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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소 씨 Oct 09. 2021

소설가 서소 씨의 일일 (10월 7일)

 


 인터뷰를 마치고 별내에 도착한 서소 씨는 집에 들어가려다가 지난 일주일 내내 라면만 먹었다는 사실을 상기하고는, 비교적 성공적이라고 볼 수 있었던 별내동 입성도 자축할 겸 오늘은 외식을 한 번 해볼까- 문득 떠오른 생각에 따라 집으로 향하던 발길을 돌려 반려동물 입장가능 식당을 검색하여 찾아갔다.

 천신만고까지는 아니더라도 하여간 초행길이었으므로 나름 백신만고 끝에 찾아간 식당에서 무려 9800원짜리 톰메이러 파스타를 큰 맘먹고 결제하니, 아 글쎄 개를 데려온 사람은 바깥에 나가서 먹어야 한다기에 젠장 그럼 미리 말을 할 것이지 속으로 구시렁대며 일단 알았다는 대거리를 하고 그의 개, 그러니까 꿀단지 양을 들쳐 안고 쭐래쭐래 밖으로 걸어나왔다.


 야외테라스에는 테이블 딱 두 개가 후다닥 붙어있었는데, 인근 회사에서 일하다 땡땡이치는 것으로 보이는 서소 씨 또래의 남자 회사원 둘이 테이블을 코끼리처럼 차지하고 앉아 담배를 연거푸 피우며 코로나를 비롯한 각종 악재가 산재한 불경기에도 힘겹게 사업을 꾸려가는 중소기업 사장님 귀한 월급을 축내고 있었고(그들은 결국 밥을 다 먹을 때까지 거의 30분동안, 일어나지 않았다),


 거, 바로 옆에서 사람 밥 먹으려는데 담배 좀 그만 피우시오. 말을 할까 하다가, 그날 서소 씨의 복색은 그의 개와 커플로 입은 엉클 톰 스타일의 데님 멜빵바지여서 무언가 강하게 주장하기엔 좀 우스꽝스러워 보일 수 있었으며, 그렇다고 아, 사실 내가 오늘 인터뷰 촬영 때문에 이리 입긴했지만 나이는 서른 아홉으로 아마 댁들보다 많을 것이며... 를 시작으로 이러쿵저러쿵 말하는 상상을 떠올리니 궁색하기 그지 없기도 했거니와, 여기저기 놓인 종이컵과 담배꽁초로 추정컨대 이미 그 공간은 오래전부터 그들의 담배 마실 터인듯 했는데 괜히 말도 안 통하는 그곳의 지박령들과 잘못 섞였다가 기분만 잡칠까 우려되어 결국 서소 씨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가만히 앉아 개를 쓰다듬으며 음식을 기다렸다.

 말해서 될 놈들이면 벌써 자리를 옮겨 줬겠지.


 하여간 세 대째 연발 갱신 중인 담배연기로 에피타이저를 배터지게 하고 있던 중 9800원짜리 파스타라기엔 너무너무 억울한 음식이 마침내 나왔는데,


 길바닥에서 주워 온 것이 틀림없어 보이는 월계수로 가장한 낙엽이 두 장,

우동만큼 우르퉁퉁 불어터진 면에,

쿰쿰한 냉장고 향을 힘껏 품어 이럴 바엔 오뚜기 케첩에 비벼먹는게 낫겠다 싶은 낡고 삭은 톰메이러 소스와,

나무토막처럼 바싹 말라 한 입 씹으면 톱밥 맛이 나는 차가운 빵 두조각이 불쑥 나오는 바람에 속이 상한 서소 씨는 망연히 앉아있다가 더 불기 전에 일단 먹어야겠다는 일념으로 긁어 먹었고, 다 먹고 나니 설마 이것들이 맛있어서 싹싹 긁어먹은 줄 오해할까 목이 메었지만 이미 모든 것은 끝나 있었다.

 

 물론, 빈그릇에 톰메이러 소스와 면발을 다시 토해내 엿을 먹이며 당신네 가게의 음식 맛이 이렇소, 가장 거친 항변을 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건 정서적으로 상당한 문제를 의심받을 수 있는 행동으로 별내 입주 닷새만에 개사이코놈이 이사를 왔다는 소문이 날 수도 있어 그럴 수는 없었다.


 언젠가 치킨집에서 하트 눌러주고 리뷰이벤트 한다고 말하면 공짜로 볶아주던 치즈 오븐 스파게티가 37조배 맛있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만 원을 벌기 위한 수고에는 뭐뭐가 있는지를 생각하며, 서소 씨와 단지 양은 어쩐지 어두운 얼굴을 하고 집으로 가는 걸음을 털레털레 이었다.


10월 7일 소설가 서소 씨의 일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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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로 자취 십이년차 서소 씨는 모든 음식이 귀하여 웬만하면 다 잘 먹는 편이다.


 음, 망원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적응해야지 뭐. 분명 어딘가에 숨어 있는 기깔찬 맛집이 로컬 남양주시민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을 테다.


 그와 더불어, 요즘 옛날 소설을 읽으며 공부했더니 자꾸 문투가 구한 말 으르신 작가님들 같이 나와서 다소 고민을 허던 차에 써놓고 보니 또 그렇게 쓴 것 같아 허이고 이를 어찌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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