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일시적 변화가 아닌, 지속적인 성장 동력 심기
본 글은 최근 진행된 Uplift 행사에서의 발표 내용 중 일부를 다룹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CRM에 대한 열기가 뜨거워졌다는 것은 앱/웹 제품을 다루는 모든 이들이 체감하고 있을 것이다. 보통은 유입된 유저들의 제품 내 인게이지먼트를 진작시키기 위해 푸시 메시지 또는 인앱(인웹) 메시지의 형태로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알라미 또한 특정 기능에 방문하지 않은 유저에게 특정 시점에 해당 기능을 소구 한다거나, 새로 출시한 기능을 인지시키기 위해 사용하곤 했다. 다만 다른 조직과 조금 달랐던 부분은, CRM을 제품 그로스 전략의 하나의 수단으로써 활용했다는 점이다. 이것이 일반적인 CRM 활용 방식과 어떠한 점에서 다른지 간단하게 짚어보고, 또 일반적인 그로스 전략과 CRM을 활용하는 것이 어떻게 다른 지도 정리해 본다.
무엇을 배포할 것인가(What, How)를 정해놓고 제품을 기획하는 개발 프로세스와 다르게, 어떤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Why)에서 출발하여 가설(How)을 개발하는 방식이 그로스의 접근 방식이다. 그렇다 보니 배포 자체가 목표라기보다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하게 되며, 배포 이후에 제대로 문제가 해결되었는지 검증하는 절차를 거치게 된다. 이때 전후 비교를 통해 위너를 정하기도 하지만, 보다 유의한 판단을 위해 A/B Test (이하 '실험')를 진행하기도 하며 요즘에는 이러한 실험 진행을 용이하게끔 도와주는 SaaS 솔루션들도 즐비하다.
CRM을 통한 메세징이든, 제품 내 UI/UX의 변화든 대조군과 실험군별로 변수에 변화를 준 뒤, 목표로 했던 전환율이 가장 높게 나타난 실험군을 찾는다. 이때 중요한 것은 통계적으로 유의한 변화인가를 확인하는 것이다. 통계적 유의성이 95%라는 것은, 앞으로도 이 실험군이 대조군 보다 지속적으로 outperforming 할 확률이 95% 라는 의미이다.
이러한 그로스 접근이 제대로 동작하기 위해서는 1) 제대로 된 변수의 통제 그리고 2) 지속적인 레슨의 누적 이 함께 제공되어야 한다. 변수가 제대로 통제되어 있지 않다면 A보다 B 가 더 나은 이유(변수)를 뾰족하게 발라내기가 불가능하고, 이는 제대로 된 후속 실험 진행으로 이어지지 못하게 된다. 또한 변수가 제대로 통제되었다고 하더라도, 후속 실험을 이어서 진행하지 않는다면 앞서 획득한 레슨이 더 큰 빛을 보지 못하게 된다.
애석하게도 우리들의 리소스는 제한적이고, 굵직한 가설들만 해도 차고 넘친다. 하나의 굵직한 가설 내의 세부 변수들을 실험을 통해 전부 확인하기에도 리소스는 벅차다.
여기서 CRM 이 빛을 내며 등장한다.
확인코자 하는 가설들을 개발 디펜던시 없이 (리소스 제약 없이) 줄기차게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일반적인 제품 그로스와 다른 CRM 만의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강점을 살리고 약점을 유의해가며 활용해야 한다.
뭐니 뭐니 해도 가장 큰 강점은 개발 리소스 제약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속도감 있게 레슨을 귀납적으로 축적해갈 수 있다.
알라미 앱을 N일 동안 방문하지 않은 유저에게 M시에 L이라는 메시지를 쏘면 다시 알람을 사용할 것이다.
위 가설에는 변수가 3가지가 존재한다. (N, M, L)
망설이지 말고 다른 변수들을 통제해 가며 Winning 값들을 찾아 나서면 된다.
N값과 M값은 통제하고 L값에만 변화를 주는 Language Market Fit 실험을 선행한다.
7일 동안 방문하지 않은 유저에게 밤 11시에 서로 다른 메시지를 쏘았고, 통계적 유의성을 갖춘 위너를 발굴했다.
바로 이어 후속으로, 위너 메시지는 모두 동일하게 적용한 채, 7일 동안 방문하지 않은 유저에게 서로 다른 시간대에 메시지를 쏘았다. 마찬가지로 통계적 유의성을 갖춘 위너를 발굴할 수 있었다.
