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10대 소년이 유럽 축구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실력과 함께 개인의 스타일도 중요하다. 경기장 안에서 뛰는 스타일이 유럽과 잘 맞아야 한다. 볼을 다루는 개인 기술만큼 ‘어떻게 뛰는지’도 유럽과 궁합이 맞아야 한다는 뜻이다. 경기장 밖에서는 유럽의 라이프스타일에 자연스럽게 섞일 줄 알아야 한다.
▷나는 내가 뛰는 팀이 지는 꼴을 못 본다. 눈물이 많은 이유이기도 한 것 같다. 어렸을 때부터 뭔가 내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 울음이 터졌다. 슬퍼서 운다기보다 그냥 눈물이 나온다.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출전했던 메이저 대회에서 눈물을 보인 이유도 결국 그런 성격 때문이었다. 정말 이기고 싶은데 그게 마음대로 되지 않으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온다. 이 버릇은 커서도 고쳐지지 않는다.
▷한국에 있던 나를 데려가 준 곳, 유소년 계약을 맺어 준 곳, 1군 승격 기회를 준 곳, 제일 어린 나의 슬픔을 봄날 햇볕처럼 따뜻하게 감싸 안아 주는 곳. 함부르크는 그런 곳이었다.
▷내가 사랑하는 가족이 ‘공공의 적’으로 몰리는 상황이 너무 가슴 아팠다. 국적을 바꾸라는 댓글을 봤을 때는 눈물이 쏟아질 뻔했다. 축구화에 태극기까지 새기고 뛰는 내 마음을 왜 몰라 줄까?
▷어제의 일을 계속 끌어안거나 내일을 걱정하는 통에 오늘을 제대로 즐기지 못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오늘 행복하지 못한 사람은 내일이 되어도 불행하기는 마찬가지다.
지금 감사하며 즐겨야 한다. 나의 행복 철학이다.
그라운드에 서서 축구공과 함께 있는 순간을
최대한 즐기는 것이 행복이다.
어제를 떨치지 못하거나 내일을 걱정하는 삶은 오늘의 행복을 방해한다.
영국에서 나는 ‘스마일 보이’라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동료들도 “어떻게 너는 매일 아침 웃으면서 돌아다닐 수 있는 거냐?”라면서 신기해한다. 간단하다. 웃어서 행복한 거다. 매일 아침 일어나서 ‘오늘 하루도 행복하게’라고 다짐한다.
▷축구를 잘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축구만 해야 한다. 런던에도 유혹은 얼마든지 있다. 프리미어리그 선수는 본인만 원하면 얼마든지 화려한 삶을 만끽할 수 있다. 젊고 돈 많고 평소 시간도 자유롭기 때문이다. 나는 다른 길을 가기로 했다. 지금 나는 무엇을 해야 할지를 망각하지 않는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축구를 잘하고 싶은 마음이 가장 크다. 경기력 향상을 위해서라면 시간과 돈을 아끼지 않는다. 재미없는 삶이다. 정말 따분하기 그지없다. 그래도 감수한다.
▷어제 값을 치른 대가를 오늘 받고, 내일 받을 대가를 위해서 오늘 먼저 값을 치릅니다. 후불은 없죠.
서평.
어떤 분야든 남이 밟지 않은 길을 간다는 건 험난한 과정은 필수 코스다.
그 과정을 아무리 설명한다해도 속속들이 알 수 없다.
'그래, 힘들었구나. 이해해.'라는 말이 얼마나 속 빈 강정같은 말인지.
그저 수박 겉핥기할 뿐이다.
자신이 해봐야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