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막의 만랩 신공을 보여주는 절대 당당함의 고수들

by 성찬

길막의 만랩 신공을 보여주는 절대 당당함의 고수들



준공영제인 서울 시내버스는 서울시로부터 매년 평가를 받습니다. 다른 지자체 준공영제 버스 회사들도 마찬가지지요. 매년 평가를 통해 성과급을 저울질 합니다. 1위부터 65위까지 순위를 매겨 40위 밖으로 밀려난 회사는 손가락 빨게 만들지요.


사측은 마땅히 받아야할 것으로 여기기에 41위부터는 온갖 규정을 만들어 버스 기사를 못살게 만들기도 합니다.


이런 평가에서 가장 큰 점수를 차지하는 부분이 바로 '정시성'입니다. 버스가 제 시간에 오고 제 시간에 갔는지 확인하는 것이죠.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간격을 제대로 맞춰 가는 지에 대한 자료가 모두 서울시로 전송됩니다. 붙으면 사측에서 기사를 상대로 안달복달하지요.


자! 그렇다면 정시성 맞추기 위해 버스 기사들은 회사로부터, 서울시로부터, 앞뒤 버스 기사로부터 압력을 받겠죠?


간격이 벌어지면 조급해지고, 조급해지면 빨리가야하는 압박감이 생기고 그러다가 사고로 연결될 확률이 높습니다. 아주 높죠. 내공이 쌓인 고참급은 그러려니 하는데, 신입들은 똥줄이 타죠. 신호 하나 더 넘으려다가 교차로 대형사고... 인명피해... 손해배상... 결국 퇴사. 혹시나 형사상 책임까지.


...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간격이 벌어지면 뒷차는 붙겠죠.(뒷차는 매우 편하겠죠) 물리적으로 한 번 벌어진 앞차는 여간해서는 붙기 힘듭니다. 왜냐하면 거의 비슷한 속도로 가고 같은 신호등을 받으며, 대체로 비슷한 수의 승객을 태우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지하철처럼 가면 될 것을, 왜 벌어지냐고 묻겠죠?

벌어지는 이유는 대체로 이렇습니다.

정말 몰라서 묻는 것이라면, 제가 답변해 드리겠습니다.



▶버스정류장에 버스가 도착해도 가만히 서 있는 승객들 때문입니다.(교통 약자 제외)

버스 기사들이 가장 혐오하는 승객 유형이지요. 저 멀리 100미터 뒤에 버스가 서 있는 것도 아닌데, 휴대폰 삼매경에 빠져있다가 자신의 발 앞을 스쳐지나가기전에 태워달라는 눈빛을 버스기사에게 보내는... 이런 때 버스 기사는 고개를 돌리기 돌립니다. 승객은 승객대로, 기사는 기사대로 불만 쌓이는 찰나입니다.


▶버스 앞에서 유유히 서행하는 차량들 때문입니다.

자가용, 택시, 트럭, 오토바이 등등... 택시는 카카오T를 연신 눌러대며 서행하고, 자가용은 자신의 목적지가 여기인가 저기인가 스캔하며 서행하고, 오토바이는 배달 점포 앞에 아무렇게나 주차하려 서행하고, 트럭은 배달 위치에 맞게 그냥 막아서고... 특히, 교차로에서 좌회전 우회전 신호를 못받게 되면 2분은 족히 날아갑니다. 버스가 뒤에 있든 말든 그냥 서행합니다.

사정이 있다면 모를까, 굳이 버스 앞에 끼어들어 서행하는 차량을 극혐하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이치지요.


▶버스정류장에서 택시 잡는 사람들 혹은, 아니 센스없는 택시 기사가 버스정류장에 정차하기 때문입니다.(불법주정차 포함)

왜 버스정류장에서 택시를 잡을까요? 왜 택시는 '예약'을 깜박이며 버스정류장에 서 있을까요? 그 택시를 벗어나기 위해 엄청난 양보를 받으려 시간을 계속 흘려보내는 버스를 한 번이라도 쳐다나 봤으면.


▶하차벨 누르지 않고 내려달라는 승객, 하차문 닫힐 때 뛰어나와 문 열어달라는 승객 떄문입니다.

자신의 시간을 잃어버리기 싫어 타인의 시간을 도둑질하는, 당당하고 뻔뻔한 표정으로 문 열어달라는 사람들. 그들은 항상 말합니다. '벨을 눌렀어요.' '벨이 안 눌러져요.' '안내방송이 안 나와요.' 확인시켜주면 입 다물고 퇴장.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라는 말은 영어인가 봅니다.


▶교통질서를 무시하며 도로를 횡으로 달리는 차량들 때문입니다.

길막의 만랩 신공을 보여주는 절대 당당함의 고수들. 뻔뻔함의 극치를 보여주어 자신 외에는 모두 순진한 루저로 생각하는 것인지. 아무렇지도 않게 휴대폰을 꺼내보는 여유까지.


...





결국,


간격이 벌어져서 승객이 쌓이고, 버스는 점점 더 느리게 달려가고, 약속 시간을 맞추지 못하는 몇몇의 승객은 식은땀을 흘리고, 2시간 운행하고 앞으로 2시간 더 운행해야 하거늘, 화장실 한 번 들려야 하는데 그냥 가게 되는 버스 기사의 방광 걱정은 그저 그의 몫인 것이고.



영원히 풀리지 않는 숙제가 있습니다.
빨리 가려는 버스 기사와 여유로운 승객.



아이러니의 아이러니. 이 숙제를 풀 수 있는 사람은 2022년 필즈상 수상자인 프린스턴 대학교 허준이 교수 뿐인건가요.

이것이 비단 버스 기사만의 문제로 치부한다면? 정말 더 큰 문제입니다.

'내 알바 아니다, 그건 너네들 문제다.'라고 생각하신다면 그저 세금만 더 내시면 되겠습니다.


왜 그럴까요? 언제쯤 명랑 사회, 정의로운 사회가 구현될까요?

개인주의 팽배한 이 시대에 이기적이어도 되는데,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라는 말로 뻔뻔함과 당당함을 좀 희석해야하지 않을까요?


참으로 고맙습니다, 미안합니다 라는 말의 인색한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택시에 없는 3가지. 3無택시.

1.깜박이

2.양보

3.질서



※저의 저서 <해피버스데이>의 초판이 몇 권 남지 않았습니다. 필요하신 분은 서둘러 구입하시기 바랍니다. 2판 인쇄는 하지 않을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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