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살아가는 데 꼭 있어야 할 것은 무엇일까. 따지고 보면 사람이 살아가는 데는 그렇게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잘살게 됐다고 여기면서 인간은 꼭 필요한 것을 넘어서서 불필요한 것을 너무도 많이 쌓아두고 살아온 듯합니다.
▷소유한다는 것은 곧 그것에 소유당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착각한다. '내가 무엇을 소유한다'라고. 하지만 그 소유물에 쏟는 에너지를 생각하면 우리는 도리어 뭔가를 자꾸 잃고 있는 것이다.
▷나는 교육이란 말에는 ‘가르치다’를 넘어 ‘기르다’란 뜻이 들어 있다고 생각했다. 축구를 가르치는 데서 끝날 게 아니라 선수로, 사람으로 길러야 한다고 믿었다. 그래서 그때 내가 중시한 것은 축구에 임하는 태도와 자세였다.
▷축구를 잘 습득하려면 운동능력 하나로는 어림없다. 운동능력이라는 재능을 뒷받침해줄 ‘성실한 태도’와 ‘겸손한 자세’가 겸비되어야 한다. 축구장이라는 네모난 공간은 무법천지가 아니다. 그곳도 룰(법)의 지배를 받는다. 그 공간에 들어간 사람은 누구나 엄격한 법 아래에 서게 된다. 그래서 자신과 타인의 관계를 이해하는 게 최우선이다.
리스펙트respect.
나에게 스포츠맨십을 한 단어로 표현하라고 한다면,
바로 리스펙트다.
상대 선수에 대한 존중.
같이 뛰는 선수들에 대한 존경
▷본능적으로 반응하고 신속하게 판단하되, 마음을 다스리고 경쟁 속에서도 본질을 잃지 않아야 한다.
▷절대 내가 잘났다는 것도 아니고 내가 맞다는 것도 아니다. 내 오류를 두 번 반복하지 않겠다는 결심, 다른 방식으로 내 아이를 가르쳐보고 싶다는 욕심이었을 뿐이다. 그 생각으로 연구하고 또 연구했다. 지금도 매일 생각한다.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
능력은 없지만 좋은 지도자, 좋은 아버지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고민했고 연구했다.
오직 축구만 생각했다.
▷나는 흥민이뿐 아니라 그 누구도 그 어떤 분야에서도 “혜성은 없다”라고 말하고 싶다. 이 세상에 혜성같이 나타난 선수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 차곡차곡 쌓아올린 기본기가 그때 비로소 발현된 것일 뿐이다.
▷방목이라는 것은 무질서나 내팽개침이 아니다. 자유라는 연료가 마음껏 타올랐을 때 비로소 창의성을 발휘하고 발견할 수 있다.
▷축구는 열한 명이 하는 것이지만, 나는 축구는 개인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이 이야기는 내가 지도하는 아이들에게도 자주 하는 말이다.
“축구는 철저하게 개인 운동이다.”
열한 명의 선수 개개인이 강해질 때 그 팀도 강해진다. 그런데 우리는 이 원리를 거꾸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주로 조직력부터 이야기한다. 개인의 능력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조직력은 한계가 있다. 그러나 개개인의 능력이 확보된 상태라면 전략 전술의 조합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하루를 쉬면 본인이 알고 이틀을 쉬면 가족이 알고 사흘을 쉬면 관객이 안다는 말처럼, 죽을 때까지 놓지 말아야 하는 가치는 ‘겸손’과 ‘성실’이다.
▷아무리 시간이 걸려도,
아무리 빨리 예쁘게 틔운 싹이 보고 싶다 해도
뿌리가 튼튼한 게 먼저다.
보이는 위쪽보다 보이지 않는 아래쪽을
더 튼튼하게 만들어야 한다.
▷나에게도 아들을 엘리트 축구팀에 소속시키지 않고 야인처럼 키우면서 불안하고 초조하지 않았느냐고 묻는 이들이 있다. 그때 나는 되묻는다.
“무엇 때문에 불안하고, 무엇 때문에 초조한가?”
불안하고 초조하다면, 가만히 들여다보라. 그건 다 부모의 욕심에서 기인한 것이다.
