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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찬 Oct 19. 2021

[해피버스데이] 들어가는 말

버스기사는 보살이 되어야 하는 ‘사회의 공기(公器)’

보살이 되어야 하는 ‘사회의 공기(公器)’

“아저씨”, “기사님”, “사장님”, “승무 사원”



이 단어들의 공통적 의미는? 버스 기사입니다. 버스 기사를 부르는 호칭들입니다. 승객이 기분이 나쁘거나 급할 때는 대부분 ‘아저씨’라 부르고, 뭔가 아쉽거나 물어볼 땐 ‘기사님’, 중년 남성들은 대부분 ‘사장님’이라 부릅니다. ‘승무 사원’은 거의 불리지 않으나 가장 좋은 호칭이라 생각됩니다. 우리는 오늘도 그렇게 부름을 받으며 시동을 켭니다.


승용차 혹은 소형 자동차만 운전하다가 자의든 타의든 버스 등 대형 자동차를 운전하게 되면 막연한 두려움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더욱이 사람을 태우고 운송한다는 것은 큰 책임감과 사명감이 뒤따르게 됩니다. 이를 극복하고 버스 승무 사원으로 거듭나게 되면, 어느 정도 자부심이 생깁니다.


필자도 초보 버스 기사 시절, 여러 차례 사고의 위험과 겪어보지 않은 상황을 여럿 접하면서 막연한 두려움이 컸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나무의 나이테처럼 겹겹이 경험이 쌓여 각종 돌발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하는 지혜를 얻게 됐습니다.


경제 성장과 소득 수준의 향상으로 운수 종사자의 수도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운수업 종사 근로자 수는 2018년 기준 총 113만여 명에 이르며, 이 중 버스 기사의 수는 185,400명입니다. 이렇게 많은 버스 기사들이 존재하는데, 그들을 대변할 만한, 혹은 그들을 이해할 만한 서적이 거의 없다시피 한 것이 아쉬웠습니다. 


사실 이 책을 쓰기 시작하기 전,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한낱 민초인 내가 뭔 사명감이 깊어 이런 글을 쓰나 싶었습니다. 누군가가 이미 이런 종류의 책을 출판했다면, 저는 시도도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우리나라에 이런 책 하나 없다는 게 사실 놀랍습니다.


그렇다면 수년간 버스 승무 사원으로 근무하며 얻은 다양한 경험을 버스 기사님들과 공유하고, 일반인들에게 조금이나마 알려준다면 보람이 크지 않을까. 자의든 타의든 버스 기사를 꿈꾸는 이들에게 겹겹이 쌓인 경험을 들려주고 싶었습니다.


이 책은 시내버스를 중심으로 여러 가지 상황과 버스 기사의 느낌 위주로 알기 쉽게 정리했습니다. 말랑한 감성 수필 형식이 아닌 정보 전달에 무게를 두고 있기에 버스에 관심이 많은 사람에게 필요한 ‘실용 서적’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그런 점에서 버스 승무 사원으로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과 버스에 관심이 많은 일반인, 버스를 이용하는 승객들 모두에게 이득이 될 만한 내용으로 채워졌으며, 특히 수없이 발생하는 버스 기사와 승객 간의 마찰을 보며 서로 이해할 수 있는 접점을 찾아보고자 했습니다. 이 책을 읽는 일반 승객이 있다면 ‘누군가의 아버지(어머니)이자, 남편(아내)이며, 아들(딸)일 수 있는 우리 버스 기사들의 생활이 이렇구나’라고 버스 기사의 생활을 이해하는 책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이 책을 집필한 취지는 이렇습니다.


첫째, 버스 기사를 준비하는 사람이나 초보 기사, 버스에 관심이 많은 이를 위한 책입니다. 


버스 기사가 되고 싶은 취업 준비생이나 중장년 퇴직자들은 버스에 궁금한 것이 있어도 쉽게 물어볼 곳도 없고, 알려주는 이도 드뭅니다. 버스를 ‘자유로운 직업’쯤으로 여기고 지원하는 사람도 꽤 됩니다. 현실과 이상이 다르다는 건 입사 한 달만 지나도 느끼게 됩니다. 이러한 ‘현실적 조언’이 필요한 이들에게 충전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필자 또한 직접 경험하고서야 깨닫게 된 것들이 매우 많아서 참으로 안타까웠습니다. 사전에 정보가 있었으면 이런 잘못을 겪지 않았을 텐데 하면서 말이죠. 버스 업계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놓은 서적이 없기에 이 책이 부디 그들에게 좋은 교육 자료로 발돋움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신입 초보 기사들이 선배들에게 일일이 물어보기 어려운 사항들을 골라 묶었으니 가려운 곳을 긁어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온갖 시행착오를 겪어야만 아는 것들을 미리 터득하여 넘어지지 않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이 책은 말 그대로 버스 기사 생활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담았습니다. 버스 기사가 되고자 마음먹은 이들에게 필요한 버스 기사 되는 방법부터 버스 운전 노하우, 버스 회사와의 관계, 동료 관계, 노조 역할, 알쏭달쏭한 버스 전문 용어(은어), 사고 대처 요령, 법률, 준공영제 설명, 서울시 버스와 경기도 버스 비교 등 모든 정보를 담고자 노력했습니다. 


둘째, 버스 승하차 예절, 일반인들이 알아야 할 버스 상식에 관한 서적이 없습니다. 


