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어쩌다가 스타트업에 왔어요 ?

내가 업계에서 가장 많이 받은 질문

by Stephan Seo

나는 어쩌다가 스타트업에 왔을까, 앞으로도 계속 나는 스타트업에 다닐까.

결혼 1년차, 인생 제2막을 열면서 커리어에 대한 고민은 깊어진다.
지난 5년을 찬찬히 돌아보며 굵직했던 사건 위주로 13부작 글을 써보려 한다.

스타트업 종사자들로부터는 많은 공감과 피드백을 기대하고, 또 스타트업 종사를 희망하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인사이트를 줄 수 있기를


어느덧 업계에 발을 들인지 6년차, 만 5년이 넘었다. 업계의 특성답게 지난 5년 간 수많은 회사들이 생겨나고, 사라지고 또 합쳐지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들이 생겼다가 없어졌다. 그런 변화들이 있는 와중에 질문 하나는 늘 변하지 않고 한결같다. 업계 안팎을 막론하고 만나는 사람들마다 처음 묻는 질문 중 단골 질문은 바로 이것이다. "어쩌다가 스타트업에 오셨어요?"


학교(서울대학교)와 전공(경제학) 특성상 스타트업계 종사 비율은 (통계를 살피진 않았지만) 주변 모수만 따져봐도 2-3 % 남짓이다. 적게 잡아도 30% 는 행정고시 (또는 외교원) 준비로 빠지고 15% 정도는 공기업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수출입은행 등)으로 진로를 잡는다. 그리고 또 하나의 큰 축은 로스쿨로서 약 2-30% 정도를 담당하고, 나머지는 대기업이 책임진다. 그럼 나는 대체 어쩌다가.. 올해가 스타트업에서 맞이하는 6년차일까..?


현대 사회의 특성에서부터 이야기를 하자면 말이 매우 길어지겠지만, 짤막하게 앞에 덧붙이자면 모바일 기반의 스타트업 업계야말로 우리 세대의 삶의 양식을 그대로 녹여낸 업계라고 생각한다. 변화가 빠르고, 그런 변화를 추구하며 미래를 위한 안정적인 현재의 영위보다는, 현재를 위한 다이나믹한 현재를 추구한다. 일상 속 모바일 앱 내에서의 컨텐트 소비 습관만 보더라도 훨씬 인스턴트하다. 호캉스, 소확행, 각종 패스티벌 등 저축을 통한 미래의 행복 보다는 소비를 통한 당장의 행복을 추구한다. 물론 그러한 생활양식의 특성을 고려하여 스타트업을 선택했던 것은 아니었다. 어쩌다보니 발을 들이게 된 것이고, 어쩌다보니 나와 잘 맞았던 것일뿐.


각설하고 (이미 말이 길었지만) 때는 2015년 7월, 상반기 대학교 3학년 2학기를 마치고 (14년 하반기를 휴학했더랬다) 여름학기 기간을 바삐 보내던 나에게 친한 후배로부터 연락이 온다. 본인이 2개월째 다니고 있는 회사를 나에게 추천하고 싶다고. 이래저래 맞는 시간이 없어 밤 9시에, 자주 가던 서울대 입구역 카페에서 잠깐 이야기를 하기로 하고 만났다.


후배가 다니고 있던 회사는 모바일 앱 마케팅 스타트업(이하 M사)이었다. 모바일 앱 마케팅이 뭔지도 몰랐던 나를 위해 후배는 장장 50여분 동안 업계의 구조와 특성, 나아가 그것들이 갖고 있는 매력들을 설명해주었다. 지금은 하나도 신비로울 것 없는 내용들을 처음 들었던, 그 때의 경외로움이 아직도 생생하다.


'앱의 지면(인벤토리)들을 실시간으로 입찰하여 거래를 하는 업계라 .. 게다가 이 회사는 업계 내의 여러 서비스들을 모두 구현하여(할 예정이었음으로 드러났지만) 원스탑 솔루션을 마련한 뒤 업계를 뒤흔들 것이라..'


물론 새로운 것으로 인한 선한 자극, 일종의 이력서 상의 포트폴리오로서의 인턴 경험의 가치도 나의 구미를 잡아당겼지만 지금 돌아보니 후배에 대한 높은 신뢰도가 제법 큰 역할을 하였다.
(워낙 야망과 포부가 컸던 그 친구는 어느덧 잘나가는 굴지의 앱 서비스 '콴다'에서 글로벌 총괄 자리를 담당하고 나날이 사업을 키워가고 있다.)


7월 30일 태어나서 처음 작성해본 이력서를 M사에 제출하였고, 두 차례 면접 이후에 최종 합격하였다.

각종 동아리 활동과 대외 활동으로 여러 미팅과 면접, 발표를 경험하였지만 실제 '회사'가 내게 처음이라는 것이 나를 매우 긴장되게 만들었다. 나중에 면접자와 친해진 후에 들었지만 나의 면접은 정말 별로였다고 한다.


그럼에도 믿고 뽑을 수 있었던 인상적인 답변은 이거였다고.

" 000 (= 내 후배) 보다는 일 잘할 수 있어요"

그렇게 2015년 8월 17일부터
나의 애드테크 업계 커리어가 모바일 앱 마케팅 스타트업에서 휴학생 신분으로 시작되었다.




Q: "어쩌다가 스타트업에 왔어요?"

A: "취업 준비할 겸 믿을만한 후배의 추천으로 인턴부터 시작한 것인데, 애드테크의 매력과 빠른 실무 경험 성장이 동력이 되어 지금까지 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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