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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모노그램

3.<미스트롯> 리스펙

<모노그램> 글 하국주/ 그림 서울비

by 미혜 Seoul B
190915_미스트롯_완_800_조금큰거.jpg <내일은 미스트롯> 송가인_ illustration by Seoul B (c) 2019 서울비


뒤늦게 <미스트롯> 정주행 중이다. <미스트롯>은 대여섯 달 전 방영이 끝난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이다. 전국이 들썩거렸다는 건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관심이 없었다. 방송사 자체가 평소 그냥 뛰어넘는 채널들 중 하나이기도 했고 핸드폰엔 항상 들을 노래가 차고 넘치니까.

그러다 하루는 뭔가 은은하게 라디오처럼 틀어놓을 것이 필요했다. 밥 먹고 곧장 누우면 부대낄 것 같아서 집안일을 좀 하려던 차였다. 리모컨을 들고 화면에 뜬 메뉴를 영혼 없이 잠깐 훑다가 뭐, 인기 좋았다니까 하는 맘으로 1회를 눌렀다. 그리고는 빨래 바구니를 뒤적이며 TV를 힐끗거렸는데, 문득 고개를 드니 어느새 저녁 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이제 결승전 관련 몇 회만 보면 2019년 제1회 <미스트롯> 완주가 끝난다. 처음부터 최종 우승자가 송가인인 것을 알고 시청했으니 결과에 대한 호기심은 없다. 사실 몰랐어도 그다지 상관은 없었을 것이다. 순위와 관계없이 그 모든 출연자들의 재능과 열정, 노력과 집념이 만든 무대 하나하나에 감동받고 있었으니까.

지금 핸드폰 메모장에는 무덤덤한 마음을 흔들었던 트로트 경연 곡목들이 한가득이다. 설거지를 하면서도 평소에는 인지하지도 못했던 노래들을 무한반복으로 흥얼대고 있다. 어떻게 이리 많이 알고 있었을까 스스로도 의아해하며, 트로트의 본질은 결국 세상에 대한 연민이었나 추측도 하며, 남진을, 김연자를, 최백호를 불러 본다.







• 매거진 <모노그램>은 하국주 님의 글과 서울비의 그림이 함께한 컬래버레이션 작품입니다. 2019년 하반기 (9월~12월) 서울비의 브런치에서 한시적으로 매주 월요일에 발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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