21세기하고도 이십여 년이 지났건만, 이런 주제의 서적이 출판된 적이 없다는 것에 무척 의아했습니다. ‘버스가 왜 저렇게 운전하지?’ 혹은 ‘버스가 왜 갑자기 서행하지?’에 대한 궁금증과 ‘휴대 전화 보고 있다가 늦게 타거나 내리면 왜 기사님이 화를 내지?’ 혹은 ‘정류장에 들어서기 전에 먼저 일어나면 왜 안 되는 건가?’, ‘버스 기사와 버스 승무 사원 중 뭐라고 불러야 하지?’에 대한 답변을 누군가는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버스 기본예절이 전혀 없는 무질서한 그들을 위해 누군가 ‘계도’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 더 큽니다.


실제 승객들에 의해 버스 질서를 무너뜨려 교통사고를 유발하는 상황은 매우 잦은 빈도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승객들을 대상으로 기본적인 버스 질서 교육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캠페인을 벌였으면 하는 것이 필자의 바람입니다.


최근 몇 년간 휴대폰(스마트폰) 때문에 각종 민원 신고가 빨라졌지만, 그로 인한 버스 사고도 동시에 자주 발생하고 있습니다. 버스를 타고 내릴 때, 버스에 자리가 없어 서 있을 때는 휴대폰 사용을 법적으로 금지하는 방안도 제시해 봅니다.


버스와 관련된 사고의 책임을 모두 기사에게만 지우고, 승객의 안일한 행동에는 어떠한 제재나 교육도 없다는 것이 서글픈 현실입니다.


셋째, 사회적 약자, 사회 취약 계층으로 불리는 버스 기사를 하등 취급하거나 무시하는 언행을 일삼는 승객들의 선입견 및 고정관념을 타파하는 것도 큰 이유입니다. 


몇몇 승객의 몰상식한 행동과 언사가 버스 기사들과 승객 간 이해를 멀게 만들고 틈을 넓히는 사유가 된다는 것도 알아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버스 기사가 서비스 직종이라 일컬어지기는 하지만 일부 승객들은 자신을 ‘갑’을 넘어서 ‘슈퍼 갑’ 정도로 여겨 소위 ‘1,200원짜리 갑질’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심심찮게 접할 수 있는 게 사실입니다. 승객의 입장에서도 매일 접하는 시내버스 기사가 불편하고 불친절한 언사와 행동을 자주 보인다면, 그 기분 또한 심히 불쾌하리라 여겨집니다.


즉, ‘갑’과 ‘을’로 구분 지어 생각하지 말고, 버스 기사는 기사대로, 승객은 승객대로 자신의 본분을 지키고 상식적이고 질서 있는 행동이 전제된다면, 충돌이나 마찰, 사고 등은 크게 일어나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넷째, 시내버스는 향후 공영제로 전환될 가능성이 큽니다. 


버스는 공공재입니다. 지하철과 마찬가지로 국가가 운영하는 게 맞습니다. 1960년대 전후 국내 경제 사정상 항공업, 운송업 등을 민간사업으로 시작했던 것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운 탓이지요. 점차 지방에서부터 ‘여객자동차 운수사업’을 공영제로 전환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비춰볼 때 머지않아 전국의 대다수 버스 기사는 운전직 공무원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현재 운전직 공무원은 시내버스 1년 이상의 경력과 소정의 필기시험(2~3과목)을 거쳐 선발되고 있는데, 향후 현재의 시내버스 시스템이 완전 공영화가 이뤄진다면 자연스럽게 공무원으로 승격될 수도 있습니다. 


개인적 의견이지만 공영화 추세는 실제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으며, 수도권에서도 머지않아 시행될 것으로 추측됩니다.  정부 지자체가 준공영제 시행 지역의 버스 회사에 막대한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지만, 회사 대표와 임원들은 태만하고 방만한 경영으로 배임과 횡령을 일삼아 회사 대표가 구속되는 일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는 이미 미디어에 보도된 사례입니다.그렇기에 다소 폐쇄적으로 알려진 버스 기사의 생활과 현실, 비전을 제시할 만한 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과거 버스 회사 선배님 한 분이 “버스 기사는 보살이 돼야 한다.”라고 말씀하시더군요. 그 말뜻을 정확히 알게 되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조용한 사찰에서 스님들이 수행하듯이, 그렇게 보살이 되어 가야 한다는 것이죠. 어떤 직업도 마찬가지겠지만, 버스 기사는 항상 자신의 멘탈과 싸웁니다. 일부 승객의 몰상식한 언행에도 핸들을 꽉 손에 쥐듯이 멘탈을 부여잡습니다. 어떤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대나무처럼 말이죠. 그런 의미에서 버스 기사는 ‘감정 노동자’라 일컫고 싶습니다. 매사 참으며 인내하기를 3년, 그제야 비로소 ‘버스 기사’로 인정받게 됩니다.


버스는 매일 접하고 이용할 수밖에 없는 ‘사회의 공기(公器)’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어떤 이들은 이런 버스 기사의 속마음이나 버스 질서나 예절, 상식, 팁 등을 궁금해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공기(公器)를 공기(空氣)로 느껴서일까요?


항상 곁에 있다고 느끼기에 그저 자연스럽게, 무의식적으로 타고 내리기만 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맛보기 전에 음식의 재료를 알고 먹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차이가 크듯이 조금 그들의 삶을 엿보고 내 작은 행동 하나가 어떤 결과를 유발하는지 알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입니다.


아무쪼록 이 책을 통해 ‘명랑 사회 구현’, ‘정의 사회 구현’이라는 80년대 구호까지는 아니더라도 버스를 이용하는 승객들이 즐거웠으면 좋겠고, 나의 버스를 사랑하는 마음이 보태져 대한민국 버스 질서 확립과 사고 예방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오늘도 버스 이용에 즐거움이 가득하시길 기원합니다.


성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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