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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찬 Dec 08. 2021

[해피버스데이] 제2장 4.휴미족의 등장

휴미족이여~! 버스에 집중합시다.

제2장 4.휴미족의 등장

휴미족이여~! 버스에 집중합시다.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폰을 응시하는 승객들이 많아졌습니다. 과거 신문을 펼쳐 들던 시대에서 이제는 휴대폰이 그 자리를 대신에 하는 건데요.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 동안 휴대폰으로 버스 도착 시각을 확인하기도 하고, 개인적 일정을 점검하는 등으로 활용하는 것이죠.


그런데 그 휴대폰이 종종 문제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인파가 많은 버스 정류장에서는 다른 승객들의 움직임에 따라 휴대폰 보기를 중단하고 승차하기 때문에 별로 큰 문제 가 되지 않지만, 5명 안팎 대기하는 버스 정류장의 경우는 좀 다릅니다.


휴대폰에 열중한 나머지 버스가 도착하고 버스 승객의 승하차가 모두 완료된 후에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가, 갑자기 뛰어와 손을 흔드는 경우입니다. 버스가 움직인 후에는 사실 다시 세워 그 승객을 승차시키기 어렵습니다. ‘떠나간 버스는 돌아오지 않는다(멈추지 않는다)’라는 옛말이 갑자기 떠오르네요. 그것보다는 버스 내 승객들의 안전이 담보되기 때문이죠. 급정지로 인한 전도 사고의 위험이 커집니다. 


버스 내에서도 같은 상황이 일어납니다. 휴대폰 때문에 하차 벨은커녕 움직임도 없다가 버스가 출발한 후 급히 하차를 요구하는 경우입니다. 정말 이런 경우 버스 기사로서는 매우 난감합니다. 아니 화가 납니다. 


그 손님을 하차시키려면 급정지를 해야 하기 때문이죠. 버스 정류장을 벗어났다면 문제가 덜하겠지만, 크게 벗어나지 않은(버스 정류장으로부터 약 10여m) 범위 내에서는 승하차하는 게 맞기 때문입니다. 다만, 버스 내 전도 사고의 위험에서 벗어날 방법이 없을 때는 어쩔 수 없이 승하차할 수 없습니다.


필자가 이를 두고 휴대폰과 미어캣을 합해 
‘휴미족(휴대폰을 보다가 버스가 정류장에 도착하면 미어캣처럼 일제히 고개를 드는 사람들)’이라 명명했습니다. 



이러한 휴미족 때문에 사고 날 뻔한 일이 몇 번 있었습니다.

휴대폰을 응시하는 것에 대해 누구나 반론할 처지는 아닙니다. 필자도 간혹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릴 때 휴대폰을 보기 때문이죠. 그러나 일부 승객은 자신이 지금 서 있는 곳이 버스 정류장이란 사실을 까맣게 잊는 듯합니다. 왜 서 있는지 모를 정도입니다.


버스 도착 알림 시스템이 정교화된 현실에서 화면이나 음성으로 도착 버스를 알려주는데 끝까지 이를 경청하지 않는 것에 경종을 울리고 싶습니다. 이러한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지방 소도시 버스 정류장은 다소 이해가 갑니다만, 그렇지 않은 곳에서의 급작스러운 승하차 요구는 매우 위험합니다. 버스 내에서나 버스 정류장에서나 마찬가지로 사고 발생률을 높일 뿐입니다.


버스 정류장과 버스 내부에서는 자신이 지금 왜 버스를 탔고 어디까지 가는지에 대한 명확한 생각과 집중력이 필요합니다. 다른 곳에 정신이 팔리면 버스는 보기 좋게 정류장을 지나갑니다.


반면 자신이 탈 버스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무단 횡단을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런 사람은 도로교통법상 형사 처분 대상이지만,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 따르면 태워야 할 ‘손님’입니다. 버스 정류장을 벗어나지 않았다면 승하차시키는 것이 맞다는 이야기입니다.


모든 퍼즐이 버스 기사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작은 움직임에도 사고가 발생할 수 있고, 미묘한 차이로 이력에 흠집이 날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모두 버스 기사가 감수해야 하는 것이 지금의 현실입니다. 


승객들이 조금만 신경 쓰면 일어나지 않을 사고들, 버스 기사의 작은 관심이 승객에게 큰 만족이 될 만한 일들이 많습니다. 서로 간 작은 행동과 배려가 필요합니다.


휴미족에게 감히 고합니다. 버스 도착 혹은 목적지 도착 1분 전에는 휴대폰을 닫아달라고. 

정부에게 감히 고합니다. 버스 승하차할 때와 서서 갈 때(입석)는 무조건 휴대폰 사용 금지 조항을 법제화해달라고.





# 스몸비족

스마트폰 화면을 들여다보느라 길거리에서 고개를 숙이고 걷는 사람을 넋 빠진 시체 걸음걸이에 빗대어 일컫는 말. ‘스마트폰(smartphone)’과 ‘좀비(zombie)’를 합성하여 ‘스몸비(smombie)’라고도 한다. 스마트폰 좀비(또는 스몸비)는 2015년 독일에서 처음 사용되었으며, 스마트폰에 지나치게 매인 세태를 풍자했다.

[네이버 지식백과] 스마트폰 좀비 [smartphone zombie] (IT용어사전,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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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aver.me/FHYJiGj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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