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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정택 作 <현대자동차를 말한다>

by 성찬

심정택 作 <현대자동차를 말한다>

밑줄 쫙 그은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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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영은 자동차 사업 부문의 경영권을 30여 년간 정세영에게 위양했을 뿐이고, 재산 상속 과정에서 이를 회수한 후 아들 정몽구에게 넘겼다. 현대가의 창업주 정주영과 그 형제들은 사업적인 동지기도 했다. 이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분가를 했으나 정세영만은 정주영을 도와 그룹에 남은 것이다.

정세영은 그룹에 기여한 대가로 기왕이면 자신이 키워온 현대자동차를 넘겨받길 원했다. 하지만 오너 정주영은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대신 현대산업개발을 정세영의 몫으로 주고 뒤늦게 분가시켰다.

정세영이 실질적으로 자신이 키워온 현대자동차를 분할받지 못한 결정적인 이유는, 좀 더 일찍 정주영으로부터 그룹 분할과 관련된 법적인 서류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일 수 있다. 형이라기보다는 아버지와 같았다는 오너에게 이런 서류를 내밀 수 있는 이는 많지 않았을 것이다.


▷정주영은 필요에 의해 일본의 기술을 받아들이면서도 다른 한켠에서는 기술 독립을준비하고 있었다.

얼마 전 일본 정부는 세계를 상대로 일본의 지원 덕에 한국의 경제 발전이 가능했다는 식으로 홍보를 해, 국내 보수 반일 단체들로부터 반발을 샀는데, 한국의 기술이 전무하던 시절에 기술원조를 통해 한국의 경제 부흥에 이바지했다는 논리였다.

그런데 현대자동차나 기아자동차의 경우 미쓰비시와 마츠다가 기술이전은 했지만 무상으로 한 것은 아니었을 뿐 아니라 기술이전에 있어서도 제한적이었고, 한국 업체에 대한 경계가 강했다. 다만 현대자동차와 미쓰비시는 중대형 엔진 공동개발 수준까지 관계를 발전시킨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도요타가 보유한 수소연료전지차 특허 경쟁력도 무시할 수 없다.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에서 수소연료전지차와 관련된 등록특허가 685건에 이른다. 현대·기아차 역시 수소연료전지차 양산 시스템 구축에 필요한 기술 개발로 최근 미국 등록특허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나 도요타의 20퍼센트도 미치지 못한 수준이다. 도요타는 하이브리드 특허는 공개하지 않은 채 수소연료전지차 특허 5,680개를 오는 2020년까지 한시적으로 무상 제공하겠다고 선언했다.


▷모듈화 유무는 품질에 큰 차이로 나타난다. 모듈화 이전까지 현대·기아차는 자동차 한 대에 들어가는 수천 개의 부품을 협력사에서 공급받아 자동차 조립라인에 일일이 투입했다. 이는 조립 시간뿐 아니라 인력 투입 면에서 비효율적이다.

특히 부품의 성능을 모두 점검하기도 사실상 불가능했다. 부품의 불량 여부 검증은 조립이 완전히 끝난 다음 이뤄지는 최종 검사라인에서나 가능했다. 이 단계에서 결함이 발견되면 차를 분해해 결함 부품을 빼내고 새 부품을 다시 끼워넣어야 했다.

멀쩡한 새 차를 분해하는 만큼 품질이 나빠지는 게 당연했다. 또 부품 교체를 위해서 별도의 인력이 필요했다. 소위 ‘품질비용’이 증가한다. 이런 측면에서 모듈화는 매우 획기적인 아이디어였다.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판매량 800만 대 돌파 이면에는 현대모비스의 모듈 공급이라는 기반이 자리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1999년 현대자동차그룹의 생산 합리화 전략에 따라 기존 부품 조달 체계의 부분적 보완이 아닌 자동차 공정의 주요 부분을 전담하는 모듈화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국내에 도입했다.

