다. (아래 이미지에서 2안)
좀더 멀리 내다보았을 때 한 뎁스에 너무 많은 미션들이 보여지면 인지에 어려움을 낳을 것 같아 '2안'과 같이 뎁스를 두어 위계를 나누기로 했다. 하여 수학문제 설정 화면 내에, 기존의 무료 미션을 '숫자 계산하기'로 두고, 새로운 프리미엄 미션을 '부호 맞추기'로 두었다.
이 때 프리셋은 무료 미션인 '숫자 계산하기'로 설정했다. 구독 전환율 측면에서는 부호 맞추기를 프리셋으로 해두는 것이 좋았겠지만, 기존의 '숫자 계산하기'가 가장 인기가 많은 미션이라는 점과 괜히 수학 미션 전체가 유료라는 오해를 야기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신규 기능을 출시하였고,
결과는 참담했다.
'부호 맞추기'를 하기 위해 무료체험으로 이어지는 유저는 하루 1~3명에 그쳤고, 애초에 설정을 시도하는 유저의 비중도 0.13% 에 그쳤다. (설정을 시도할 때 구매화면이 노출된다.)
유저들이 설정 시도부터 안했다는 점에서, 프리셋의 강력한 힘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고 판단했다. 프리셋으로 설정되어 있는 값을 잘 바꾸지 않는다는 것은 예전 30분 작업으로 30% 매출을 올린 프리셋 실험 글에서도 다뤘고, 제품 내 여러 설정 화면들에서 쉽게 발견되는 현상들이다. 이번 케이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더군다나 가장 인기있는 미션인 '수학 계산하기 미션'이 프리셋이기 때문에 더욱이 바꿔볼 유인이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프리셋을 '부호맞추기'로 변경하는 것은, 구독을 늘리기 위해 유저의 불편을 야기하는 행위로서 제품 전반적인 관점에서 주객이 전도되는 행위였다.
어쩔 수 없이 뎁스를 없애보기로 했다. 위계를 하위 미션으로 나누지 않고, 다른 미션들과 동일한 선상에 놓아 보는 것이다. 당초 위계를 두기로 했던 것은 한 뎁스에 지나치게 많은 미션들이 놓이는 것에 대한 인지 부하 염려였는데, 당장 추가되는 미션은 1개 뿐이기도 하거니와 뎁스 구분 방식 외에 추후 미션 리스트 내 UI에 변화를 주는 방식으로 인지 부하 문제를 덜어보기로 했다.
하여 아래와 같은 변화를 주었다.
결과는 괜찮았다.
'부호 맞추기'를 하기 위해 무료체험으로 이어지는 유저는 하루 10명~30명에 이르렀고, '부호 맞추기' 설정을 시도하는 유저의 비중도 25배 가량 올랐다. 무료 체험자가 기존보다 10배나 늘어난 셈이다. 다른 무료체험 전환 지점(엔트리포인트)들까지 다 합쳐서 놓고 보면, 해당 엔트리포인트만에서의 10배 증진은 미미해보일 수 있지만, 이 비슷한 전략을 다른 엔트리 포인트까지 확대 적용하면 이야기는 달라질 것이다. 각 프리미엄 기능들이 현재 최적의 위치에 놓인 것인지 재검토를 해보기 시작했다.
또한 부호 맞추기 미션으로 알람을 해제하는 유저 수(실제로 매일 사용하는 유저)도 10배 가량 성장하여, 기존의 프리미엄 미션 알람 해제의 수치를 유의미하게 쫓기 시작했다. 신규 구독 유저 수가 누적되면 금세 따라 잡을 것으로 보인다. 모쪼록 구독의 만족도까지 높여 구독 유지율까지도 좋은 기여를 해주길 바라본다.
프리셋으로 설정된 다른 기능의 그림자에 가려 어둠 속에 놓여있던 프리미엄 기능을,
그 가치를 더 돋보이게끔 위치를 조정하여 빛을 보게 한 이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