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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시 Jun 07. 2018

을지로 인쇄 골목에 불어온 새바람

대한민국 대표 인쇄 상업 단지로 통하던 을지로가 그 명성에 새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독특하고 개성 넘치는 예술가의 아지트로 변모 중인 것.


방산시장 인근과 세운상가 인근 낡은 건물로 이주한 청년들이 문을 연 카페, 펍, 공방 등은 이곳만의 고유한 분위기를 풍기는 명소가 되어 서울의 새 풍경을 그려낸다.




과거 국내 최대 규모의 출판 인쇄 단지


1960년대부터 형성되기 시작한 서울의 인쇄 골목. 그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동네가 바로 중구 인현동이다. 도로명으로 주소 체계가 바뀌면서 인현동 일대는 ‘을지로’, ‘충무로’등 새 이름을 부여받았다.

대한민국 인쇄업의 중추 역할을 담당한 이곳은 서울 인쇄업의 3분의 2 이상, 전국적으로는 약 70% 규모로 인쇄업과 관련한 수많은 직종을 총망라했다.


인력만 해도 2만여 명이라는 결과가 나왔을 정도. 골목길 사이로 오프셋 인쇄기가 토해내는 묵직한 소리와 제본기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고, 적재된 종이 더미를 나르는 상인들의 분주한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던 곳. 과거에 비해 축소된 규모지만 여전히 인쇄업은 우리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산업으로 남아 있다.


창작 인쇄 사업으로 다시 꾸는 꿈,

다시 붐비는 골목


산업구조의 변화가 불러온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도시 성장이다. 이는 도시 속 낙후 지역을 새롭게 개발·발전시키는 사업으로 이어졌는데, 바로 ‘도시 재생’ 사업이다. 세운상가를 중심으로 한 인쇄 골목 역시 오랜 시간 인쇄업에 몸 담아온 장인들과 청년, 그리고 신기술이 접목되어 ‘산업 재생 지역’으로 부활을 꿈꾸는 중이다.

인쇄한 종이를 보다 쉽게 넘기기 위해 끝부분을 잘라낸 장갑, 여기에 인쇄공의 노하우가 담겨 있다.

토박이들의 노하우와 저렴한 부지를 찾아 꿈을 펼치려는 청년, 예술가 등이 한데 어울려 을지로와 충무로 일대를 특색 있는 공간으로 다듬어 나가고 있는 것. 허물고 다시 짓는 것이 아니라, 소중한 기억과 가치를 간직한 공간을 되살리는 작업을 시도하고 있는 인쇄 골목 일대. 이곳에 투영된 상인의 뚝심과 을지로의 새로운 문화를 기획하는 청년의 노력이 앞으로 을지로 인쇄 골목 일대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기대를 모은다.




을지로 골목 사이사이 가볼 만한 곳


노말에이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문을 여는 독립 서점, 노말에이. 이곳은 디자인 스튜디오 131WATT가 운영하는 곳이다. 독립 출판물과 문구류 등을 판매하고, 더 나아가 창작자와 소비자의 경계를 허무는 신선한 워크숍도 종종 진행한다.

‘일상에서의 대답’이라는 의미가 담긴 이름의 서점은 협소한 크기지만 특색 있는 도서가 많아 둘러보는 데 꽤 시간이 걸린다. 온라인 서점도 운영하므로 방문 전 구입할 수 있는 도서 여부를 확인해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 인쇄소와 출판소가 있던 자리를 지키는 작은 서점의 존재가 반갑기만 하다.



4F


잉크밤, 블랙워터 등 이름만으로는 어떤 음료인지 쉽게 가늠할 수 없는 곳. 메뉴명이 이렇게 불리는 이유는 바로 카페 자리가 지닌 본래 특성 때문이다. 인쇄소로 쓰던 공간을 카페로 탈바꿈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새로운 공간을 만들면서도 기존 공간의 본질을 남겨두는 것이었다.

오프셋 인쇄기를 카페 입구에 전시해둔 것도 그 때문이다. 인쇄소 시절의 흔적이 남은 벽과 바닥, 부품까지 옛 모습을 최대한 구현한 이곳에서 인쇄 골목의 멋을 느낄 수 있다. 잉크가 흘러내리는 듯한 모습의 ‘아포카토’는 4F의 시그너처 메뉴로 통한다.



커피한약방, 혜민당


을지로의 어느 좁은 골목으로 들어서면 타임머신을 타고 1970년대로 이동한 듯한 새로운 세계가 펼쳐진다. 그리고 이곳에서 가장 예스러운 카페를 만날 수 있다. 커피한약방은 을지로의 인기가 뜨거워지기 이전부터 자리하던 곳. 커피를 ‘가배’라고 부르던 개화기 시절의 사람들이 앉아 있어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고전미를 살린 인테리어가 눈길을 끈다.

조선시대 의료기관청이던 ‘혜민서’의 터라는 데서 한약방 콘셉트를 가져왔고, 카페 맞은편에 ‘혜민당’이라는 이름으로 양과자점을 열어 디저트를 찾는 손님들의 발길도 맞이하고 있다. 지난겨울부터는 커피한약방 건물 3층을 에어비앤비로도 운영 중이다.



신도시


한 글자 한 글자 색깔을 다르게 입힌 간판이 눈에 띈다. 하지만 무엇을 하는 공간인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5층이라고 안내된 작은 표시를 따라 낡은 건물 꼭대기 층으로 올라가면 비로소 신도시의 뜻을 깨닫게 된다. 이름 그대로 새로운 세상을 구현한 장소.

미술가와 사진작가가 복합 문화 공간을 지향하며 만든 이곳에서는 간단한 안주와 함께 맥주, 칵테일 등을 즐길 수 있다. 때로는 공연이 펼쳐지고, 때로는 클럽으로 변신하기도 한다. 휘황찬란한 분위기 속에서 일탈과 쉼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곳으로, 을지로에서 떠오르는 놀이 공간 중 하나다.



우주만물


건물 계단 입구에 작은 명패 하나만 덜렁 붙어 있다. 심지어 한글이 아닌 한자. 그래서 이곳을 무심코 지나칠 수도 있다. 그러니 고개를 들어 위를 둘러보자. 수수한 건물들 사이로 어느 건물 2층만이 화려한 소품으로 가득한 모습을 발견 할 수 있을 것이다.

우주만물은 친구 5명이 모여 여행지에서 구매한 물건과 소장품 등을 판매하는 곳이다. 저마다 사연이 깃든 애장품을 판매하다 보니 ‘팔기 싫은 것을 팝니다’라는 소개 글이 썩 잘 어울린다. 학교 앞 문구점에서 어린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큼 알록달록한 장난감은 기본, 이 외에도 해외에서 공수한 캐릭터 제품과 의류 등이 가득하다.




- 서울사랑ㅣ글 제민주 / 사진 홍하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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