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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찬 Nov 10. 2021

[해피버스데이] 제1장 9.버스 기사와 건강 1

개인 건강 관리 = 승객 안전 관리 = 공공의 재산

9.버스 기사와 건강

개인 건강 관리 = 승객 안전 관리 = 공공의 재산



버스 기사는 장시간 의자에 앉아 있습니다. 또한, 진동을 그대로 몸으로 흡수하며 몸의 균형을 계속 맞춰야 합니다. 정신적으로도 서비스업이란 이름 아래 행해지는 고객 응대가 쉽지 않습니다.



▶버스 기사의 고질병 허리 디스크(요통)


특히 전 국민의 80%가 일생에 한 번 경험한다는 요통은 버스 운전자에겐 만성 고질병과도 같습니다. 

<버스 기사의 요통 발생 요인에 관한 연구>(박소연.1997)에 의하면, 버스 기사 조사 대상 98명 가운데 요통을 경험한 기사는 65명으로 조사 대상의 요통 경험률이 66.3%로 일반 사무직의 44.8%보다 높게 나타났습니다. 나이 분포는 최저 29세부터 최고 60세로 40~49세의 비율(42%)이 가장 높았으며, 체중은 60~69kg(45.9%)에서 가장 많았습니다.


요통의 원인은 요통을 경험한 65명 중 51명(78.5%)이 직업상 장시간 앉아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으며, 버스 운전을 하기 전에 요통을 경험한 사람은 28명(43%), 운전 시작 후 요통이 발생했다는 사람이 37명(56.9%)으로 집계됐습니다. 여기서 운전하기 전 요통이 있었던 28명 중 22명은 요통이 지속되거나 심해졌다고 답했으니, 버스 운전이 요통과 직접적 관련이 있음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위 연구 결과에 의하면, 사람의 체중이 70kg일 경우 요추(허리뼈)에 가해지는 추간판 내압은 서 있을 때 70kg, 걸을 때 85kg인 데 비해, 등받이 없이 바로 앉은 자세에서는 100kg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앉아 있을 때 요추에 가해지는 압력이 사람 체중보다 높아지게 되므로 오랜 시간 앉아 있을 때 허리의 불편함을 느끼게 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이치라 하겠습니다. 운전할 때 허리 근육은 자세 유지에 더 많은 힘을 쓰게 되고, 도로에서 전해지는 진동과 충격이 그대로 척추에 가해져 부담을 가중하는 것이죠. 이런 반복적인 충격이 장시간 반복될 때 요추에 퇴행성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고 합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진동과 노면의 충격을 최소화하여 요통을 예방하기 위해서 앉은 자세에서 요추 전만(腰椎前彎. 요추가 앞쪽으로 굽어 있는 상태. 사람이 서서 걷게 됨에 따라 생기는 이차적인 굴곡)을 지지해 줄 수 있도록 의자 등받이 각도를 110도로 유지하고 좌석의 무릎을 높인 현수식 의자(Suspension Seat)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합니다.


자연스러운 허리의 곡선을 유지하도록 앉는 것이 바람직한 자세이며 요추 전만이 감소한 자세로 장시간 앉아 있으면 가능한 중간중간에 차를 멈추고 내려서 걷거나 근육의 긴장을 풀어주는 스트레칭을 해줘야 합니다. 앉은 자세에서라도 몸의 중심을 앞뒤로 움직여 요추와 주위 근육의 부담을 줄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버스 운전석. 출처: <해피버스데이>



▶고관절 통증


수동 기어보다 자동 기어 버스 기사에게 더 많이 나타납니다. 연공서열이 높을수록 고관절 통증은 비례합니다. 버스를 오래 할수록 엉덩이와 허벅지가 뒤틀리는 경우가 더 많다는 얘기죠.


고관절 통증은 골반과 대퇴골을 잇는 관절로 허벅지와 엉덩이를 잇는 부위, 즉 엉덩이 좌우 부분에 주로 느껴집니다. 필자도 버스를 시작하고 몇 개월 지나지 않아 정형외과를 방문할 정도로 통증이 컸는데요. 별다른 소견 없이 진료가 끝났던 기억이 있습니다.


병명이 붙지 않을 정도로 미약한 통증이라 여길 수 있으나, 기사는 매우 고통스럽기도 합니다. 엉덩이가 짝짝이가 된다는 속설이 있을 정도니까요.


