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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찬 Nov 03. 2021

[해피버스데이] 제1장 8.버스 기사의 생활 2-1

식단, 휴무일, 복지, 만근일 계산법, 상벌제

8.버스 기사의 생활 2-1 : 식단, 휴무일, 복지, 만근일 계산법, 상벌제

부실 식단? No~ No~ 다이어트 식단!

서울시 시내버스 만근일은 개인별로 모두 달라


이번 콘텐츠에서는 앞서 버스 기사의 생활 1에서 다루지 않은 운행 외적인 부문 중 중요한 식단이나 복지에 관해 설명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식단


버스 기사는 주로 회사에서 제공하는 식사를 합니다. 조식, 중식, 석식 제공 시간은 정해져 있습니다만, 장거리 노선을 운영하는 회사에서는 거의 24시간 식당을 운영하기도 합니다.


식단이 업계 최고라 자타가 인정하는 경기도 K사의 경우, 1일 4찬이 기본이며 매일 육류가 제공됩니다. 이 식단 때문에 회사를 떠나지 못하는 기사들이 있을 정도로 식단 관리가 웬만한 대기업 사내 식당과 견주어도 뒤처지지 않을 정도입니다.


이 회사는 김치 공장, 두부 공장 등을 갖추고 식단 관리 회사를 별도로 운영할 정도로 기사들 식사에 매우 신경 쓰고 있습니다. 주로 격일제를 시행하는 회사이기에 하루 3식을 하는 기사의 메뉴 개발에도 신경을 많이 씁니다. 연 1회 쌀과 김치를 전 사원에게 선물로 주는 것은 덤이기도 하지요.


식사 시간이 대체로 짧으므로 오랜 시간 식사를 해야 하는 메뉴는 지양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매월 1회 생일을 맞은 사람을 위해 ‘특식’을 내놓기도 합니다. 소갈비 찜을 메인으로, 애피타이저와 디저트도 준비해 놓죠. 쌀밥과 국은 매일 제공되는데, 특히 흰쌀밥만 고집하지 않고 현미와 콩, 잡곡을 두루 섞어 매일 바꿔가며 제공합니다.


서울 버스 회사의 경우는 조금 다릅니다. 서울에 존재하는 버스 회사가 총 65개인데, 필자가 이를 모두 전수 조사하진 않아 확언할 순 없지만 대략 위에 언급한 K사보다 음식의 질이 현저히 떨어집니다. 동료와 지인을 통해 확인한 바로도 그렇습니다.



서울 버스의 식사는 ‘사찰 음식’이나 ‘다이어트 식단’쯤으로
여기면 좋을 듯합니다.


버스 기사 1인당 책정된 식사 비용이 약 3,000~3,500원 선(2020년 기준)이라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지방 시내버스 일부 지역은 1끼 4,000원/ 종점에 식당이 없는 경우 5,000원 식권 지급) 영양 과잉 시대니까 ‘다이어트 식단’쯤으로 생각하면 마음 편합니다.


실제 체중 감량에도 효과가 있습니다. 그러나 더 독한(?) 다이어트를 위해서 식사를 거르는 기사들도 다수 존재합니다. 개인적 판단으로는 중장년이 많은 버스 기사의 특성상, 고혈압, 당뇨 등 심혈관질환을 염려하여 육류보다는 채소 위주의 식단을 꾸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맛은 매우 좋은 편입니다. 메뉴가 1식 4찬의 채소 위주의 메뉴인데도 맛에 국한해서 기사들의 호응은 좋은 편입니다.


필자가 서울 버스 회사에 입사하여 처음 식당에 갔을 때 TV 뉴스에서 본 ‘어린이집(유치원) 부실 식단’이 생각났습니다. 아이들이 그것을 먹고 영양실조에나 걸리지 않으면 다행이다 싶었는데요. 타 버스 회사의 메뉴도 지인이나 직간접적으로 경험해본 결과 대체로 비슷했습니다.


버스 기사들이 평소 외부에서 비빔밥을 안 먹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비빔밥을 자주 먹게 되니까요. 고기 없이 채소 위주의 반찬이 나올 때 고추장과 기름은 준비돼 있으니, 비벼 먹는 것이죠. 가장 간편한 ‘한 끼니 때우기’입니다.



[왼쪽 위] 경기도 시내버스 K사 생일상(월 1회 제공). 모든 직원에게 제공/ [나머지] 서울시 시내버스 회사 식단



고속버스와 시외버스, 공항버스 등의 식사는 회사에서 제공되는 식비로 일반 식당을 이용하기도 합니다. 지방 원거리 운행 후 터미널에 주차하면 구내식당을 이용하기도 하지만, 구내식당이 문을 닫았을 땐 지역 특식을 맛볼 수 있어 쏠쏠한 재미라고 합니다.


