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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찬 Oct 19. 2021

[해피버스데이] 제1장 3.장거리 노선의 애환

왕복 100km, 1회전(탕) 6시간 넘는 노선도 있어 생리 현상, 졸음

3. 장거리 노선의 애환

왕복 100km, 1회전(탕) 6시간 넘는 노선도 있어 생리 현상, 졸음과 싸움


버스는 다양한 노선을 지니고 있습니다. 고속버스와 시외버스를 제외하고, 광역버스나 시내버스도 꽤 긴 거리를 왕복하는 노선이 많습니다. 


광역버스는 대체로 왕복 100km를 넘는 노선이 많습니다. 단, 정류장 수가 매우 적지요. 몇 군데 서지 않고 경기도와 서울을 연결합니다. 또한, 입석이 허용되지 않아 모두 좌석제로 운영 중이지요. 입석 승객이 없으므로 전도 사고의 위험도 없습니다.


경기도 지역의 시내버스는 구불구불한 시골길을 비롯해 신도시, 도심지 중앙 차로 등 다양한 경로를 이동합니다. 매우 다양한 노선이 존재하는 것이죠. 짧은 노선은 1회전(보통 업계에선 ‘탕’이라 부릅니다), 즉 1탕의 소요 시간이 30분 내외인 노선도 있고, 6시간 이상 소요되는 노선도 있습니다. 이러한 노선을 1개 버스 회사가 보유하기도 하죠.


경기도는 아직 격일제 근무를 하고 있기에 30분 내외의 노선을 1일 근무 기준 약 20탕 정도 돌게 됩니다. 6시간짜리는 3탕 정도 근무를 하지요. 약 18~20시간을 회사에서 보내게 됩니다. 순수하게 ‘운전’을 하는 시간은 15~18시간입니다.


그런데 재밌는 사실은(버스 기사로서는 전혀 재밌지 않은) 노선이 짧거나 길거나, 운행 시간이 많거나 적거나 회사에선 ‘추가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저 짧은 노선에 지정된 것을 ‘운’으로 여길 수밖에 없죠.(대형 노선 공통 사항. 단, 중형 노선은 급여가 적음)장거리 노선에 투입되면 여러 가지 애로 사항이 있습니다. 


첫째, 장거리 노선인 만큼 휴식 시간이 보장되긴 합니다만, 신체적 생리 현상을 참아야 하는 것이 가장 큰 어려움입니다.


선배들이 알려준 특정 지역의 화장실을 기억해 놨다고 하더라도 1년에 몇 번은 ‘긴급 상황(?)’을 맞이하게 됩니다. 이런 경우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승객에게 양해를 구하고 ‘주유소’나 ‘공용 화장실’을 찾아야 합니다.


작은 것은 대체로 양호하나, 큰 것은 정말 말 그대로 ‘큰일’입니다. 이런 이유로 버스 기사들은 생리 현상도 미리미리 조절해서 해결해야 하는 직종 중 하나입니다. 방광염을 달고 살고 유산균은 필수 영양제가 됐죠.


둘째, ‘졸음’과의 싸움입니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규칙 제44조 운송사업자 및 운수 종사자의 준수 사항에 2시간 미만 근무 시 10분 이상, 2~4시28 해피 버스 데이 제1장 버스 기사는 감정 노동자입니다. 2시간 미만 근무 시 15분 이상, 4시간 이상 연속 근무 시 30분 이상 휴식이라고 명시돼 있긴 하지만 그것으로 식곤증을 물리치긴 쉽지 않습니다.(시외버스, 전세버스는 2시간 미만 15분, 2시간 이상 연장 시 30분) 


봄철 창가로 내리쬐는 햇살을 받으며 신호 대기하고 있으면, 자신도 모르게 눈이 감기는 상황이 종종 있습니다. 기사가 선글라스를 착용했다면 승객들은 기사의 졸음을 볼 수도 없습니다.


음주 운전보다 무서운 졸음운전의 시작인 셈이죠. 해결 방법은 여러 가지입니다. 라디오를 듣는 것에서부터, 껌이나 사탕을 먹기도 하죠. 청양고추를 씹기도 하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잠깐이라도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는 것입니다. 물론 신호 대기 중일 때가 가장 좋습니다.