▷사람들은 아이가 축구를 좋아하고 공도 곧잘 차는 것 같다 싶으면 미리부터 재능과 성공을 거론한다. 나는 여기에 커다란 함정이 있다고 본다.
축구를 통해 얼마나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느냐는
몇 경기 이기는 것보다 천 배는 더 중요한 문제다.
승패를 떠나 축구의 맛을 느낄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삶에서는 늘 아래를 바라보고, 축구에서는 항상 위를 보아라."
그 생각을 하면 항상 감사하면서 겸손하게 살 수 있다. 영원한 것은 없다.
▷타국에서 운동선수로 살아남는 일은 쉽지 않다. 때론 호사스러워 보이기도 하지만 실력에서도 기 싸움에서도 밀리면 끝이라는 생각으로 매일매일 전쟁을 치르는 심정으로 산다. 온순하고 착하고 예의 바르다는 덕목만으로는 부족하다. 자신감 있는 것, 꿀리지 않는 것, 기세에서 밀리지 않는 것은 경기력과도 직결된다. 위축되는 순간 얕잡힌다.
“물러날 필요 없어. 네가 화가 나면 무슨 액션을 취해서든 네가 화가 났다는 메시지를 줘라. 주저하지 마라. 부당하다고 판단했을 때는 붙어서 해결해라. 안 되면 뭐라도 집어 던지고 깨고 부수더라도. 네 목소리를 내야 한다.”
자신감! 자신감!
일단 붙어봐야 할 것 아닌가.
저질러보고, 깨지고, 얻어맞아도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주전으로 뛰는 선수와 벤치에서 몸을 푸는 선수의 몸 상태는 차원이 다르다.
경기를 계속 뛰는 선수들은 경기 감각과 체력을 유지할 수 있다. 일주일에 한 번씩 경기가 열린다 치면 세 경기 정도만 못 뛰어도 경기 감각을 잃는다. 이때 감독을 탓하고 상황을 탓하고 어디 가서 하소연한다고 달라질 것은 없다.
그렇게 불평불만 쏟아내고 운동을 게을리하다 기회가 오면, 이전처럼 못 뛴다. 이미 감각과 체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그럼 선수가 스스로 빌미를 제공하는 것이 된다. 구단 스태프들과 팬들은 ‘저러니까 경기에 기용이 안 되지’라고 납득해버린다.
선수는 마음처럼 되지 않으니 ‘왜 이렇게 안 풀려!’ 하며 분노와 조급함에 휩싸인다. 악순환의 궤도에 올라타는 것이다. 그들에게 말하고 싶다.
"네 인생을 살면서 불평불만하고 하소연하지 말라. 네 삶이고, 네가 만드는 것이다."
▷우리 선수들에게 찾아오는 조로早老 현상은 축구인, 축구협회, 시스템이 함께 풀어나갈 문제다. 어린 선수의 재능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그 어린 선수의 재능을 지켜주고 보호해서 앞으로 더 나아가도록 이끌지 못해서이다.
▷우리나라에는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 어린 선수들이 많다. 세계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선수들이다. 하지만 그렇게 좋은 평가와 관심을 받던 어린 선수들이 갑자기 사라지곤 한다. 우리는 안타까워하며 말한다.
"아무개 선수가 한때는 참 잘했는데, 기대만큼 못 컸어."
왜 그런 일이 생길까? 왜 그토록 ‘비운의 천재’라 불리는 이들이 많을까? 그것은 선수가 성장하지 못하고 정체돼 있다 끝나기 때문이다.
▷기회는 늘 조용하고 수줍게 찾아왔다 날쌘 토끼처럼 순식간에 도망갔다.
삶은 몇 번의 기회를 준다.
무심하게, 혹은 선물처럼.
그 기회를 잡는 자와 흘려보내는 자가 있을 뿐이다.
돌아보면 ‘그때가 기회였구나’ 후회하게 될 때도 많지만 기회임을 알아챘을 땐 망설일 것도 계산할 것도 없다. 그냥 잡아야 한다.
▷훈련할 때 재미있게 하고 경기할 땐 욕심내지 않는 것.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축구선수가 꿈꿀 수 있는 전부이다.