반면 이러한 ‘다이어트 식사’조차 제공하지 않는 일부 시내버스, 마을버스 회사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식비를 제공하지도 않죠. 마을버스는 앞차와의 간격과 휴식 시간을 고려하여 5분 내 식사를 마치거나 아예 못하기도 합니다. GDP 3만 달러 시대에 이런 마을버스가 존재한다니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위 같은 내용으로 보면 버스 기사들에게 근무 중 식사는 일반 직장인들의 식사와 사뭇 다름을 알 수 있습니다. 대기업 사내 식당처럼 양식과 한식 중 선택하는 일도 없습니다. 영양사를 배치하여 매일 식사량과 열량을 조절하는 회사도 극히 일부입니다. 일반 직장인들처럼 매일 맛있는 점심 식사의 희열을 누리지 못합니다.(메뉴 결정 고민은 없어서 다행) 식사 시간이 거의 10분 내외이기 때문에 외부에 나가 개별적으로 사 먹지 못합니다.


서울 시내버스 회사라고 모두 이런 식단이 나오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전수 조사를 하지 않는 이상, 65개 회사의 식단을 모두 알 길이 없습니다. 하지만 일부 회사를 제외하면 대체로 이런 패턴으로 식단이 계획됩니다. 고기보다는 저렴한 식자재, 영양보다는 저렴한 식자재, 맛보다는 저렴한 식자재가 우선순위에 놓이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버스 기사들에게 식사는 그저 ‘생존’을 위한 영양 보충쯤으로 여기면 좋을 듯합니다. 굳이 ‘부실 식단’이라고 직접적 언급은 하지 않겠습니다.


식단은 이러한데 식사 시간까지 매우 불규칙합니다. 장거리 노선의 경우는 아침을 새벽 4시에 먹고 점심을 오전 10시에 먹는 경우도 생깁니다. 저녁은 오후 4시경. 1일 2교대도 마찬가지입니다. 첫차 순번의 경우, 대체로 점심을 10시 전후로 먹게 됩니다. 격일제 버스 기사의 경우는 점심을 오후 4시에 먹으니 일이 끝나는 오후 11~12시경에는 배가 고파 어지러울 지경에 이릅니다.


식당의 식사 제공 시간도 정해져 있어, 자신의 배차 시간을 고려해 미리 밥을 먹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때 먹지 않으면 굶게 되기 때문입니다. 필자도 신입 시절 시간을 잘못 계산해 끼니를 거른 적이 있습니다. 주위에 편의점, 식당이라도 있으면 분초를 쪼개 식사를 해결하겠지만, 허허벌판에 차고지가 있는 경우는 굶어야 합니다. 그래서 가방에 먹을거리를 이것저것 챙겨서 다니기도 합니다. 소시지, 빵, 사탕, 과자, 과일, 자양강장제, 껌, 초콜릿 등등.


일반 사무직처럼 점심 12~13시, 저녁 오후 6~7시로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위장병과 장 트러블을 달고 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주말, 휴일, 여가 생활


버스 기사를 시작하게 되면 주말이나 휴일에 대한 개념이 사라집니다. 격일제 근무의 경우 하루 일하고 하루 쉬기 때문이고, 1일 2교대 근무의 경우도 주말은 선임 기사들의 ‘전유물’이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만근일 개수를 맞추다 보면 가끔 주말 휴무가 돌아오기도 하지만 대체로 불가능하다고 보면 됩니다.


주말이나 휴일에 맞춰 개인적 업무가 필요하면 회사에 사전 공지를 해야 합니다. 필자도 버스를 처음 시작했을 때, 1년간은 주말에 쉬어본 적도 없고, 휴가를 내어본 적도 없습니다.


이 점이 일반 사무직과 가장 다른 개념입니다. 가족과 함께 주말에 여행을 가거나 여가를 즐기는 것도 사전 계획에 따라 움직여야 합니다. 즉흥적인 여행은 있을 수 없죠. 물론 연공서열이 오를수록 점차 좋아지긴 합니다.


그래서 버스 업계에서 35세 미만, 혹은 미혼자를 받지 않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과거에는 입사 자격 기준이 더 엄격했다고 합니다. 젊고 연애를 해야 하는 미혼자들은 거의 입사가 불가능했다고 합니다. 버스 기사의 생활을 한마디로 말하라면 바로 ‘시간 엄수’와 ‘자기 절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술을 좋아하고 시간에 얽매이는 것을 싫어하는 ‘자유주의자’라면 버스 기사 직종과 맞지 않습니다.


그래서 버스 회사는 안정적인 가정을 꾸리고 자녀가 있는 중장년층을 선호합니다. ‘책임감’을 판단하는 것이죠. 그렇다고 미혼 청년들이 책임감 없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기혼자의 책임감과 조금 차이가 있다고 느끼는 것이죠.


지금은 취업 불평등으로 문제시되어 모두에게 문호가 개방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20대는 거의 취업이 불가능합니다. 버스 보험 수가가 높아지는 것도 버스 회사에 별 도움이 되지 않아서 그런가 봅니다.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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