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정류장에서 택시 잡지 마세요."
버스를 이용하는 승객에게 알리고 싶은 정보가 있습니다. 버스 기본예절입니다. 버스 기사뿐만 아니라 승객들도 버스 예절을 염두에 둔다면 더욱 빠르고 편리하게 버스를 이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실 버스 이용은 그리 복잡하지도 어렵지도 않습니다. 매우 단순하며 간단한 기본예절만 지키면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즐겁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버스에서 작은 관심과 배려만 보유한다면 더할 나위 없는 ‘해피 버스 데이(행복한 버스 생활)’가 될 것입니다.
버스 이용의 가장 기본적인 덕목은 타인에 대한 배려심입니다.
희생까지 아니더라도 나의 배려심 하나가
기사에게는 소중한 휴식 시간을 더 제공해줄 수 있고,
다른 승객은 더욱 빠르고 안전하게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 일입니까?
아래 사례를 통해 조금이나마 버스 무질서가 줄었으면 하고 바라봅니다.
① 버스가 출발하는데 도로로 뛰어와 버스 앞을 막지 마세요.
② 버스 정류장에서 택시 잡지 마세요.
③ 하차 벨을 누르지 않고 갑자기 내린다고 하지 마세요.
④ 버스를 타거나, 내릴 때 집중해 주세요.
⑤ 미리 카드(현금)를 준비하고, 노선을 숙지해 주세요.
⑥ 현금을 낼 때 거스름돈이 필요하다면 미리 액수를 말해 주세요.
⑦ 당신은 무질서, 무례함, 이기심의 끝판왕인가요?
⑧ 택시비 아까워 버스 탔으면 공동 질서를 지켜주세요.
⑨ 버스 내부에 구토하지 마세요.
⑩ 쓰레기를 바닥에 함부로 버리지 마세요.
⑪ 버스에 사인을 보내 주세요.
⑫ ‘예(禮)’를 지켜주세요.
⑬ 민원 신고 전에 생각해 주세요.
① 버스가 출발하는데 도로로 뛰어와 버스 앞을 막지 마세요.
정말 해서는 안 될 행동입니다. 그런데 의외로 이런 승객들이 많습니다. 버스는 정류장을 10m 이상 벗어났다면 멈출 의무가 없습니다. 10m 이내라도 버스 내 승객들의 전도 사고가 염려된다면 급정지를 할 수 없습니다.
이런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은 도로로 뛰어와 태워달라고 요구합니다. 횡단보도 신호에 걸려있는 버스 앞으로 다가와 버스 기사와 눈을 마주치며 무언으로 요구합니다. 이런 승객의 요구는 버스 중앙 차로에서는 가능하지만, 버스가 정류장을 10m 이상 벗어났다면 불가합니다.
뛰어오는 승객을 버스 기사들이 싫어하는 이유는, 뛰어온 승객의 대부분은 승차 후 두 손으로 교통 카드를 찾기 때문입니다. 손잡이를 잡지 않죠. 기사는 건너가야 할 신호등을 놓치고, 간격은 벌어지며 휴식 시간이 날아갑니다.
② 버스 정류장에서 택시 잡지 마세요.
버스 정류장에서 택시에 탑승하는 사람도 매우 많습니다. 하루에 한 번 이상은 꼭 보는 것 같습니다. 전국에 버스 기사가 2만여 명이라 할 때 매일 2만여 건의 사고 발생 위험이 발생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택시는 방향 지시등에 매우 인색합니다. 갑자기 택시를 붙잡는 사람을 향해 돌진할 때 거의 켜지 않습니다. 버스가 정류장에 진입하면서 서행을 한다고 해도 택시가 갑자기 끼어들면 추돌할 수밖에 없는 상황도 많습니다. 정말 간담이 서늘해지는 순간이지요.
왜 버스 정류장에서 택시를 호출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버스가 하도 오지 않아 기다림에 지쳐 호출하는 것일까요? 버스는 모든 정보가 노출돼 있어 몇 분 후에 도착하는지 알 수 있는데도 말이죠. 그렇다면 정류장을 좀 벗어나서 택시에 승차하는 게 맞지 않을까요? 기본예절이 없는 사람들입니다. 이렇게 안일하게 생각하는 사람들 때문에 버스 기사나 승객들 모두 식은땀을 흘려야 합니다.
③ 하차 벨을 누르지 않고 갑자기 내린다고 하지 마세요.