끝으로, 위에서 발굴한 메시지와 시간대는 모두 동일하게 적용하고, 이탈한 지 며칠이 되었느냐를 변수로 실험을 진행했다. 이에 특정 일차에서 대조군보다 가장 큰 알람 사용 전환율을 보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아무런 개발자의 지원 없이, 10개의 캠페인을 진행했고 5개의 위너를 발굴할 수 있었다. 그 위닝 조합을 통해 이탈 유저들을 매월 2.5만 명씩 추가로 데려올 수 있게 되었다. 개발 제약이 없다는 강점을 십분 활용하여 1) 제대로 된 변수의 통제 그리고 2) 지속적인 레슨의 누적 이 함께 제공되어 유의미한 그로스를 일궈낼 수 있었다.
CRM 은 푸시 메시지든 인앱 메시지든 이메일이든, 유저 경험의 변화를 만들어 내는 방식이 '메시지'라는 특징이 있다. 많은 그로스 장인들이 UI 내 주요 컴포넌트의 크기와 색상 및 구조 그리고 인터렉션의 변수에는 무게를 두면서도 화면 내 문구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그 중요성을 낮게 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메시지의 힘은 유저의 결제 전환이라는 난이도 높은 전환까지도 유의한 영향을 끼친다. 특히 CRM의 경우 메시지가 거의 대부분의 힘을 차지하고 있다 보니 메세징 구성에 대해 더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따라서 특정 새그먼트에 특정 시점에 메시지를 발송하는 실험을 하는 데에 앞서, LMF 실험을 반드시 선행해야 한다. 어떤 메시지냐에 따라 큰 폭으로 전환율이 달라지며, 통계적 유의성 또한 달라지기 마련이다.
이때 만약 제품이 글로벌 서비스라면 가장 자신 있는 언어로 LMF 실험을 먼저 진행한 이후, 선정된 위너만을 번역하여 실험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가볍게 해당 위너가 다른 언어에서도 유의미한 성과를 내는지 확인하고, 만약 성과를 내지 못하는 언어가 있다면 해당 언어만 재번역하여 실험을 이어가면 된다.
기본적으로 CRM은, 가만히 유저를 내버려두는 것과 비교했을 때 유저의 여정을 해치는 행위이다. 사실 전환을 높이기 위해 가장 쉽게 해 봄직한 것은 무턱대고 모든 유저들에게 메시지를 쏘는 것일 것이다. 모두가 그 사실을 알면서도 하지 않는 이유는, 그렇게 하였을 때 제품 내에 남아나는 유저가 없을 거라는 것 또한 모두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적절한 타기팅(새그먼트)이 주요하게 활용된다. 상대적으로 여정에 덜 방해되었다고 느낄 만한 유저로 메세징 타깃을 좁히면, 마이너스를 최소화하면서 동시에 플러스를 최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 실험은 다른 변수 및 실험군 세팅은 모두 동일하게 유지하고 새그먼트만 달리했던 실험이다. Ring Alarm O (알라미 알람을 한 번이라도 사용해 본 적 있는 유저)는 대조군이 이겼고, Ring Alarm X (알라미 알람을 한 번도 사용해 본 적 없는 유저)는 실험군 4의 메세징이 이겼다. Ring Alarm O의 유저 모수가 더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별도의 새그먼트 구분 없이 모든 유저에게 이 실험을 진행했다면 별 소득 없이 대조군 승리로 끝났을 수도 있었다. 새그먼트를 어떻게 나누느냐에 따라 유의미한 개선 지점을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해 주는 사례이다. 이는 반대로 새그먼트에 따라, 메시지를 쏘는 것이 오히려 전환율에 더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CRM을 활용하여 그로스 할 때에는 반드시 새그먼트를 신경 써서 진행해야 하며, 설령 전환율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올랐다 하더라도 앱 리텐션이 혹시 떨어졌는지 함께 살펴야 한다. 새그먼트는 전환율 증분 및 통계적 유의성에도 영향을 끼치지만 앱 리텐션에도 영향을 끼친다. 적절한 새그먼트 전략을 취한다면, 리텐션을 낮추지 않으면서 목표 지표에서의 유의미한 증분까지 챙길 수 있다.
요컨대 그로스 전략 관점에서도 CRM 은 충분히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메인으로 관리되는 제품의 파이프라인과 별도로 관리(유지 보수)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운영적인 어려움이 있을 수 있지만, 조금만 신경을 써서 관리한다면 충분히 임팩트 있는 제품 내 성장 동력을 갖춰낼 수 있다.
필자 또한 혼자 고군분투하다가 최근 3개월은 마티니라는 파트너사 (https://martinee.io/)의 도움으로 제대로 된 CRM 그로스 파이프라인에 안착할 수 있었다. 이 글을 통해서나마 감사한 마음을 전해본다.
물론 안착했을 따름이지 여전히 살펴야 할 그로스 가설들을 차고 넘친다. 남은 3분기는 더 임팩트 있으면서도 CRM의 강점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그런 가설들로 재밌는 그로스 사례들을 만들어 가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