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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승히 Sep 21. 2018

다시, 가벼워지기로

나의 밝고 가벼운 모습도 좋아요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작가를 꼽으라면 최민석 작가님과 김중혁 작가님을 꼽고 싶다. 그들의 소설도 좋아하지만 에세이를 더 좋아한다. 어렵지 않고, 유쾌하고, 살짝 가벼운 글. 언제 읽어도 피식, 웃게 만드는 책들이다. 그들의 글을 가장 좋아한다. 책이란 모름지기 형태에서부터 무게감을 가지고 있는 속성이 있지만, 그 안에 담겨있는 내용은 가벼운 것들을 좋아한다. 물론 삶의 통찰이 담긴 글도, 내가 애써 외면하고 있는 사실들이 담긴 글도, 놀랄 만한 이야기를 담은 글도 모두 좋아하지만, 그중에서도 글자가 막 튀어나와 날아갈 것만 같은 가볍고, 소소한 글들은 내가 특히 더 애정한다.



가볍고, 단순한 것들을 추구한다. 

그러면서도 나 자신이 마냥 가벼운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다. 그래서 나는 아이라이너를 위로 날카롭게 그리고(그럼에도 별로 차이가 없다고 한다), 글을 쓸 때에도 신중하려고 애쓰며, 처음 만나는 사람들에게는 말을 아낀다. 언젠가 책을 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 언젠가가 아주 긴 시간이 지난 다음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한다.   



글을 쓰고 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기에는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다. 나약한 사람이구나, 보잘것없는 사람이구나, 가벼운 사람이구나,라고 판단되는 것이 두렵다. 내가 보여주고 싶지 않은 부분들을 들여다볼까 두렵다. 이러한 생각들이 내가 글을 쓰는 것을 막고 있는 장애물이라는 것을 안다. 뭔가 진중하고, 멋진 글을 써야 나의 존재도 그렇게 인정을 받는다는 멍청한 생각을 하고 있으니까.  



서툰,의 뜻을 잊지 않고 싶어 책방 이름으로 지었다. 

조금 서툴러도 된다고, 스스로에게 이야기하고 싶었다. 다른 이들의 서툰 모습은 그렇게 예뻐하면서 스스로에게는 왜 이리 엄격하게 구는지. 조금 가벼운 사람이면 어떤가. 조금 서투르면 어떤가. 남들의 시선이 무엇이 그렇게 두려운가. 우리 모두 겨우 한 백 년 밖에 살지 못하는데. 삶이라는 것이 사실 가볍다면 무한히 가벼운 것이 아닌가. 나도, 내 글도 금방 잊히게 마련일 텐데. 어쩌면 가벼운 모습을 보여주어도, 그 안에는 단단한 무언가가 있구나,라고 느껴지는 사람을 나는 원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밝고, 가벼운 나의 모습도 사랑한다.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안일하고도 게으른 내 모습도 좋아하고, 퇴근하고 나서는 책을 읽는 시간보다 게임을 하며 보내는 무용한 시간도 좋아한다. 내 어린 시절 친구들 앞에서만 보여주는 소위 미친 x라고 불리는 뇌를 거치지 않는 나의 행동과 언어도 좋아한다. 그럴 때면, 나는 조금 더 가벼워지고, 그만큼 더 크게, 많이 웃는다



다시, 가벼워 지기로 마음먹는다.

늘 뭔가를 채우려고만 하고, 무거워지려고만 했다. 그게 나에게는 되려 쉬운 일이었다. 사람과는 적절한 거리를 두면 되었고, 무언가를 하면 항상 더 잘할 수 있었다. 그래서 가벼워지는 일이 더 어렵다. 가벼운 사람이 되고, 가벼운 글을 쓰고, 가벼운 인생을 사는 것. 자꾸만 완벽해지려는, 채우려는 욕심과 싸워야 한다. 그만하면 되었다, 라는 말을 끄집어내야만 한다. 최고가 되는 것이 내 삶의 목표가 아니니까. 나 자신이 되는 것이니까.



어린 시절, 그네 타기를 유난히 좋아했던 나를 떠올린다. 앉아서도 타고, 일어서서도 타고, 고개를 한없이 젖히고 타고, 눈을 꼭 감고도 타고, 빠르게도, 느리게도 타며 그네 위에서 꽤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네의 속도와 방향, 타는 시간에 따라 세상이 시시각각 다르게 보였다. 그네를 탈 때에 바람이 내 주위를 맴도는 것이 좋았다. 그러다 보면 내가 바람이 된 것만 같았다. 한없이 가벼워진 것만 같았다. 아니, 가벼워졌다.



나를 기꺼이 바람에 맡길 것이다. 숨기려고만 했던 나의 모습들을.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나의 모습들을. 나를 힘겹게 했던 생각과 행동들을. 모두 같이 그네에 태워 저기로, 저 멀리 바람에 실어 보낼 것이다. 아이처럼 환하게 웃고 있을 내 모습이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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