운전석에 앉으면 다리를 좌우로 나란히 놓고 앉는 것이 아니라, 양발을 클러치와 액셀러레이터, 브레이크로 쉼 없이 움직이기 때문에 엉덩이와 허벅지에 지속해서 근육 경련과 힘이 들어가게 됩니다.


필자도 오랜 세월 지나고 나면 다리 모양이 어떻게 변할지는 모르겠으나, 아직 괜찮은 걸 보면 운행 후 스트레칭이 큰 효과가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인터넷에 고관절과 관련된 스트레칭 동영상이 매우 많아 검색으로 쉽게 따라 할 수 있습니다.



TIP. 필자가 주로 하는 고관절 통증 완화 스트레칭

1. 누운 자세에서 오른쪽 다리를 90도 뻗어 올린다.

2. 올린 오른쪽 다리를 왼쪽 다리 위로 90도 꺾은 상태로 그대로 내린다.

3. 상체는 그대로 둬야 허리가 뒤틀리게 되는데, 이때 오른손으로 오른쪽 엉덩이 옆 부분을 15회 두들겨준다.

4. 왼쪽 다리도 같은 순서로 3회 반복.



▶정신적 스트레스 & 우울증


지난 2009년 전국 운수 산업노동조합은 화물 노동자 안전 보건 실태 조사를 했는데, 운전자 절반 이상이 우울증과 정신 질환을 앓고 있으며 이는 우리나라 국민 우울증 유병률의 4배 높은 수준이라 보고한 바 있습니다. 비록 화물차 운전자에 대한 조사였지만, 버스 기사도 마찬가지라 생각합니다.


시대가 변해 혼술, 혼밥, 재택근무가 일반화되고 있는 시기에 홀로 근무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예전보다는 덜한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러나 열악한 근무 환경과 고립감 등은 여전히 스트레스를 높여 우울증 유발에도 큰 영향을 미치지 않나 생각됩니다. 특히 업무 특성상 장시간 운전과 돌발 상황에 대한 부담감, 도로 상황에 대한 지속적인 정신 집중이 요구되어 더욱 그럴지도 모릅니다. 


하루 대부분을 도로에서 보내며 교통 체증, 과다한 업무 시간, 휴식 부족, 운전자 간의 갈등, 돌발 상황 발생 등 스트레스 수준이 매우 높다고 하겠습니다.


<버스 운전사의 WHO-5 well being 지수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김시은, 2019)에 의하면, 운행 중 욕설을 경험한 버스 기사는 조사 대상 총 342명 중 절반 이상인 183명(53.5%)에 이른다고 보고하기도 했습니다. 


정신적 스트레스는 수면 부족으로 이어지기도 하는데요. 위 연구에 따르면 버스 기사의 48.7%가 졸음운전을 경험했으며, 이 중 70%는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주행을 계속한다고 합니다.


한국도로공사의 통계에도 치명적 사고의 25%가 운전자의 피로에 기인하고, 사업용 자동차 운전자의 30% 이상이 만성피로 증상을 호소하고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특히 고속버스 기사들은 직무 요구 및 직무 자율성 결여 영역에서 스트레스 수준이 높을수록 이상지질혈증(혈청 속에 지방질이 많아서 혈청이 뿌옇게 흐려진 상태. 동맥 경화증을 촉진하는 요인)의 대응비가 높게 나타났습니다.


다만 연구에서 버스 업무 특성상 근무 경력이 길어지면 직장의 적응력이 높아지고 안정화되어 웰빙 지수가 전반적으로 상승하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습니다. 


필자는 지금도 퇴근 후 집에 돌아와 잠자리에 들 때, 5분 내 잠들곤 합니다. 잠자리에 누우면 위내시경 검사를 할 때 경험한 ‘수면제’를 먹은 것처럼 느껴지며 정신이 멍해지면서 잠에 쉽게 빠져듭니다. 불면증은 겪을 수 없는 노동 강도입니다.


결국, 근무 시간이 길수록, 피로나 통증을 주는 자세가 많을수록, 화난 고객 응대를 많이 할수록 웰빙 지수가 낮게 나타났습니다. 수시로 스트레칭을 할 수 있도록 휴게실에 안마 의자 등을 설치해 통증을 유발하는 자세를 줄여줄 수 있도록 하며, 적절한 근무 시간과 탄력 운행제도, 고객 응대 지침 등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해피버스데이> 바로가기

http://naver.me/FHYJiGj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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