일부 승하차 상식이 없는 승객은 하차 벨을 누르지 않고 있다가 버스 정류장을 통과할 때쯤 누르고 하차 요구를 하곤 합니다. 집중하지 않고 상념에 잠긴 것이겠죠. 하차 벨을 두 정류장이나 미리 누르는 사람도 있긴 하지만 그것은 양반입니다.
벨이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입니다. 제 기억에 이미 80년대 후반에 하차 벨이 등장했으니까요. 해외 생활을 오래 했거나 무료 셔틀버스만 운행하는 국가에서 오래 거주하여 하차 벨이 뭔지 모른다면 이해하겠습니다.
하차 벨이 눌러지지 않는다고 발뺌하는 예도 있고, 오히려 내려주지 않는다고 화를 내는 예도 있습니다. 필자는 오늘도 그들에게 “하차 벨을 눌러야 뒷문이 열리는 시스템입니다”라고 안내하고 누르기를 기다립니다. 그것도 기사가 기분 좋을 때나 대답하지, 대체로 그런 승객의 요구는 무시합니다.
하차 벨을 누르는 정확한 시점은 ‘안내 방송이 나온 후’입니다. 보통 버스 정류장 도착 200~300m 전에 안내 방송이 나오기 때문에 이를 듣고 누르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④ 버스를 타거나, 내릴 때 집중해 주세요.
대한민국은 다른 나라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최첨단 버스 정보 시스템(BIS & TOPIS)으로 버스 도착 정도 등을 공지합니다. 이런 시스템이 없던 때는 무정차 통과로 신고받는 일이 드물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버스 정류장이든 버스에서든 휴대폰에 집중하여 버스에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무선 이어폰이 일상화되어 버스의 우렁찬 엔진 소리를 듣고도 고개를 들지 않죠.
적어도 버스에 타기 전과 내리기 전에는 집중했으면 합니다. 잠시 고개를 들어 버스 정류장에 서 있는 사람들 구경을 해도 좋고, 버스 안에서는 창밖 풍경을 감상해도 괜찮습니다. 버스 내 들려오는 라디오에 귀를 기울이면 더 좋겠죠. 사랑하는 남녀가 데이트해도 카페에 마주 보고 앉아 휴대폰을 보며 각자의 삶을 즐긴다고 하는데, 서로 정보를 교류하고 소통하기 위해 만들어진 휴대폰이 소통을 단절하는 꼴이니, 무슨 조화일까요.
제발 부탁하건대, 버스를 타고자 정류장에 서 있다면, 또 버스에 올라타 자신의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도착하고 싶거든 집중해 줬으면 합니다. 휴대폰 게임 레벨을 올리느라 미리 벨을 누르는 아주 기초적인 행동조차도 못해 버스 기사의 스트레스 지수를 한 단계 ‘레벨 업’시키지 않았으면 합니다. ‘레벨’보다 ‘벨’이 더 중요합니다.
버스가 도착하면 재빨리 움직여 승차하고, 목적지에 도착하여 하차할 때도 버스가 정차하면 재빨리 움직여야 합니다. 아울러, 다인승 승차할 때 몇 명의 인원을 알려주고 나서 좀 기다려야 합니다. 만약 2명이 승차한다고 할 때, 승차 후 기사에게 “2명요”라고 말한 후 바로 카드를 태그하여 1인 승차로 결제되거나(기사가 인원수 터치할 시간을 주지 않음), 태그된 줄 알고 들어갔다가 뒤의 승객이 2인분을 결제하게 되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뭐가 그리 급하신지 연신 카드를 빨리 태그하려고 애씁니다.
TIP. 버스 정보 시스템(BIS)
버스의 운행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첨단 교통 시스템으로, ‘bus information system’을 줄여 ‘BIS’라고도 약칭한다. 2001년 12월 부천시가 처음으로 시행한 뒤 전주시와 부산광역시·안양시·과천시 등 전국 대도시를 중심으로 도입됐으며, 서울시에는 2005년 4월부터 시행됐다.
TIP. 서울시 버스 정보 시스템 (TOPIS;Transport OPeration & Information Service)
TOPIS는 2005년 7월 6일 시작한 대한민국 서울특별시의 교통 정보 시스템. 버스 종합사령실(BMS)과 교통 카드 시스템 및 무인 단속 시스템, 교통방송, 경찰청, 한국도로공사, 기상청, 경기도교통 정보센터 그리고 서울지방국토관리청 등 교통 관련 기관으로부터 교통 정보를 수집, 서울의 교통 상황을 총괄 운영 관리하고 있다.
