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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찬 Jan 11. 2022

제2장 7.기사들이 기피하는 운전자 유형(1)

차선 먹지 마세요. 버스에 양보하세요.

제2장 7.기사들이 기피하는 운전자 유형(1)

"차선 먹지 마세요. 버스에 양보하세요."





버스 기사는 매일 도로를 주행합니다. 버스만 다니는 도로가 아니기에, 승용차를 비롯해 택시, 화물차, 다른 노선의 버스, 오토바이 등 수많은 자동차를 마주합니다. TV 프로그램 속 사고 동영상들을 보면 누군가의 잘못으로 내 차가 피해를 보기도 하고, 내 잘못으로 인해 사고를 유발하기도 하죠.


잘잘못을 떠나 인명과 재산 피해는 피할 수 없는 아픔입니다. 일단 사고가 발생하면 후회해도 늦습니다. 예방만이 답이기에 운수업을 직업으로 삼는 근로자들은 항상 예민해 있으며, 스트레스 지수가 높은 편입니다.


내 작은 행동 하나가 큰 나비 효과를 일으켜 엄청난 결과를 만들어낼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횡단보도에 걸쳐놓은 불법 주정차 차들로 제때 신호등 있는 횡단보도를 건너가지 못한 버스는 자신의 살을 깎듯이 휴식 시간을 날려버려야 합니다. 단지 3분짜리 신호등이라고 해서 3분이 깎이는 게 아닙니다. 그 여파는 겹겹이 쌓여 차고지에 돌아왔을 때는 20분이 날아갈 수도 있습니다. 


아래는 필자가 도로에서 경험한, 피하고 싶은 운전자 유형을 모아봤습니다. 일반 운전자들도 공감할 부분일 수 있겠네요.



▶뒤를 전혀 보지 않아 자신 때문에 뒤차들이 빼곡히 밀리는 것도 모르는 운전자


버스를 시작하며 좌우 사이드 미러를 비롯하여 룸 미러를 훨씬 더 자주 보게 됐습니다. 물론 승용차 운전할 당시에도 저는 항상 거울 보는 것을 습관화했지요. 그래서 무사고를 유지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항상 하는 말은 ‘버스 기사는 앞보다 뒤를 더 많이 보며 운전한다’라는 것입니다. 버스 내 승객을 보기도 하지만 뒤차의 움직임을 보며 ‘센스’ 있게 움직여주어 차량 흐름에 방해를 주지 않는다는 것이 핵심인데요. 


안전과도 직결되며, 이러한 습관은 교통 체증이 심각할 때 더욱 빛을 발합니다. 이런 와중에 뒤를 전혀 보지 않는 운전자들도 많습니다. 불법을 강요하는 것이 아닙니다. 교통 체증이 심각한 상태에서 자신의 이기적인 ‘차로 막기’에 대해 인지하지 못한 채 휴대폰 버튼만 누르고 있는 운전자를 보면 참으로 답답합니다.


사이드 미러로 뒤차들이 자신 때문에 얼마나 밀려있다는 것을 봐야 합니다. 이를 경적을 통해 알려주고 싶진 않습니다. 사이드 미러 잘 보는 습관만 들여도 사고의 90%는 예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센스 있는 운전자들이 아쉽습니다.



▶신호 대기 중 휴대폰 보다가 늦게 출발, 뒤차 신호 걸리게 하는 자


이런 경험 한 번쯤 있으실 텐데요. 그 순간은 정말 분통 터지고 화가 치밀곤 하죠. 신호가 파란색으로 바뀌었는데 앞차가 출발하지 않습니다. 


뒤차는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경적을 누르지 않고 기다립니다. 그러다 뒤차가 더 못 참지 못하고 경적을 울리면 언제 서 있었냐는 듯 잽싸게 출발합니다. 휴대폰을 조수석으로 던지면서 말이죠. 이때 뒤차는 빨간불 신호에 걸려 멈추게 됩니다.


이런 민폐가 있을까요? 비상등이라도 켜면 다행이죠. 미안한 기색도 없습니다. 왜 미안해하지 않을까요? 엉겁결에 출발해서 비상등 누르는 것을 잊은 걸까요? 버스 기사는 목덜미 잡고 호흡 조절에 들어갑니다.

 


욕설은 가슴 깊은 곳에 김칫독 묻듯이 묻어둡니다. 



한번은 교차로에서 파란불로 신호등이 바뀌었는데도 7대의 승용차가 다들 그대로 멈춰있던 것을 본 적 있습니다. 출발은 하지 않고 모두 다 같이 휴대폰 삼매경에 빠져 있더군요. 진기명기에 나올 법한 광경입니다.



▶불법 주정차 차량


버스 중앙 차로를 제외하면 일반 정류장은 항상 불법 주정차 차량 때문에 골치 아플 때가 많습니다. 특히 이면 도로의 버스 정류장은 불법 주정차 차량의 단골 장소입니다.


지난 2019년 4월 17일부터 ‘안전신문고’는 4대 불법 주정차 금지 구역을 정해 일반 시민들로부터 신고를 받기 시작했는데요.4대 불법 주·정차 금지 구역은 안전을 위해 반드시 비워두어야 하는 ①소화전 5m 이내, ②교차로 모퉁이 5m 이내, ③버스정류장 10m 이내, ④횡단보도 위입니다. 


