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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시대의 종말

by 서울길

유구하게 성장하던 서울의 주택시장이 한번 급격하게 외관을 바꿔오던 때가 있었으니 2000년대 중반부터 코로나 제로금리 시즌까지로 보고 있다. 서브프라임과 같은 금융위기를 겪으면서도 당시 팽창하는 국민소득과 높은 대지지분을 가진 아파트 조합원들을 중심으로 서울의 주택 인프라는 하루가 다르게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였고 서울 아파트의 대명사이던 성냥갑 아파트가 밀려나고 3~40층을 넘나드는 고급 대형 아파트 단지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는 때가 바로 그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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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때였던가 문재인 정권 시기 최저임금이 급속도로 상승하고 금리는 내려가면서 건축 수요는 많아지고 공사 단가는 들끓기 시작하였다. 이때 자금력을 갖춘 재빠른 사람들은 이때가 고급 아파트나 주택 단지로 들어갈 수 있는 마지막 찬스라고 생각하고 재건축 단지로 발 빠르게 진입하였다. 입지가 좋은 대단지 아파트들의 가격이 폭등이 다시 온 것도 이때 즈음이었다.


대형 아파트 단지의 불패 신화를 써 내려가며 동시에 떠오른 것이 '빈부격차'이다. 국평 이상의 좋은 아파트를 분양받거나 들어간 사람들은 나날이 솟구치는 자산속도에 즐거운 비명을 질렀고 영끌이 두려워서 계속 타이밍을 재던 사람들은 포모(Fear Of Missing Out)에 빠져 가정불화가 생기거나 늦게라도 영혼을 두 번 끌어모아 남겨진 아파트를 모조리 재매입하였다. 아는 바와 같이 이제는 규제까지 겹쳐져서 훌륭한 매물을 찾는 것이 힘들어지는 상황이고 가격이 오를 대로 오른 아파트는 부루마블 게임의 황금의 패처럼 지위재의 성격을 가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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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곧장 따라붙게 된 악성 PF 위기와 불어난 돈으로 인해 발생하는 인플레이션은 한국경제에 치명타를 안겨주게 되었고 환율 또한 금융위기 급으로 치솟아서 점점 우리의 목을 조르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고 보니 금리를 올려서 환율을 안정화시키고 물가 또한 안정화시켜야 하겠으나 이미 영끌로 내려갈 수 없는 굴레에 휩싸인 강서송 마용성 영끌러들은 하루하루를 버티며 금리의 향방에 촉각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대책 없는 버블의 끝은 어느 누구라도 쉽게 예상할 수 있지만 또한 누구라도 쉽게 완급을 조절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번쩍이는 호황에 한번 맛들리기 시작하면 무난히 살아갈 수 있는 골디락스의 가치는 쉽게 포기되는 것도 사실이다. 외통수에 빠져버린 한국의 생활 경제는 내년에 잘 버틸 수 있을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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