또 한 가지 좋은 방법은 ‘대화’입니다. 누군가와 대화를 하면 뇌가 깨어나 졸음에서 쉽게 벗어날 수 있습니다. 운전 중 핸즈프리로 통화를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긴 하지만 짧은 통화로도 큰 졸음을 이겨낼 수 있습니다.

10분 이상 오래 이어지는 통화를 본 승객은 불쾌할 수 있고 불안하여 민원 신고도 종종 넣습니다. 하지만 짧은 통화로 졸음을 이겨낼 수 있다면 승객들도 조금 양해를 해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운행 시간이 12시간을 넘어가면 버스 기사는 졸음과 사투를 벌이기 시작하기 때문이죠.


셋째, ‘신체 이상 신호’가 온다는 것입니다. 


오랜 시간 ‘긴장’을 연속으로 하게 되면 몸이 경직돼 순간 ‘쥐’가 난다거나 호흡이 가빠지는 등 심혈관, 관절 등에 이상 신호가 오기도 합니다. 그래서 버스 기사는 일반 사무직의 2년 건강 검진 주기와 달리 1년마다 검진을 받아야 합니다. 버스 기사들에게 스트레칭과 운동은 필수인 셈이죠.


넷째, 규칙적 식사를 하기 어렵습니다. 


운행 시간이 오래 소요되다 보니, 아침, 점심, 저녁 식사를 제시간에 하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새벽 첫차 순번일 때는 점심 식사가 오전 10시에 이뤄지는 예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오후 3~4시쯤 저녁 식사를 하게 되지요.


식당의 운영 시간도 고려해야 하지만, 운행 시간 자체가 그렇기에 제시간에 식사를 못 합니다. 버스 기사들이 위장 장애나 소화 불량, 장 기능 저하 등을 겪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다섯째, 돌발 상황 시 즉시 대처가 어렵습니다. 


노선이 길다 보면 차고지와의 거리가 멀어져 돌발 상황 즉, 사고나 기상 상황 등 운행 불가한 상황에 대한 대처도 늦어지게 됩니다. 대기 시간은 고스란히 기사가 떠안아야 하는 것으로 ‘퇴근’은 당연히 늦어지고 밤늦게까지 고생하는 때도 있습니다. 추운 겨울철 차 고장으로 어두운 시골길에 1시간 이상 홀로 서 있어 본 버스 기사라면 누구나 공감할 사안입니다.


여섯째, 장거리 이동 승객도 존재하기 마련인데, 문제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장거리 노선이다 보니 기점에서 종점까지 가는 승객도 분명 있습니다. 특히 술에 취한 승객이나 숙면 중인 승객 등은 큰 어려움을 동반합니다. 심한 주취 승객은 법적으로 ‘정상 운행 방해’로 경찰에 신고해도 되지만 대체로 그러한 경우는 드뭅니다. 버스 기사가 모두 감수해야 합니다. 


버스 바닥에 구토해도 모두 버스 기사가 치워야 합니다. 심한 경우 다른 승객이 승하차하기 어렵거나 불쾌감을 표현할 것에 대비하여 회차하는 때도 있습니다만, 대체로 회사에서는 회차를 선호하지 않기에 버스 기사는 스스로 청소하고 운행합니다. 회사와 승객에게 모두 을이 되는 진정한 ‘슈퍼 을’의 입지가 확인되는 순간이지요.


오랜 시간 동안 운전하는 일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장거리 여행을 가더라도 오래 운전하는 것에 어려움을 토로하는 때도 많지요. 하물며 승객을 태우고 그들의 동태를 오랜 시간 살피며, 전후좌우 상황까지 응시하는 시간이 3시간을 넘어가면 사실상 정신이 몽롱해집니다. 


그래서인지 다행스럽게도 몇 해 전부터 서울시는 노선 단축을 단계적으로 시행 중입니다. 장거리 노선을 점차 줄이는 것이죠. 그러나 경기도는 아직 준공영제를 시행하지 않다 보니 ‘정부’ 차원에서 주문할 수가 없습니다. 특히 노선은 민간 버스 업체의 독보적 ‘무기’와도 같습니다. 쉽게 단축하지 않습니다. 다른 업체와 경쟁해야 하기에 자신들이 보유한 노선이 아무리 길어도 노선 승인을 받은 후에는 쉽게 단축하지 않죠. 


이 모든 부담은 기사들의 몫입니다. 죽으나 사나 기사들이 짊어져야 할 숙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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