자동차 산업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인 도쿄대학의 후지모토 교수는 자동차 산업이 ‘조율형 아키텍처’ 성격을 갖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는 부품 간 복잡한 메커니즘으로 인해 서로 미세한 조절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전체 시스템으로서의 성능이 발휘되지 않는 제품을 의미한다.

반면 PC와 같이 표준화된 부품을 조립해 제품이 완성되는 것을 ‘모듈형 아키텍처’라고 한다. 현대모비스는 조율형 아키텍처인 자동차를 모듈형 아키텍처의 중간 단계화하고 있다.


▷자동차업계에서는 자동차부품 가운데 가격 기준으로 35퍼센트 정도를 전장부품들이 차지하고 있는데, 2020년경이면 50퍼센트가 넘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하이브리드카는 이미 50퍼센트를 넘어섰기 때문에 전자제품이라고 불러도 무리가 아니다. ‘자동차는 전자제품이’라는 의미는 자동차를 제어하는 데 필요한 소프트웨어 기술들이 대량으로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현재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 구축된 경쟁구도는 도요타, 폭스바겐 등 현대자동차가 지금껏 경쟁해온 경쟁기업뿐 아니라 미래차 부문에서는 애플과도 경쟁해야 하는 형국이다.

그리고 이는 삼성에게도 분명 시사하는 바가 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패배를 벗어나 전자업의 특성을 기반으로 빠른 시간 내 성과 도출이 가능한 전기차 분야와 같은 미래 환경차 부문에서 생존을 건 싸움을 해볼 수 있다는 의미이다. 한국이 낳은 초글로벌 기업으로서 삼성의 역할이 중요한 시점일 수 있다.

삼성이 스마트폰에서 패배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삼성은 중국 시장에서 자신들이 4위로 밀린 것 등에 대해 별 관심이 없다. 오로지 이재용 중심의 경영지배구조 변화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고, 그룹의 모든 역량을 여기에만 쏟고 있다.


▷삼성은 결국 1994년 4월 닛산과 기술제휴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정부 인가도 즉각적으로 나지 않았다. 이는 호남 정서를 의식한 YS의 정치적 제스처로 봐야 한다. 삼성은 결국 광주로 삼성전자 수원 공장의 백색가전 부문을 이전하는 비용을 치러야 했다. 기본적으로 자동차 사업을 포함한 모든 중공업은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정치적 환경보다는 기업의 의지이다. 이제 정치인이 기업인을 이용하는 시대는 지났다. 초권력화된 산업권력은 권력 집단의 영속성이 보장되지 않는 정치 환경을 적절히 잘 활용하고 있다.


▷삼성그룹 차원에서 자동차 사업은 내부 거래 효과가 큰 사업이었다. 삼성물산은 닛산으로부터 설비를 들여오면서 중개수수료를, 삼성SDS는 삼성자동차 전산시스템 구축을 명목으로 임원을 포함하여 대규모 인력을 삼성자동차에 파견하였으며, 공장 건설은 삼성건설이 담당했다. 또한 그룹 내 인사적체를 해소하는 등의 시너지 효과를 거뒀다.



이 과정에서 삼성은 커다란 실수를 했다. 그것은 완성차 사업은 처음부터 완벽한 의지가 없어서 그렇다 치더라도 자동차부품 사업을 포기한 것이다. 이는 현재의 스마트폰 이후 신수종 사업 부재에 따른 삼성의 위기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




삼성이 완성차 사업을 했기 때문에 삼성전기가 GM에서 분리되어 나온 델파이와 기술제휴 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다. 지금 전 세계적으로 회자되고 있는 전기차, 자율주행차, 사물인터넷, 자동차용 모바일 센서조차도 자동차부품 및 전장 부품들이다.


