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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찬 Nov 16. 2021

[해피버스데이] 제1장 10.기사에게 고(告)함 1

버스 운전 안내서

10.버스 기사에게 고함 - 버스 운전 안내서 1

버스 전폭 = 도로의 좌측 차선 왼쪽 어깨에 맞추면 딱!



버스 운행 노하우는 누구도 알려주지 않고 스스로 터득해야 합니다. 필자가 이야기하는 것도 부끄럽지만 초보 버스 기사에게는 큰 힘이 될 법하여 꺼내 봅니다. 몇 개월만 지나면 흘려들을 정도로 익숙해지는 패턴이지만, 처음 입사했을 때의 당황한 여러 기억을 종합해보면 역시 몇 가지 이야기를 해주는 게 낫다고 판단했습니다.


버스 회사에는 신입 기사들을 위한 교육 교본이 없습니다. 정말 필요한 것들인데 없더군요. 모두 선임 기사들의 입으로만 반복할 뿐입니다. 필자는 이런 점에 착안하여 경기도 시내버스 재직 시 ‘신입 기사를 위한 교육 자료’를 만들어 회사에 제공한 적이 있습니다. 그것이 잘 활용됐는지 모르겠지만, 노선별 특징이나 주의할 점, 출퇴근 시 해야 할 일 등 버스에 부동액 넣는 위치도 몰랐던 제 경험상 이런 자료는 정말 필요해 보였으니까요.


무사고를 위한 여러 방법 중에 필자가 고안해 냈거나 
실제 적용 중인 노하우를 공개합니다.



① 뒤차를 항상 살펴라.

② 버스 우측에 오토바이, 자전거를 항상 살펴라.

③ 앞차의 자동차 휠(바퀴)을 유심히 관찰하라.

④ 전방 300m 이상 항상 주시하라.

⑤ 수시로 실내 룸 미러를 보라.


⑥ 머리를 45도 우측으로 돌려 출발하라.

⑦ 복잡한 좌측 차로 진입 시 손을 내밀어 양보 요청하라.

⑧ 앞문 뒷문 개폐기에 손을 떼지 말라.

⑨ 탄력 운전(연비 운전)과 낮은 RPM을 유지하라.

⑩ 버스 엔진룸을 파악하라.


⑪ 정비사들과 친해져라.

⑫ 버스의 폭은 내 왼쪽 어깨에 맞춰라.

⑬ 눈길 운전엔 항상 리타더를 사용하라.

⑭ 내 노선을 지나는 타 노선을 대략 파악하라.

⑮ 탕수가 깎이는 때가 있으니 눈치껏 서행하라.


⑯ 경청하라.

⑰ 운행 시 후진은 절대 하지 말라.

⑱ 정차 시 항상 사이드 브레이크를 채워라.

⑲ RPM을 보고 운전하라.

⑳ 신호 체계부터 외워라.


㉑ 교행 중 손 인사는 오른손으로 하라.

㉒ 자신만의 취미(집중할 수 있는 무언가)를 가져라.

㉓ 배려심 많은 선배가 되어라.



① 뒤차를 항상 살펴라.

버스 기사는 승용차 운전할 때와 다르게 항상 뒤차의 동태를 살펴야 합니다. 좌측에 차가 있는지 우측에 오토바이나 자전거는 있는지 항상 주의 깊게 살펴야 합니다. 그래서 예측하고 준비해야 하죠. 


② 버스 우측에 오토바이, 자전거를 항상 살펴라.

버스 기사는 좌측보다 우측을 많이 보게 됩니다. 버스가 출발해도 오토바이나 자전거가 깊이 들어오기 일쑤니까요. 그래서 연석과 50cm 정도 붙여 정차합니다. 하차하는 승객과 오토바이, 자전거와의 충돌 사고도 일어날 수 있어 항상 조심해야 합니다.


③ 자동차 휠(바퀴)을 유심히 관찰하라.

필자는 버스 운행 시 앞의 길목에서 자동차가 내 차로로 들어올 것인지, 우회전, 좌회전할 것인지 판단할 때 차량 전체를 보지 않고 바퀴 특히, 휠을 봅니다. 휠의 움직임을 보는 것이 가장 정확하기 때문이죠. 상대 차량이 갈 것인지, 설 것인지에 대한 판단이 빨리 됩니다. 원근감이 떨어지는 야간에는 특히 도움이 됩니다.


④ 전방 300m 이상 항상 주시하라.