⑤ 미리 카드(현금)를 준비하고, 노선을 숙지해 주세요.
앞에서 언급했듯이 버스 기사의 휴식 시간은 항상 충분하지 않습니다. 3분짜리 신호등, 버스 정류장에서 30초 등 연착될 수 있는 사유가 항상 존재하기 때문에 미리미리 빠르게 운행하려고 합니다. 이 때문에 간혹 난폭 운전을 하기도 하지만 대체로 안전 운행을 기본 원칙으로 하되, 빠르게 운행하려고 하죠.
항상 마음이 느긋할 수 없는 버스 기사에게 미리 버스 요금을 준비하지 않는 승객은 ‘밉상’입니다. 카드를 어디에 뒀는지도 모르고 현금도 없는 승객이 최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서행으로 출발할 수도 있지만 보통 그런 사람들은 손잡이를 잡지 않고 양손을 활용해 카드를 찾기 때문에 전도 사고의 위험이 매우 큽니다. 버스 기사의 착석 요구나 손잡이를 잡아달라는 요청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찾기만 합니다. 시간은 계속 흐르죠. 술에 취한 주취 승객이나 노년층에서 더욱 두드러지는 현상입니다.
한번은 승객 한 분이 교통 카드를 찾는 데 1분 넘게 소요된 적이 있습니다. 배차 간격이 5분이라 할 때 이는 버스 기사에서 매우 치명적인 시간 소모이며, 정시성을 무너뜨리는 행동입니다. 버스 요금을 미리 준비하고 승차하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버스 상식(예절) 중 하나라 할 수 있겠습니다.
노선을 모르고 무턱대고 목적지를 기사에게 물어보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스마트폰에 글자 몇 개만 치면 몇 번 버스를 타야 할지 나오고, 버스 정류대(격벽)에도 많은 정보가 넘쳐나는데도 생각 없이 서 있다가 기사에게 물어봅니다.
세상에서 가장 황당한 질문은 아마도
“이 버스 어디 가요?”가 아닐까 합니다.
이 버스가 어디 가느냐고 묻다니, 헛웃음만 나옵니다.
버스 외부에도 노선이 노출돼 있고,
노선을 숙지할 방법이 수십 가지가 넘으련만 그것을 질문하다니.
노선을 일일이 다 얘길 해야 하나, 종점만 얘길 해야 하나. “어딜 가시냐”고 반문하면 말이 늘어지고 그러다 보면 신호등 놓치고, 그러다 보면 제자리에서 2~3분은 족히 서 있어야 하니, 대답 안 하고 손짓하는 기사들을 원망하지 마시길.
신기한 것은 이런 질문을 하는 분이 중장년층도 많지만, 청년들도 많이 물어본다는 것인데요. 게임이나 문자 보내느라 검색하는 것도 잊었나 봅니다. 기사는 그런 승객을 귀신같이 가려내고 대답합니다. “안 갑니다.”
제발 몇 번 버스를 타야 하는지, 목적지에 몇 번 버스가 가는지 미리 확인합시다. 진입하는 버스마다 물어보는 사람을 보면 참으로 측은합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덧붙이자면, ‘○○ 아파트 가요?’라는 질문은 가장 난감한 것 중 하나입니다. 정류장 명에 아파트가 포함돼 있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그 수많은 아파트 이름을 버스 기사가 다 알 수 없습니다. 정류장 이름으로 물어봐 주시길.
⑥ 현금을 낼 때 거스름돈이 필요하다면 미리 말해 주세요.
이런 센스가 없으면 승차할 승객들이 앞문에 줄줄이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기사가 현금을 내는 승객의 돈을 일일이 확인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특히 하차 문을 보고 있노라면, 현금 승객을 아예 볼 수가 없죠.
현금 승객이 1,500원을 냈는지, 2,000원을 냈는지 모릅니다. 거스름돈 기기 앞에서 한참을 조용히 서 있다가 화를 냅니다. 그제야 자신이 낸 액수를 얘기하죠. 기사는 어안이 벙벙합니다. 승차할 승객들은 기다려서 짜증 나고, 기사는 현금 승객이 화를 내서 짜증 나고, 현금 승객은 거스름돈을 늦게 받아 짜증 나고.
귀찮더라도 자신이 카드 결제 승객이 아니라면, 그 정도는 얘기해주는 센스! 여러 사람이 편안합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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