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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찬 Nov 29. 2024

준법 운행하는 버스는 없다.

부제:연 2회 이상 암행어사가 버스에 나타납니다.

준법 운행하는 버스는 없다.



▶얼마 전 지하철공사가 '태업'이란 명목으로 준법 운행을 시행했다. 이게 참 웃긴 말이다. 평소 준법 운행을 하고 있지 않았단 얘긴가? 그렇다. 하고 있지 않았다. 그래서 이렇게 외치는 것이다.


"우리는 오늘부터 시민들이 불편해도 준법 운행을 하며 우리의 요구를 관철시키겠다."


뭐 이쯤 되겠다. 평소에 위법 천지로 다니다가 '천천히' 그래, 커피 한 잔 즐길 정도로 여유롭게 운행하겠다는 소리다.


아이러니하다. 준법 운행을 하는데 시민들이 불편하다? 위법 운행은 시민들이 편하다? 우습다.



버스도 마찬가지다. 평소 준법 운행을 할 리 없다. 난폭 운전의 대명사였던 80~90년대 버스처럼은 아니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잔재'들이 종종 보이곤 한다. 급끼어들기 급출발 급제동 급턴, 신호위반 등등.


시민들, 혹은 도로 위 자가용들의 원성을 들을 수 있겠지만 버스는 준법 운행을 할 수 없다. 신호 위반 몇개는 늘 따라다니는 반려견 같은 존재다. 신호 위반을 100% 안 하는 기사들도 있겠지만 그런 기사들의 차간격은 보나마나다.


간격은 늘어져서 뒤차는 붙게되고 점점 간격이 늘어져 결국 원래 계획했던 버스 운행을 전부 할 수 없게 만들고, 그래서 수입은 줄고 수입이 줄면 월급도 줄고 월급이 줄면 기사 수급이 안 되고... 악순환.


그렇다고 위법, 혹은 편법 운행을 두둔할 생각은 없다. 현실이 그렇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을 뿐이다.






서울시 버스관련부서(버스정책과 등)는 몇 해 전부터 연2회 이상'암행감찰'을 시행하고 있다. 고속도로 암행순찰차처럼 승객을 위장하여 '버스를 잘 운행하고 있나'에 대해 평가를 하는 것이다. 버스 기사의 안전 운전을 감시, 이를 버스회사 평가 항목에 기록한다. 점수가 낮아 서울시내버스 총 60개 회사 중 40위 안에 들지 못하면 '인센티브'가 없다. 이 금액이 몇 억원이다. 20개 회사는 이를 수령하지 못해 화살은 기사에게 향한다.


그렇다고 40위 안에 들어 성과급을 수령한다고 해서 기사에게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는다. 이것도 참 웃긴 시츄에이션이다. 잘 나갈 땐 쌩까다가 힘들 때 전화하는 친구같다.



100%는 아니지만 서울시의 세금으로 운영되고 있는 준공영제 공공재에 대해 '감찰 감사'는 필요하다. 정기적 감사는 내실있고 합리적이며 실용적인 정책과 세금 운용을 하게 만들어 시민의 사랑을 받게 한다. 아니 사랑 받아 마땅하다. 특히, 준법 정신 투철한 시민에게 그들의 활동은 사이다 같기도 하니까.



그런데 문제는 교통 전문가가 아닌 버스 관련 부서의 공무원, 혹은 일반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여 버스 기사가 교통 질서를 잘 지키는 지 체크하여 '감점'만 부여한다는 데 있다. '가점'은 없다. 상벌제에서 벌제만 시행하고 있단 얘기다. 채찍과 당근을 주는 게 아니라 '채찍'만 흔들어 대는 꼴이다.



본 사진은 내용과 무관하지 않다고 말할 수 없음을 저는 모릅니다.



누가 벌을 줬는지도 모른다. 누가 암행어사인지 모른다. 그래서 찰 기간에 버스 기사들의 스트레스는 이만저만이 아니다. 평소 준법 운행을 했던 이들은 별 문제가 없겠지만 '융통성 혹은 효율성'을 기치로 내 건 버스 기사들에겐 고욕의 시간이다.


교통경찰은 물론 아니며, 도로교통법을 정독하고 온 것도 아니고, 논란이 있을 만한, 아니 이의 제기가 있을 만한 것들만 골라서 '감점'을 주니 회사 측에서도 답답할 노릇이다.'성과급'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이다. 버스 기사를 승무 정지시키는 회사도 있는데 이런 경우 버스 기사는 2~3일 승무정지만 당해도 월급에서 60만원 이상 삭제된다.


경고로 넘어가는 '훈훈한 회사'도 있지만, 대개 문책성 징계가 따른다. '왜 교통 법규를 위반하고 다녀서 암행에 걸렸느냐.'는 문책이다.


위반하지 않고 버스 운행을 할 수 있을까? 정시성을 지킬 수 있을까? 그런 버스가 있을까? 그런 기사가 있을까?


휴대폰 보는 청년 등 느릿한 승객이 천지이고, 정류장에서 자기 발 앞에 세우지 않으면 한 걸음도 걷지 않는 손님이 천지이고, 그래서 두 세번 정차해야 하는 건 기본이라 파란 신호 까먹어 2분(곱하기 정류장 10개 이상) 이상 날아가는 중이고, 불법 주차들 때문에 정류장에 진입하는데만 1분 이상 걸리는데... 준법 운행 하라고? 그리고 정시에 맞춰 다니라고? "니들이 얼마큼 늦었든 빨랐든 우린 니들을 감시할테다."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


버스 뒷바퀴가 '실선'에 붙었다고 차선 위반이라며 감점을 줬다는 어느 버스 기사의 자조섞인 웃음에 나도 실소가 터졌다.



버스가 태어난지 60년이 넘었지만, 운행 시간의 촉박함 때문에 빚어지는 사태는 반세기가 지나도, 아니 앞으로도 사라지지 않을 듯 하다.


무대포식 암행의 감점 체크나 지원금을 미끼로 살살 약올리는 서울시나 그게 그거란 생각이 든다.


좀 전문가란 사람이 나와서 지적하면 수긍할 텐데, 이건 뭐... 참. 하긴 그들도 퇴근 후 밤 9시까지 타기 싫은 버스를 타고 앞좌석에 앉아 버스 기사 동태를 살피고 신호 위반은 하지 않는지 손님들은 잘 태우고 출발정차하는지 확인하는 것도 힘들 겠다.


오늘도 그들 머릿 속에는 "시간외수당이나 잔뜩 챙기자. 빨리 퇴근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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