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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찬 Nov 10. 2021

[해피버스데이] 제1장 9.버스 기사와 건강 2

개인 건강 관리 = 승객 안전 관리 = 공공의 재산

9.버스 기사와 건강

개인 건강 관리 = 승객 안전 관리 = 공공의 재산



▶분노 조절 장애


얼마 전 고속 도로에서 보복 운전을 한 운전자가 도로 한복판에 차를 세우고 뒤차에 항의하러 갔다가 추돌 사고로 사망한 뉴스를 본 적이 있습니다. 평소 얌전하던 사람도 운전대만 잡으면 ‘야수’로 돌변하는 것을 종종 보게 되는데요. 원인을 유발한 피해자나 폭력을 가한 가해자 모두 문제입니다.


이들을 묶어 분노 조절 장애 환자라 할 수 있습니다. 심리학 용어로 정의되는 분노 조절 장애는 분노를 참거나 조절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며, 과도한 분노의 표현으로 정신적, 신체적, 물리적 측면 등 다양한 영역에서 피해를 경험하는 것을 말합니다. 즉 화가 나는 상황에서 분노를 못 참는 것이죠.


분노 조절 장애는 이처럼 갑작스러운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고 폭발적이거나 공격적인 형태로 나타내는 것으로서, ‘충동적인 분노 폭발형’과 ‘습관적 분노 폭발형’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전자가 분노를 유발하는 상황에서 우발적으로 나타나는 것이라면, 후자는 분노를 폭발하는 것에 대하여 경험적으로 학습하면서 습관화된 형태로 볼 수 있습니다.


운전하는 사람 중 일부는 이런 분노 조절 장애를 겪는 듯합니다. 특히, 버스 기사들은 매일 무질서의 상황을 만나면서 스스로 감정을 삭여야 합니다. 자신도 모르게 욕설이 나오거나 폭력적인 행동이 튀어나오기도 하죠.


내공이 쌓여 무감각해진 베테랑 고수들은 자신만의 해결법이 존재하겠지만, 버스 기사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새내기들에게 이런 분노 유발자들과의 조우는 심히 위태로울 수 있습니다.


누군가 어이없는 상황을 만들어 피해를 봤다고 생각한 버스 기사는 창문을 열어 손가락질과 욕설로 대응한다거나, 직접 내려 삿대질로 따질 수도 있는데요. 과거에 자주 봤던 광경이었습니다. 실제로 버스 기사와 택시 기사가 도로 한복판에 뒤엉켜 주먹질하는 것도 봤으니까요.


그러나 지금은 서울 시내버스의 서비스 품질 향상이 기본 덕목이 된 지 오래라 이런 풍경은 옛이야기가 됐습니다. 이런 풍경을 벌인다면 승객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민원 신고가 폭주하겠죠.


기본 질서를 지키지 않는 이기적인 운전자들이 일단 문제라고 보입니다. 그들로 인해 분노가 유발되는 상황이 여럿 있으니까요. 기본만 지키면 해가 될 것이 없는 도로 상황인데, 자신의 차량만 우선권이 있는 듯이 행동하기에 문제가 발생합니다.


분노 조절 장애 해결을 위해서는 우선 스스로 노력해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분노 감정을 느낄 때 심호흡을 하거나 손등, 손가락 등을 주무르며 긴장을 해소할 수도 있습니다. 또, 목소리 톤이 높아질 때 분노의 감정이 증폭될 수 있으므로 톤을 낮추고 침착하게 이야기하도록 노력하거나 분노와 관련된 감정을 적어보고 대상, 분노의 정도 등에 대해서 정리하는 것도 좋습니다.


이런 방법으로도 해결이 안 되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약물 치료나 인지 행동 치료, 마음 치료 등이 있습니다. 운동과 식생활 개선버스 기사는 대체로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체력 단련을 꽤 많이 합니다. 등산을 비롯해 테니스, 사회인 야구, 조기축구, 자전거, 조깅, 수영, 배드민턴 등 다양한 스포츠를 통해 자신만의 건강 관리를 하는 셈이죠.