위반 차량에 대해서는 약 4~5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되며, 특히 소화전 등 소방시설 근처 불법 주정차의 경우 2019년 8월 1일부터 도로교통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승용차는 8만 원, 승합차는 9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버스 정류장의 경우는 정류소 표지판 좌우 및 노면 표시선 기준 10m 이내 정지 상태에 있는 차량을 대상으로 합니다. 버스 정류장 10m 이내에 소화전이 있는 경우도 많아 2개 동시 위반한 차량은 과태료가 꽤 되겠죠?


그런데 실제 이 앱을 사용해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앱 내 카메라를 통해 1분의 간격을 두고 2장을 촬영해 올려야 하는 점이 문제입니다. 버스 기사들이 신고하고 싶어도 할 수 없죠. 어떤 동료 기사님은 자신의 휴무일에 싹 신고한다며 출동하기도 합니다.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가늠할 수 있죠.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이 제도 시행 이후 초창기 100일간 전국에서 총 20만 139건의 주민 신고가 접수됐다고 밝혔는데요. 신고 건수 가운데 각 지자체에서 위반 여부를 확인해 통보한 건이 19만 215건(95%)이었으며, 처리 완료된 신고 중 과태료가 부과된 건수는 12만 7652건으로 67%를 차지했다고 합니다. 


4대 금지 구역 중에서는 횡단보도 불법 주정차 신고가 11만 652건(55.3%)으로 가장 많았으며, 도로 모퉁이(20.3%), 버스정류소(15.3%), 소화전(9.1%)이 뒤를 이었습니다. 누군가 신고하면 거의 과태료 처분이 내려진다는 얘기입니다.


버스 정류장 10m 이내에 불법 주정차하면 어떤 문제가 발생할까요?


일단 버스가 정류장 연석과의 50cm 거리를 확보하기 어렵습니다. 어르신들은 연석을 내려와 다시 계단을 올라야 하는 번거로움이 발생하죠. 뒷문으로 하차하는 승객들을 위해 버스 기사는 뒤에서 언제 다가올지 모르는 오토바이, 자전거 등을 확인해야 합니다. 


버스와 공생 관계에 있지만, 적대 관계라고도 할 수 있는 택시와 화물차의 불법 주정차가 많습니다. 많은 택시가 버스의 진출입로를 막아 정류장 내 승객들의 승하차를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교통 체증이 극심한 출퇴근 시간에는 더합니다. 이들의 버스 정류장 10m 내 불법 주정차는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입니다. 



그만큼 버스 기사들을 어렵게 만드는 상황이 만연해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들이 막아놓은 버스 정류장에 가깝게 진입하지 못해 원거리 정차를 하거나 승객의 승하차에 도움을 주지 못해 민원 신고나 사고가 발생하면 책임은 고스란히 버스 기사가 지게 됩니다. 


당시 원인을 제공한 불법 주정차 차량의 사진이나 증거물이 없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매번 그러한 차량의 사진을 촬영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이는 매우 부적절하고 불합리한 처분이 아닐 수 없습니다. 너무나 억울할 노릇이죠. 버스 정류장에서 택시를 잡는 승객들이 많아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들도 잠시 주정차했을 뿐이라고 항변할 수 있지만, 택시나 버스나 운전을 생업으로 삼기에 서로에게 타격을 입히지 말아야 합니다.


즉, 보통 정류장을 정차하는 버스(시내버스 등)는 정류장 연석과 50cm 정도의 간격을 두고 정차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를 지키려면 버스 정류장 10m 내 불법 주정차 차량이 존재하면 안 됩니다. 그러나 그러한 차량 때문에 이를 지키지 못해 억울하게 민원 신고나 사고 발생을 당하는 버스 기사들이 심심찮게 발생합니다.


버스 정류장뿐만이 아닙니다. 어떤 도로에서든지 만나는 소형 화물차(1t) 중 택배 차량의 화물 하역 작업, 택시들의 승객 승차, 공사장 화물차들의 도로 점거, 기타 대형 자동차들의 불법 주정차 등 수많은 불법 주정차 차들을 피해 버스는 끼어들기를 감행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버스가 정류장을 떠나 주행하고자 왼쪽 차로로 끼어들 때 버스의 좌측 차들이 순순히(?) 양보해주지도 않습니다. 급격한 끼어들기를 할 수밖에 없어 차내 승객들의 안전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죠.



▶버스 앞에서 서행하는 차량


아마도 이런 차량은 맨 우측 차로로 붙어 자신이 목적지를 살펴보는 중일 수 있습니다. 우회전할 곳을 찾느라 서행하는 거죠. 버스는 조용히 그 차 뒤에 붙어 서행합니다. 그러다 앞차는 급브레이크로 버스를 놀라게 하기도 하고, 갑자기 좌측 차로로 끼어들다가 다시 버스 앞으로 급회전을 하기도 합니다.


내비게이션이 없다면 차량을 잠시 정차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이런 차량의 공통점은 대체로 방향 지시등을 켜지 않고 회전하는 데 문제가 있습니다. 자신이 목적지를 발견하는 순간, 핸들만 꺾는 것이죠. 뒤차는 당황합니다. 좌회전인지 우회전인지 모르고 있다가 급정지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맞닥뜨리게 됩니다. 이런 차를 보면 기사는 예측 운전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언제든지 급정거할 차량이라고 점찍어 놓는 것이죠.


정말 예의 없는 운전 방식이 아닐 수 없죠? 앞에 언급했지만 사이드 미러를 통해 뒤차를 배려하는 습관을 지녔으면 합니다. 자신이 운행하는 차로가 자신만의 것이 아님을 인지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계속)



<해피버스데이>에서 자세히 보기

http://naver.me/FHYJiGj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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