▷자동차부품 사업을 포기한 것은, 당시 재무라인 중심의 그룹 핵심들이 많은 돈을 들여 자동차 사업을 경험했음에도 불구하고 다가올 시대와 먹고사는 문제를 등한시했고, 학습한 게 전혀 없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삼성자동차 투자 때를 보더라도 2,500억 원짜리 오토트랜스미션 설비를 실무자가(부장) 반대해서 무산시켰고, 역시 수천억 원이 들어가는 금형 공장 투자를 실무자가 몇백억 원대로 축소시킨 바 있다. 삼성전자 엔지니어들은 막나가는 것 같고 전통적으로 프로젝트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 재무라인들은 이를 통제할 의지가 없는 것 같다.


▷이재용의 삼성에 대한 부정적 의견은 이뿐이 아니다. 한국에 인터넷을 도입한 전길남 KAIST 명예교수는 한 인터뷰에서 “어떻게 해야 삼성이 걸출한 IT 기업으로 발전할 수 있을까?”를 묻는 기자에게 다음과 같이 답했다.

“구글러한테 물어봐라. 너희 사장 어떻게 생각하냐고. ‘굉장한 사람이다, 존경한다’라고 얘기할 거다. 삼성 사람한테 물어봐라. 너희 오너 어떻게 생각하나. 주식투자 잘한다고 할 거다. 구글에서 일하는 사람이 래리 페이지를 존경하는 것처럼 삼성 직원이 이재용을 존경할까. 이런 게 없으면 조직의 마인드 자체가 달라진다.

삼성이 구글을 견제하려면 하나가 돼야 한다. 만일 삼성을 위해 이재용이 잘 못하면 파면시킬 수 있어야 한다. 구글 래리 페이지가 그 자리에서 일을 제대로 못하면 앞으로 그 자리에 있을 수 없다.



삼성의 미래전략실은 미래 먹거리, 혁신의 불씨를 당길 수 있는 기획 기능이 사실상 사라졌다. 삼성전자 중심의 오로지 전자, 전자 중에서도 통신기기, 가전 중심으로 그룹의 역량이 집중되는 비극을 맞고 있다. 자신들이 과거에 무슨 DNA를 가졌는지조차 잊어버렸다. 삼성은 야성을 잃어버렸다.



▷삼성전자 수원 사업장 건물은 서초 사옥의 1.5배 규모의 사옥이 하나 더 들어섰으며, 그 옆에는 또 이 사옥의 1.5배 크기의 건물이 있다. 서초 사옥의 1.5배 건물의 한 개층은 관리직원만 약 400여 명 근무하고 있다. 서초 사옥이든 수원 사옥이든 15년 전 그대로의 인테리어와 사무공간 배치였다.

휴게실 및 식당, 화장실 등은 스티브 잡스가 창업한 애니메이션회사 픽사 건물 공간처럼 직원들 간 상호 교류할 수 있도록 층의 가운데 배치되어 있다.

K는 복도를 오가는 가운데 직원들이 한결같이 피곤해 보이고, 찌들어 있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지 1년이 지났고, 경영환경은 점점 나빠지고 있으며, 출근은 새벽 6시 반이다. 부사장급인 사업 부문장과의 미팅 중 수시로 직원들은 보고서를 들고 들어왔다. A4 용지에 파워포인트로 작성한 그래프가 잔뜩 있는 15년 전 그대로의 양식이었다. 삼성은 하드웨어는 최신식으로 바뀌었으나 일하는 소프트웨어는 그대로였다. 세상이 개벽했는데 삼성은 바뀐 것이 없었다. K는 삼성이 망할 수도 있다는 것을 직감한다.



현대차의 기업문화는 크게 세 가지 정도로 구분해서 살펴볼 수 있다. 하나는 놀라운 속도전, 즉 엄청나게 빠른 대응력이고, 둘째는 앞서 잠시 언급한 수시 인사이며, 셋째는 토론문화이다.


