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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홍 Nov 24. 2020

<애비규환> 기가막힌 엔딩


제목부터 독특하다. <애비규환>. 92년생 신예 감독이 만든 독립영화란다. 90년대생 감독의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궁금했지만, <우리들>, <우리집>을 제작한 아토 ATO의 작품이라는 말에 솔깃했다.


확실히 지금까지 아토 ATO에서 선보였던 작품들과는 결이 달랐다. 재기 발랄한 대사들이 독특한 매력을 내뿜었다. 웃음 포인트는 기가 막힌 타이밍에 툭 하고 튀어나온다.


아무도 해치지 않는, 불편하지 않은 유머 코드. 영화를 보는 내내 편하게 웃음 짓게 만든다. 코로나 19로 지친 이들에게 꼭 필요한 웃음이다. 위로를 줄 수 있는 무해한 웃음이 <애비규환>안에 있다.


<애비규환>의 핵심 키워드는 ‘가족’이다. 우리가 지금까지 삐뚤게 바라봤던 이혼 가정, 재혼 가정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 편견을 시원하게 깨부순다.


“이혼을 해서 불행한 게 아니라, 불행해서 이혼하는 거다”라는 대사에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다 담겨있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가족을 꾸리기 전 토일은 자신과 엄마를 버린 친아빠를 찾아 나선다. 그 과정에서 토일은 이혼 가정, 재혼 가정이 겪었던 에피소드들을 하나 둘 떠올린다.


아빠를 찾아다니는 과정 끝에는 엄마가 있다. 토일은 이를 통해 알게 된다. 늘 자기와 함께했던 엄마의 존재를.


<애비규환>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신들은 사실 스쳐 지나가는 장면들이다.


가족극임에도 불구하고, 여자 캐릭터들이 집안일을 한 번도 하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든다.


또 기울어진 운동장. 남자 학생들만 뛰어다니는 운동장에 여자 학생들이 신나게 축구를 하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한편으로는, 이런 신들이 눈에 띈다는 것도 참으로 씁쓸하다. 이게 뭐라고.


마지막 엔딩도 긴 여운을 남겼다. 토일은 엄마의 손을 잡고 버진로드를 걷는다. 한 번도 상상해보지 않은 장면. “왜 이 생각을 못했지?” 수많은 딸들이 그 생각을 했을 것 같다. 나처럼.


누군가의 결혼식장에서 <애비규환> 엔딩 속 한 장면을 직접 보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아무도 수군거리지 않는, 자연스러운 일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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