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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홍 Sep 28. 2020

아무튼, 서울

당신은 무엇을 좋아하시나요?

팟캐스트 ‘책읽아웃’을 듣다가 <아무튼> 시리즈라는 흥미로운 책을 알게 됐다. 하나 같이 소장욕을 자극하는 책들이었고, 신간을 기다리는 열렬한 구독자가 됐다.

<아무튼, 비건>을 시작으로, <아무튼, 술>, <아무튼, 방콕>, <아무튼, 트위터> 등등 눈에 띄는 대로 <아무튼> 시리즈를 하나 둘 모았다(지금도 모으고 있다. 오늘 기준으로 8권을 소장하고 있다. 부피도 작고 가벼워서 여행 다닐 때 꼭 1-2권을 갖고 다닌다. 여행 필수템이다)


<아무튼> 시리즈 저자들의 ‘덕력’은 상상 그 이상이다. 좋아하는 마음들을 자유롭게, 그리고 열정적으로 쏟아낸다. 진심을 다해. ‘아! 이 사람들 찐이다’ 하나 같이 단어 하나하나에도 애정이 넘친다. 그 순수한 덕심이 부러워서 자꾸 눈길이 간다.


내가 만약 ‘아무튼’ 시리즈를 쓰게 된다면?

책을 3-4권쯤을 모았을 때 나의 ‘아무튼’은 무엇일까 문득 궁금했다. 어떤 것에 대해 끊임없이, 여러 가지 에피소드를 통해 파고들어 말할 정도로 좋아하는 게 뭘까. 이들처럼 나에게 그런 존재가 있긴 한가. 현재의 나에게서 그 답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10-20대 때에는 분명히 나에게도 ‘아무튼’이 있었다. 비 오는 날을 유난히 좋아했고, 껌을 하루 종일 씹었고, 파란색에 집착했으며, 달리기를 좋아했었다. 아무튼 비, 껌, 파란색, 달리기. 씁쓸하게도 다 과거형이다.


‘나만 없는 거야?’


왠지 모르게 억울하고 분했다. 한동안 친구들과 지인들을 만날 때, 대뜸 <아무튼> 시리즈에 대해 설명을 한 후 ‘넌 뭐에 대해서 쓸 거야?’라고 묻고 다니곤 했다.


그들 역시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그들이 좋아했던 것들을 이야기해도 시큰둥하게 반응했다. 나와 같았다. 현재 그들에게도 ‘아무튼’이 없었다(정확히는 사라졌다)


조금 질문을 바꿔, ‘내가 지금 포기할 수 없는 게 뭐지?’라고 물었을 때 떠오르는 게 딱 하나 있었다. 바로 ‘서울살이’다.


<아무튼, 서울>. 10-30대까지의 나를 관통하는 키워드. 순간적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마구 떠올랐다. 당장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솟구쳐서 트위터 계정을 새로 개설했다.(유치하지만, 트위터 아이디에도 서울을 넣었다)


출퇴근길에 조금씩 조각 글을 쓰다가, 300자에 다 담지 못할 때는 브런치를 켜서 글들을 저장했다(브런치 작가 신청 전, 그냥 일기장으로만 브런치를 사용했다)


<아무튼> 저자들처럼 좋아하는 감정만으로 ‘서울’에 대해 이야기할 순 없을 것 같다. 때로는 이 곳이 너무 혐오스럽고, 답답하고, 벗어나고 싶으니까.


애증의 도시. 그래서일까. 할 말은 더 무궁무진하다. 확실한 건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 것이다. 이곳에서 더 많은 일들을 겪을 것이고, 더 많은 사람을 만날 것이고, 더 많은 감정을 느낄 거니까. 그래서 나는 본격적으로 서울에 대해, 서울살이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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