▷현대차, 기아차의 영업이익률의 절반 이상은 협력업체 옥죄기의 결과이다. 전 기아자동차 재무 담당 임원인 신동찬은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 “정부의 재정정책 부서가 개입해야 하며, 자금력이 약한 부품업체의 금융권 대출 이자도 모기업이 부담해야 되는 게 원칙”이라고 말한다. 즉 금융감독원 등이 주거래 은행을 통해 개선책을 내놓는 등 정부 지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대모비스는 규모 면에서는 세계 6위의 부품업체이지만 세계 자동차 부품업계를 선도할 기술력은 갖추지 못하고 있다. 미래차 개발은 부품업체들이 선두에 서고 있으나 한국 자동차 산업의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악순환만 거듭하고 있다.


▷LG전자는 2014년 세계 무인차 개발 연합 ‘오픈 오토모티브 얼라이언스(OAA)’에 합류했다. 이 연합에는 현대차·기아차, GM, 폭스바겐 등 글로벌 자동차 제조업체를 비롯해 파나소닉, 엔비디아, 구글 등 글로벌 전자·IT업체들이 참여하고 있다. LG전자는 구글이 진행 중인 무인주행자동차 개발 프로젝트의 글로벌 협력사이기도 한데 성과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2014년 벤츠와 폭스바겐은 무인자동차용 핵심 부품을 LG전자와 함께 개발하기로 했다.

LG는 차량 강판만 빼면 차량에 들어가는 거의 모든 부품을 만들고 있다. 물론 LG는 대외적으로 “자동차를 직접 만들 생각이 없다”고 강조한다. 직접 차를 만들면 완성차업체와 경쟁해야 하는데, 그러면 LG그룹의 부품 공급처가 사라질 공산이 크다. 자동차는 이제 ‘자동차’가 아니다. 미래 기술이 집약된 R&D의 종합판이다.


▷현대차그룹과 LG화학 간 상징적인 합작회사가 있다. 일단은 국내 대기업 간 합작회사라는 데 그 의미가 크다. HL그린파워는 배터리팩(모듈화된 전지)의 개발·제조·판매업체로 2010년 1월 설립됐다. 현대모비스가 지분 51퍼센트를 갖고 있으며 LG화학이 나머지 49퍼센트를 보유하고 있다. HL그린파워는 파나소닉으로부터 배터리셀을 공급받아 팩으로 만드는 테슬라에 비견될 수 있다.

현대차와 LG의 본격적인 연합체가 형성된다면 삼성그룹은 스마트폰 이후 신수종 사업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미래차 부문에서 국제적으로 고립될 위험에 처할 수 있다. 이처럼 현대차와 LG의 제휴는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


정몽구 회장이 외아들로의 경영 승계에 집착하지 않는다면, 한국 사회는 국가적으로 산업화와 민주화, 정보화로 인한 사회 변혁 이상의 위대한 국가(Great State)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

정몽구의 선택은 경영권 승계에 올인하고 있는 삼성그룹을 멈추게 할 수도 있다. 일시에 재벌의 폐해가 사라지게 되며 긍정적 에너지가 정치, 사회, 문화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정몽구는 위대한 경영자 수준을 넘어 역사에 남을 국가적 지도자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어쨌든 이미 한 인간으로서는 능력의 범위를 벗어난 초글로벌 기업 경영 승계에 대한 우리만의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서평.

삼성맨이 쓴 현대차 이야기. 삼성맨이라서 그럴까. 삼성 얘기도 많다.

전작 <삼성의 몰락>에서보듯, 삼성 비평도 곁들였다.

쉽게 알 수 없는 에피소드들이 많아 쉽게 읽힌다.

재밌다.

삼성에서 바라본 현대라서 더 객관적일 지도 모르겠다.


이 책이 나온 지 8년인데, 그 동안 얼마나 뭐가 변했을까?

우리나라 대기업 양대산맥인 현대차와 삼성은 과연 좋은 기업인가?

현대의 히스토리를 잘 채워놨다.

미래 자동차 & 휴대폰은 결국 모듈화가 대세인 듯.




https://naver.me/FHYJiGj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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