고속으로 운행할 땐 특히 바로 앞만 보면 안 됩니다. 적어도 300m 이상 전방의 신호등까지 살펴야 합니다. 버스는 정지 거리가 꽤 깁니다. 승용차의 3배 이상이죠. 10t 이상 무게를 지탱해야 하므로 급정거는 승객의 전도 사고로 이어집니다. 브레이크를 밟는 시간을 계산하여 서서히 멈추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죠. 단, 차량의 흐름에 따라 바로 앞차가 급제동할 것인지에 대한 추측도 해야 합니다.


⑤ 수시로 실내 룸 미러를 보라.

승객이 몇 명 서 있는지, 아까 승차한 연로한 노인은 어디에 앉았는지, 언제 일어나는지, 마스크는 다들 착용했는지, 하차 문을 닫을 때 누가 달려 나오지는 않는지 등등…. 너무나 볼 것이 많은 버스 실내입니다. 이는 실내 룸 미러만으로 확인 가능합니다. 다른 방법은 없습니다. 수시로 보는 수밖에.


⑥ 머리를 45도 우측으로 돌려 출발하라.

필자는 머리를 45도 우측으로 해 놓고 앞과 옆을 동시에 확인하며 출발합니다. 시속 5km 내외 속도로 30여m 운행하는 것도 사고 예방의 한 방법이죠. 이렇게 서행하면 주위 자동차들은 자동차대로 알아서 피하고, 정류장에 뛰어오던 승객도 단념하고 돌아섭니다.


⑦ 복잡한 좌측 차로 진입 시 손을 내밀어 양보 요청하라.

버스 운행을 하다 보면 복잡한 시내 구간을 빠져나와야 하는 때가 많습니다. 복잡하고 단단히 체증이 걸린 좌측 차로로 진입할 때 양보해주는 차들이 수시로 나타나 대체로 편안하게 진입하긴 하는데요. 어떤 날은 도무지 끼어들 틈이 나지 않는 때도 있죠. 이때 창문을 열고 손을 위아래로 흔들며 양보를 요청하는 게 효과적입니다. 


필자는 사고 예방 차원에서 대부분 이렇게 진입을 합니다. 손을 내밀고 안 내밀고의 차이는 실로 큽니다. 제아무리 빨리 달려야 하는 스포츠카라도 멈추곤 하죠. 누군가가 신체를 내밀어 도움을 요청하는데 외면하는 비양심적인 운전자는 극히 드물더군요.


그런 후 좌측 차로에 진입했다면 확실히 차로를 모두 ‘먹는’게 좋습니다. 어중간하게 반쯤 걸치면 사고 위험이 큽니다. 버스들은 보통 가장자리로 운행한다는 생각에 뒤차는 앞 버스가 다시 우측으로 빠질 줄 알고 파고들기 때문입니다.


⑧ 앞문 뒷문 개폐기에 손을 떼지 말라.

정류장에 들어선 후 앞문과 뒷문을 개방하고 나서 승객이 모두 승하차를 하면 문을 닫기 마련입니다. 이때, 갑자기(어디서 나타났는지 심히 궁금하지만) 나타나 문에 손을 넣어 열어보려는 승객이 가끔 있는데, 이럴 때 문 끼임 사고가 발생합니다. 이런 경우 보통 부상의 정도도 가볍지 않아 꽤 심각해질 수 있는데요. 눈은 사이드 미러를 보며, 손은 무조건 개폐기 레버를 쥐고 있어야 합니다.


갑자기 내린다는 승객, 갑자기 손을 뻗어 단말기에 태그하려는 승객, 손을 문에 넣는 승객 등 별의별 일이 다 있으므로 순식간에 일어나는 사고에 대비하려면 이 방법이 최선입니다. 검지와 중지 손가락 가운데 끼고 있든지, 손가락 모두를 활용해 쥐고 있든지, 어쨌든 모든 상황이 정리될 때까지(승하차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님) 개폐기 레버를 손에서 떼면 안 됩니다.


⑨ 탄력 운전(연비 운전)과 낮은 RPM을 유지하라.

어떤 회사에서는 중립 운전 즉, 탄력 운전을 하지 말라고 합니다. 브레이크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겠죠. 하지만 연비에 민감한 회사에서는 적극적으로 권장합니다. 중립 운전은 사실 고속에서 위험한 건 사실입니다. 내리막길에서 엔진 브레이크나 배기 브레이크를 사용하지 않으면 브레이크에 심한 부담을 주어 파열될 수도 있으니까요. 버스 브레이크는 유압식이 아닌 공기식이라 비교적 승용차보다 안전하긴 하지만 차량 중량이 10t 이상이라, 더욱 그러합니다.


