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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반복된다

카르타고 - 우크라이나 평행이론

by 서울길

2025년 2월 말 발생한 전 세계인들을 경악하게 만든 우크라이나 - 미국 정상회담 대 참사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외교적 매너는 딱히 신경 쓰지 않는 노빠꾸 상남자 트럼프와 전쟁이 지속될수록 한낱 초라해져 가는 젤렌스키의 현실을 봤을 때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어느 정도의 푸대접은 충분히 발생할 것이라 예상가능한 것이다. (물론 이 정도로 심각하게 상황이 전개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더 큰 문제는 이 사태를 해결할 열쇠는 미국이 쥐고 있기 때문에 우크라이나는 이러한 푸대접 속에 마땅히 해결할 묘안조차 없는 현실이다. 그 점이 우크라이나를 더욱 슬프게 만든다.


부다페스트 안전 협약 (1994)

우크라이나의 비극은 1994년 부다페스트 안전 보장 각서에서부터 시작한다. 구 소련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던 우크라이나는 이를 넘겨주는 대가로 방위 안전과 경제 원조를 약속받았다. 하지만 타국에 의한 안전 보장이 영원히 지속될 수 있을 리 만무하였다. 결국 러시아는 2014년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하고 2022년에 기어이 본토까지 침공함으로써 이 협약은 자동 폐기 처분되었다. 그리고 젤렌스키는 거의 국가 멸망의 기로에 선 대통령이 되어 이나라 저 나라를 전전하며 국제 사회의 지원을 구걸하는 암울한 처지가 되었다. 부동항(不凍港)을 끊임없이 추구하는 러시아의 성향상 우크라이나는 그 첫 번째 타깃이 될 것이 확실시되었는데 너무나도 안일한 안보의식으로 화를 자초한 것이다.




3차 포에니 전쟁, 북아프리카 카르타고의 멸망

우크라이나의 전쟁의 양상을 보며 떠오른 생각은 과거에 로마제국과 3차에 걸친 전쟁 끝에 멸망한 '카르타고'의 과정을 상당히 답습하고 있다는 것이다. 두 국가 전부 지중해 연안에 자리를 잡으며 풍부한 농업국가로 국부를 쌓았고 경제 문화가 높은 수준까지 발전할 수 있는 우수한 잠재력을 갖추었으나 주변의 강대국에 의해서 수차례 침략을 당하고 패망 및 패망의 위기에 선 것까지 유사하다. 카르타고는 1, 2차 포에니 전쟁에서 패전했지만 풍부한 잠재력으로 곧장 국력을 회복하였다. 그러나 로마로부터 전쟁을 하고 싶지 않다면 무장해제를 하라는 말을 곧이곧대로 듣고 따랐다가 결국 망국의 길을 가속화하게 되었다. 물론 그런 악조건 속에서도 3년이라는 시간 동안 로마와의 전쟁을 버텨내었으나 결국 허울 좋은 명목상의 평화는 국가의 멸망을 더 앞당긴 다는 것만 증명할 뿐이었다. 그리고 약 2천1백 년이 지난 현재에도 우크라이나는 카르타고의 실책을 답습하고 있다.




대통령을 모욕 주는 부통령

다시 현재의 관점에서 우크라이나를 보자면 앞으로의 예상은 분단국가인 우리나라 보다 더욱 상황이 안 좋게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 크림반도를 포함한 우크라이나의 동부 지역은 러시아의 강제 병합이 확실시되며 아무리 당장의 회담이 물 건너갔다고 해도 결국 젤렌스키는 미국이 제시한 협상안에 서명할 것이다. 이 외교참사는 오히려 미국이 논란의 여지를 무릅쓰고 우크라이나의 길들이기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풍요로운 자원과 우수한 농업생산력 등을 갖춘 조건에도 불구하고 경제, 군사적으로 성장하지 못한 우크라이나의 말로는 그야말로 비참한 것이다. 레토릭에 문제가 있었을지언정 야생이라고 볼 수 있는 냉혹한 국제관계에서 이러한 결말은 당연한 것이다.




130년전 조선반도의 현실을 풍자한 만화 (좌) / 2000년 남북 정상회담 (우)

현시대의 우크라이나 비극이 우리나라와 전혀 무관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조선부터 현대의 대한민국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는 타국에 의해서 자국의 안녕을 기대하는 조치를 몇 번 단행하였으나 결국은 전부 부정적인 결과로 끝나게 되었다. 꼭 누구를 콕 집어서 탓하고 싶은 생각도 없고 이런 기조가 불가피한 측면도 있었다고 애써 합리화해보고 싶은 생각도 있다. 하지만 개인이나 기업이나 국가나 다 마찬가지다. 자강(自強) 없이 평화의 열쇠를 남에게 줘버리면 훗날에는 반드시 후회할 것이라고, 우리가 어느 누구보다 우크라이나의 현실을 냉철히 분석하고 반면교사 삼아야 할 이유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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