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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인(烙印)

신 메카시즘

by 서울길

최근 시사 뉴스를 비롯 각종 사회 이슈에서 미국 해외 정보기관인 CIA (Central Intelligence Agency) 자주 오르내리는 것을 볼 수 있다. 미국의 방첩 기관인 CIA가 왜 한국의 시사 이슈에서 화두로 떠올랐는지 살펴보니 그 사연이 놀랍다.


최근에 발생하고 있는 시국시위를 주도 또는 지지하거나 지원하는 사람들을 CIA에 신고하면 반미국주의자로 분류되어 미국과 미국 우방국 입국이 금지되고 그에 따라서 취업이나 비즈니스 등의 사회활동을 하는데 큰 장애물이 발생하기 때문에 반미주의자들을 선별하여 CIA에 신고하자는 것이다. 이를 보며 나는 신(新) 메카시즘의 광기가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극과 극은 통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이렇게 음지로 자리 잡아야 할 극단의 문화가 현시대를 관통할 정도로로 세상을 난장판으로 만드는 것에 대해서 개탄을 금치 못한다.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상대에 대한 멸칭은 각각의 그들 나름대로의 세계관을 지배하고 있고 그 세계관에서 주류에 반하는 의견을 내면 즉시 낙인이 씌워져 조리돌림은 기본이고 온갖 키보드 배틀과 상대해야 한다.


꽤 오래전 어느 유명한 한 중고차 거래 사이트 자유 게시판에서 북한 관련한 이슈가 나오길래 대 북한 온건책에 대한 회의적인 의견을 냈었는데 자고 나서 다음날 일어나서 게시판 알람을 보니 나는 나도 모르는 새 보수정당의 대변인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알바비는 얼마 받고 일하냐는 비아냥까지, 나름 인과관계를 풀어서 제시한 의견인데 한순간에 어느 특정 정당의 프락치가 되어 있는 것을 보니 쓴웃음이 절로 나왔다. 그 뒤로는 그 사이트에서는 중고차 시세만 검색하는 걸로 만족하고 있다.


일반적인 사회 통념상 모든 집단과 집단끼리는 이해관계가 충돌할 수 있기 때문에 토론과 협상으로 사안을 해결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주의 국가는 국민을 대신하여 의견을 제시할 국회의원을 선출하고 의회에서 헌법상에 보장된 자유민주주의와 사회민주주의 양 체제 안에서 조율을 통해 법안과 규칙을 만든다. 그러나 한번 국회 원내 또는 원외의 시사 토론회장을 보면 하이라이트는 항상 상대방에 대한 고성과 비방으로 점철된다. 차라리 저럴 거면 토론장 한가운데 옥타곤을 설치해 주는 게 문제해결이 빠르지 싶을 정도로 우리 사회의 토론과 의견 절충 태도는 최악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이다.


이 사회에서 어느 한쪽을 정답이고 그 반대편을 오답이라고 스스럼없이 정의하기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 나름대로의 상황과 사실을 기반으로 의견차를 조율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이렇게 불쾌하게 엮여버린 현대사의 질곡을 어떻게 풀어낼 수 있을까?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부지불식간에 또 다른 수정의 밤이 나타날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고 우리와 대치중인 적성국들의 지도자들은 조용히 웃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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