평지에서는 자주 중립 운전을 하여 연비에 도움을 주는 것도 나쁘진 않습니다. 속도를 올린 후 기어를 중립에 놓고 정류장까지 탄력적으로 운행하는 것이죠. 저상 오토매틱 버스는 예외지만, 대다수 수동 기어 버스들에 해당합니다.


실제 탄력 운행 여부를 놓고 동료 기사와 비교해 본 결과, 차량 충전(주유) 시 20% 이상 차이를 보였습니다. 정부에서 유류 지원을 해준다고 하더라도, 이를 습관화하면 개인 소유의 자동차에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변속 시에도 낮은 RPM에서 변속하는 것이 연비 향상에 꽤 좋습니다. 


보통 승용차와 달리 버스는 1,000~1,500rpm 사이에서 변속하는 것이 이상적인데요. 서울 시내버스는 테너지의 영향으로 1,000rpm 이하에서 변속을 권장합니다. 이렇게 되면 문제는 차량이 탄력을 받지 못해 오르막길에서 허덕이는 경우가 많아집니다. 이때는 테너지가 오르막길을 감지하여 1,500rpm을 유지해도 점수가 떨어지지 않으니 걱정 안 해도 됩니다. 


⑩ 버스 엔진룸을 파악하라.

버스 엔진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부동액 위치와 요소수 위치입니다. 엔진 오일도 기사가 교체해야 하는 회사도 있지만, 대체로 정비사의 몫입니다. 서울 시내버스는 부동액과 요소수 관리도 정비사의 업무이지만, 경기도 시내버스는 그렇지 않습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대부분 버스 기사가 담당합니다. 부동액이 떨어지면, 버스는 운행할 수 없을 정도이며 엔진이 마모되어 큰 손실이 발생합니다. 엔진이 눌어붙게 되면 높은 수리비가 발생하여 심한 경우 이를 핑계로 기사를 해고(권고사직)하기도 합니다.


부동액 주입 위치도 버스마다 다릅니다. 대우버스는 부동액을 버스 외부에서, 현대버스는 엔진룸 내부에서 주입하는 것이 다르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최근 출시된 대우버스의 계기판을 보면, 요소수나 부동액 보충량을 가늠할 수 있는데요. 4칸이 약 20ℓ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출처: <해피버스데이>. 성찬.



출처: <해피버스데이>. 성찬.



⑪ 정비사들과 친해져라.

정비사들과 친해지면 여러모로 편합니다. 전조등, 방향 지시등, 와이퍼 등 소모품 교체에서부터 여러 정비할 일들에 대해 스스럼없이 얘기할 수 있으니까요. 고정 차량을 받은 선임 기사들이라면 더욱 그러합니다. 방향 지시등 하나라도 안 들어오면 사고 위험이 매우 커집니다. 버스는 방향 지시등이 매우 중요하거든요. 차고지로 들어와서 잠깐의 휴식 시간을 쪼개 교체해야 하므로 그들과의 친분은 불가분의 관계입니다.


모든 시내버스는 주 1회 ‘검차’를 합니다. 1년에 한 번 검사소에 들러 치르는 ‘검사’와는 다르죠. 차고지 정비고에 입고해 3분 내외로 하부를 들여다보는데, 주로 브레이크와 기어 등을 점검하며 차량에는 꼭 필요한 절차입니다. 정비 불량으로 사고 발생 시 모든 책임은 정비과에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인지 서울이든 경기도든 정비는 비교적 꼼꼼히 수행하는 편입니다. 부동액이 터져 길 한복판에 물이 줄줄 새는 버스를 세워둔 경험이 있는 기사라면 정비사들과 평소 친해 놓으면 얼마나 좋은지에 대해 감이 잡힐 겁니다.


차량이 일단 멈추면 정비과에 전화하게 되는데, 생면부지의 사람보다는 친근한 사람에게 하나라도 더 알려주는 법이죠. 예를 들어, 냉수를 부어 냉각수를 식힌 후 서행으로 회차할 수도 있지만, 정비과는 “대차를 가져갈 테니 기다리라”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결정은 정비과에서 하므로 기사의 퇴근 시간이 늦어지는 것은 모두 그들의 판단입니다. 그들의 결정에 따라야 합니다. 배차실이든, 사무실이든 정비과의 결정에 따릅니다.


경기도에서는 부동액, 요소수를 기사가 보충하지만, 서울은 정비과 담당이라 평소 부족하다 싶으면 미리미리 얘기해서 보충해야 합니다. 그들과 담을 쌓고 살 필요는 없습니다. 허울 없이 지내는 것도 과하지만 않다면 괜찮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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