▷"삶을 멀리 봐라. 그리고 욕심을 내려놓아라."
▷자신이 선택해서 자기 의지를 발휘하여
능동적이고 주도적으로 살지 않으면 자신을 잃게 된다.
자신이 자기 삶의 주인공이라는 의식을 갖는 게 중요하다.
뛰어난 축구선수가 되는 게 전부가 아니라
주도적인 삶을 이끄는 사람이 되는 것이 먼저여야 한다.
거기에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성적을 내기 위한 경기 중심으로 뛰었다. 성적을 목표로 두면 시행착오를 통한 진정한 경험을 쌓지 못하고 창의적인 플레이를 시도하지 못한다.
선수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를 기회를 놓친다. 또한 일찍부터 승부 세계에 노출된 아이들은 전성기로 뛰어야 할 나이에 이미 하나둘 고장 나기 시작한 몸으로 버티고 버틴다.
우리의 성과지향주의는 스스로를 착취하고 본의 아니게 내 아이까지 착취하는 결과를 만들어낸다.
▷네덜란드 토털사커의 창시자이자 불세출의 축구 영웅인 요한 크라위프는 자서전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내가 만난 월드클래스 선수 중에 인성이 나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어릴 때부터 아이들에게 강조하는 몇 가지가 있다.
겸손하라.
네게 주어진 모든 것들은 다 너의 것이 아니다.
감사하라.
세상은 감사하는 자의 것이다.
욕심 버리고 마음을 비워라.
마음을 비운 사람보다 무서운 사람은 없다.
▷성공보다 앞서야 하는 것이 성장이다. 나를 성장시키려고 마음먹었을 때, 나를 초월하고 나를 넘어서겠다고 다짐했을 때 성장이 찾아온다. 잡스의 연설 “Stay hungry, Stay foolish”라는 말처럼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어리석어 보일 정도로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지도자들은 끊임없이 훈련법을 개발해야 한다. 기존에 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웬만한 빅매치는 다 찾아보며 반복해서 집중적으로 연구했다. 내가 생각해도 미쳐 있었다.
불광불급不狂不及, “미쳐야 미칠 수 있다”는 그 큰 말에 내가 다다를 순 없었겠지만 어느 정도 미쳐 있었던 건 맞는 것 같다. 중요한 기술을 찾아내 어떻게 하면 그 기술에 도달할 수 있을지 미친놈처럼 그 하우투How-to를 연구했다.
'저 기술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그 시절 내 머릿속엔 온통 그 생각뿐이었다.
특히 흥민이가 열여덟 살 즈음부터 5년은 집중적으로 근력 훈련을 했다.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나는 무엇을 할 때 가장 행복한가?'
이 질문을 염두에 두면 인생의 많은 선택지 앞에서 조금은 수월하게 길을 택할 수 있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위치에 오르는 것, 뛰어난 기록을 내는 선수가 되는 것, 온 국민이 알 정도로 이름을 날리는 것, 이 모든 것보다 중요한 것은 인간다운 인간이 되는 것이다.
책을 읽다가 좋은 부분을 접어 내 아이들에게 읽게 했던 것은 결국 인성을 위한 것이었다.
▷기회라는 건 아주 조용히 옵니다.
그리고 기회는 악착같이 내가 만들어내야 합니다.
미래가 나에게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
책을 읽으며 예의주시하며 관찰해야 합니다.
▷삶의 위기가 찾아왔을 때,
삶이라는 해전에서 책은 함선과도 같은 역할을 해준다.
배가 없으면 바다로 나갈 수 없듯
책이 없으면 삶을 헤쳐갈 수 없다.
▷1년이면 100권 정도의 책을 읽는데, 그중 30권 정도를 따로 뽑아 밑줄을 치고 중요한 페이지를 접어서 흥민이에게 권했다.
서평.
'손흥민은 톱클래스가 아니다'
아버지가 왜 그런 말을 했는가는 이 책을 보면 알게 된다.
역시 축구도 인성이다.
겸손과 성실이 몸에 배어있는 축구선수출신 아버지밑에서
손흥민이 배운게 축구뿐이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