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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정 치료를 할 때 발치를 꼭 해야 하나요?


교정치료의 시작은 정밀 진단을 통하여 면밀한 분석과 숙고의 과정을 거쳐, 치료 계획을 수립하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지요. 목표와 계획을 잘 세우는 것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교정치료 뿐만 아니라 어쩌면 세상의 모든 일이 그러합니다.


정밀 진단 후에 진단 결과를 상의하면서 환자분들과 여러가지를 심도 있게 의논하게 됩니다.

처음 만나는 기본 상담에서는 일반적인 설명을 드릴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진단 결과를 상담할 때는 모든 자료를 분석한 상태에서 정말 '우리만의 계획'을 수립하게 되는 과정이기 때문에, 구체적이고 심도 있는 설명을 드릴 수가 있고 그러한 바탕에서 계획을 최종적으로 결정하게 됩니다.


그 때 가장 많이 듣게 되는 질문이 오늘의 주제입니다.


선생님, 저는 발치를 꼭 해야 하나요?



anchorage-featured.jpg?type=w773 작은 어금니 발치 공간을 이용하여 덧니를 펴고 있는 모습입니다.



네, 라고 대답할 때가 있습니다.

치료 결과의 안정성이나 심미성을 위해서 발치가 필수적이라고 판단되는 케이스에서는 단호하게 말씀드리게 됩니다.


하지만 때로는 우리 같이 의논해 볼까요? 하고 대답하게 될 때도 있습니다.

발치의 여부에 따라 치료의 결과가 달라지지만, 두 갈래 길의 장점과 단점이 서로 다를 때, 하지만 발치를 선택하든 하지 않든 제가 두가지 모두 안정되고 심미적인 결과를 달성할 수 있을 때는 선택할 수 있는 여지를 가지게 됩니다.


그럼 어떤 차이 때문에 누군가는 발치를 해야만 하고, 누군가는 선택할 수 있는 것일까요?

Tooth_Extraction.jpg?type=w773 발치를 할 것인가, 정말 궁금하고 중요한 부분입니다.


치과교정학의 초창기에 발치를 할 것인가의 문제는 교정의사들간의 정말 뜨거운 논쟁의 대상이었습니다.


확장을 통해서 어떻게든 발치하지 않고 모든 치아를 배열해야 한다는 의견과, 무리한 배열로 인하여 치료의 안정성과 얼굴의 심미성을 해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발치가 때로는 필요하다는 의견의 충돌이었습니다. 스승과 제자가 서로 등을 돌리는 감정 싸움으로 번지고 학파가 충돌하는 그야말로 뜨거운 논쟁이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무리한 비발치 치료의 부작용이 분명하게 드러나고, 마찬가지로 불필요한 발치 시행으로 인한 부작용 또한 드러나면서 현재는 발치 결정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어느정도 분명해진 상태입니다.


물론 교정의사에 따라 안정성과 심미성에 대한 조금씩의 기준 차이가 있기 때문에, 서로 조금씩 다른 답을 제시할 것입니다. 정상 교합, 아름다운 얼굴이란 어떤 범주에 있는 것이지 딱 떨어진 수치가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겠지요. 그래서 조금 더 구체적으로, 저의 경우를 설명드려 볼까 합니다.


저의 경우는, 발치를 피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면 발치를 권하지 않습니다.

모든 교정의사의 마음이 저와 같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미니스크류의 개발로 작은 어금니의 발치 없이도 전치열의 이동이 가능한 범주가 넓어지고 있습니다. 사랑니 공간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케이스에서는 가능한 한 사랑니 발치를 통한 치료를 선호합니다. 더불어 최근 측방 확장의 기술 또한 점차 발달하고 있어 발치하지 않고도 교정의사가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전략이 점점 더 다양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사랑니 공간을 이용할 때는 얻을 수 있는 공간의 분명한 한계가 있습니다.

악궁을 확장할 수 있는 범주 또한 정해져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나치게 치아 배열이 삐뚤거나, 앞니의 전방 경사가 심해서 발치 없이는 안정된 결과를 얻기가 어렵다고 판단되면 작은 어금니를 발치해야 합니다.

골격적인 부조화로 인하여 발치를 동반하지 않고는 교합 달성 자체가 불가능할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단호하게 네, 우리는 꼭 발치하는 것이 좋습니다. 하고 말씀드리게 됩니다.


41598_2018_38439_Fig1_HTML.png?type=w773 최근에는 인공지능을 통하여 발치를 결정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시도도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발치를 결정하게 되는 첫번째 요소는 심미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을 때 입니다.


발치 없이 공간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비발치로 진행하게 되면 앞니가 너무 뻐드러지는 전방 이동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발치 없이 교정은 했는데 입이 너무 돌출되어 있어 입술을 다물 때 힘이 과도하게 들어가는 상태가 예상된다면? 코와 턱 끝의 크기를 고려하여 얼굴 옆모습을 평가한 후에, 발치를 고려해야 합니다.


두번째는 치료의 안정성을 얻을 수 없을 때에도 발치를 권합니다.


치아를 앞으로, 옆으로 확장하여 배열하는 동안은 교정 장치 브라켓과 철사의 힘으로 이동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2년간의 시간이 지나고 모든 장치가 사라진 후에도 치아가 그 위치에 있을 수 있을까요?


입술의 압력, 양쪽 볼의 압력, 혀에서 전해지는 힘을 미리 고려해야 합니다. 실제로 아래 앞니의 2mm 이상 전방 이동시 하순에 의한 압력이 급격히 증가하여 총생이 재발되며, 송곳니의 지나친 측방 확장 또한 재발 경향이 매우 높습니다. 교정 치료의 역사가 있는 만큼 재발된 케이스에 대한 데이터가 축적되어 있는 것이지요. 정말 소중하고 중요한 데이터들입니다. 연구 결과들과 경험을 토대로, 재발의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면 무리하게 비발치 치료를 진행해서는 안 됩니다.


저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입이 조금 나오는 것은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선택의 문제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두번째 안정성 요소에서 부족하다고 판단된다면 단호하게 발치를 권합니다.

그것이 교정의사의 의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말씀드립니다.


그런 마음 있잖아요. 제가 열심히 공부를 가르쳐서 100점을 맞은 학생이, 나중에 저의 도움 없이도 스스로 계속 100점을 맞기를 바라는 마음. 생각만 해도 얼마나 기특하고 뿌듯한지요.

그렇게 치아가 스스로를 유지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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