보통 평균 연령이 높고 소위 몸이 재산인지라, 자신 스스로 건강을 관리하지 않으면 근무를 지속할 수 없으므로 휴무일에 꾸준한 운동을 통해 건강 관리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일반 사무직과 달리 버스 기사는 비사무직으로서 연 1회 국가 건강 검진이 의무 사항입니다. 이 또한 같은 맥락으로 국가에서도 ‘건강 관리를 잘하라’라는 신호를 주는 셈이죠.


과거 버스 기사 채용에서 20대는 물론이고 35세 이하 미혼자들을 채용하지 않은 것도 자기 관리 측면에서 한편으론 이해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술을 좋아하고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을 하는 사원은 버스 운행에 지장을 준다는 일종의 선입견이 있었던 것이죠. 지금은 국가인권위원회 권고로 사라지긴 했지만, 평균 연령이 높다는 현실 앞에선 모두 고개를 끄덕이는 부분입니다.


식생활도 마찬가지로 관리해야 할 덕목입니다. 정기적인 단백질 보충은 해야겠지만, 육류 위주의 식사에서 채식 위주의 소식(小食)으로 변화해야 하는 것도 버스 기사의 숙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서울 시내버스 회사들의 식단은 대체로 채식 위주로 이뤄집니다.(그 이유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음)


버스 기사들은 대체로 과식하지 않습니다. 위가 더부룩하면 운행에 지장을 줍니다. 화장실 문제도 있지만, 몇 시간을 앉아서 운행하고 진동과 충격 때문에 몸이 계속 출렁거려 위에 부담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에서 버스 기사들은 누구보다 건강에 대해 민감하며 스스로 건강 관리에 철두철미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운행 중 스트레칭 & 졸음 퇴치법


필자가 운행 중 신호에 걸렸을 때 주로 하는 운동법이 바로 스트레칭입니다. 정형외과 의사로부터 앉은 자세에서 스트레칭하는 방법을 터득했죠.


우선 양손을 깍지 끼고 목 뒤로 넘겨 10초 유지합니다. 그런 후 턱에 엄지손가락을 대고 뒤로 젖혀 또 10초 유지합니다. 그러면 양팔이 저릿하면서 피가 순환되는 느낌을 받게 되는데요. 이때, 뒤로 젖혔던 목을 좌, 우, 앞 등 각각 10초씩 스트레칭합니다.


이후로 어깨 결림과 목 통증이 사라졌는데요. 손쉬우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의사 말에 의하면, 어깨 통증은 주로 목 디스크에서 기인한다고 하더군요. 목과 허리 디스크는 운수 종사자에게 필수 질병이 될 만큼 흔합니다. 


졸음을 퇴치하는 방법도 꽤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문을 열고 잠시 밖에 나갔다 오는 것인데요. 만원 버스에서는 불가능하죠. 뇌를 깨우는 방법 중 효과적인 것이 대화하는 것인데요. 운행 중 통화는 불가능하기에 접어두고, 껌을 씹는 방법도 추천합니다. 어떤 기사는 청양고추를 먹거나, 차를 마시고, 자신의 뺨을 때리기도 하는데요. 각자 자신만의 졸음 퇴치법을 가진 듯합니다.


정부에서도 졸음운전이 음주 운전보다 위험하다고 보고 그 심각성을 강조합니다. 승객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버스 기사에게 졸음운전은 가장 큰 위험 요인이라 할 만합니다. 그만큼 휴식이 필요하단 얘기겠죠.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않는 이상, 졸음운전은 피할 수 없습니다.


휴일에도 개인적 용무나 모임을 피할 수밖에 없는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자신의 개인 생활을 포기하면서 운행을 책임져야 하기에 버스 기사는 공공의 재산이라 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의 안전과 이동을 위해 사명감으로 운행하는 버스 기사들의 피로를 조금 이해해주길 바랄 뿐입니다.




졸음퇴치에 통화만한 게 없다. 그러나 서울시내버스기사들은 통화를 자유롭게 하지 못한다. 버스기사 필수품. 핸즈프리(블루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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