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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찬 Jan 11. 2022

제2장 7.기사들이 기피하는 운전자 유형(2)

차선 먹지 마세요. 버스에 양보하세요.

제2장 7.기사들이 기피하는 운전자 유형(2)

"차선 먹지 마세요. 버스에 양보하세요."





▶버스 좌측에 있다가 우회전하면 100% 과실


버스는 주로 맨 하위 차로로 운행합니다. 교차로 횡단보도 앞 버스 정류장은 정말 위험합니다. 버스 좌측 차로로 주행하던 차량은 버스가 서행하는 줄 알고 버스 앞으로 추월하며 우회전하곤 하죠. 버스가 주행할 때도 버스 좌측 차로에서 휙휙 들어오곤 하는데요.


아주 위험천만한 행위입니다. 이럴 때 버스가 차량을 추돌했다면 과실 비율이 어떻게 될까요? 버스 급제동으로 인해 전도 사고까지 일어났다면 어떻게 될까요? 


실제 같은 유형의 사고로 여고생이 버스 현금통에 머리를 부딪치며 목뼈가 골절돼 식물인간이 된 사고도 있었죠. 숫제 버스 앞에서 서행하며 좌회전할까 우회전할까 고민하는 차량이 더 낫습니다. 갑자기 방향 지시등도 켜지 않고 우회전하려고 버스 앞으로 휙 들어오는 차량은 버스 기사에게 심리적 압박을 심하게 가합니다. 


도로교통법 제18조 제1항과 제3항을 보면, ‘모든 차마의 운전자는 주정차 해제 후 출발하려는 때에는 일단 정지한 다음 안전을 확인한 후 서행하여야 하고, 모든 차의 운전자는 교차로에서 우회전하려는 때에 미리 도로의 우측 가장자리를 서행하면서 우회전하여야 합니다’라고 쓰여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런 교차로에서 우회전하려면 무조건 버스 뒤에서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죠. 앞으로 끼어들다 사고가 발생하면 해당 차량은 과실 100%입니다. 버스가 언제 출발하는지 몰라 답답해서 추월했다고 해도 안 됩니다.



다만 2021년 1월 손해보험협회는 신규 비정형 과실 비율(현재 과실 비율 인정기준에는 포함되지 않으나(비정형) 소비자, 보험사, 법조계 등이 참고할 수 있도록 마련한 과실 비율) 기준을 마련했는데, 이런 경우 버스의 과실을 40%로 뒀습니다. 그러나 최근 판례에 비춰볼 때 버스 내 전도 사고의 경중에 따라 다르지만, 앞차 과실을 100%로 보는 판결도 있습니다.



▶버스, 택시, 화물차와의 관계


버스 기사 중에는 택시, 화물차 경력이 상당한 동료 기사들이 다수 존재합니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그들도 버스 기사로 근무하는 동안은 택시와 화물차의 운전 행태에 대해 분통을 터뜨릴 때가 많다는 점입니다. 


자신의 과거 행적을 반성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일반 승용차 운전자가 바라보는 택시와 화물차, 버스의 이미지는 어떨까요? 승객을 발견하면 1차로에서 3차로까지 급회전으로 정차하는 택시를 한두 번씩 경험은 다 해봤을 겁니다. 화물차에서 튀는 스톤칩으로 앞 유리에 금이 가는 피해를 본 운전자들도 마찬가지겠죠. 버스가 급히 끼어들어 사고 날 뻔한 경우도 많이 봤을 것입니다.



대체 왜 그들은 그렇게 운전을 할까요?



필자의 개인적 의견으로는 그렇게 운전을 할 수밖에 없는 원인이 1~2초 전에 발생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택시, 화물차, 버스 뒤를 따라오던 승용차들은 그런 상황을 인지하지 못했으니 화가 날 뿐입니다. 싸움으로 번지지 않으면 다행일 정도로 분노 게이지가 상승합니다. 보복 운전이나 분노 조절 장애로 이어진 사건을 뉴스로 많이 봤을 것입니다.


이들은 운전이 곧 밥벌이입니다. 경제 활동의 부수적인 매개체가 아니라, 직접적 사안이란 이야기지요. 운행 시간과 승객, 배차 시간, 화물의 목적지 등 다양한 조건으로 인해 운행이 거칠 수밖에 없습니다. 대다수 운수업 종사자들은 안전 운전을 기본으로 삼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밥줄이 끊기니까요.


버스 기사들은 일반 승용차 운전자들보다 사고 예방 교육을 많이 받습니다. 연 6회는 기본입니다. 이런 관계로 항상 서행을 기본으로 안전운행을 하고 있습니다.


재밌는 것은 이런 운수업 종사자들 사이의 관계가 별로 좋지 않다는 것입니다. 차로에서 만나 양보와 배려로 친절 운행을 하기도 하지만 대체로 그들에게 양보는 없습니다. 밥줄이 달린 문제라 치부하기에 ‘악랄한’ 상황도 많이 발생합니다.


버스 정류장에는 여지없이 택시들이 손님을 태우려고 대기합니다. 화물차는 야간에 불법 주차로 도로를 점유합니다.(최근 왕눈이 스티커로 화물차 갓길 추돌 사고를 방지하고는 있음) 그들의 이유도 타당할 수 있으나, 도로교통법에는 엄연한 불법 행위들입니다. 굳이 그들에게 고하자면, 출퇴근 시간만이라도 버스 정류장을 점유하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택시가 버스 정류장을 점유하여 어쩔 수 없이 정류장에서 떨어져 승객을 승하차해야 하는 위험을 버스 기사에게 지우지 말아야 합니다. 서로 간 사고 발생 가능성이 커지는 위험천만한 행동입니다.


버스와 택시, 화물차는 공생 관계지만, 반면 대립 관계이며 적대 관계라 할 만한 포인트가 여기에 있습니다. 택시나 화물차에 양보를 받으면 기억이 오래갑니다. 그만큼 양보해주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얘기죠. 



▶절대 양보하지 않는 자동차들


버스는 양보로 먹고삽니다. 많은 자동차의 양보가 없으면 버스는 아마 움직이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그들이 양보한 결과죠. 양보 없는 차량 행렬을 비집고 들어갈 수 없습니다. 버스의 출발이 빠를 수 없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특히 시내버스는 도저히 승용차를 추월할 수 없고, 그들을 따라갈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인지 승용차들은 승객이 가득한 버스를 외면한 채 먼저 가려고 애를 씁니다.


한번은 수입차 한 대가 양보하지 않아 좌측 차로로 진입해야 하는 구간에서 본의 아니게 우회전 차로를 막아 뒤로 차량이 줄줄이 대기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필자가 좌측에 서 있던 수입차 운전자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필자: “왜 양보를 하지 않으시죠?”

승용차: “제가 왜 양보를 해야 하죠? 그럼 기사님은 양보를 매일 합니까?”

필자: “네. 버스는 양보가 생활이에요. 느리잖아요.”

승용차: “…” 


그 승용차 한 대가 양보하지 않아 버스 뒤로 우회전 차들이 줄줄이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죠. 뒤를 좀 보라고 말해 주고 싶었지만, 조수석에 자녀로 보이는 어린아이가 타고 있어 그만뒀습니다. 결국, 저는 신호등이 파란색으로 바뀌고 그 수입차 뒤로 급격한 끼어들기를 할 수밖에 없었죠.



당시 저는 그 운전자가 버스는 양보하지 않는 차량쯤으로
생각하는 것에 놀랐습니다. 버스는 양보가 생활인데 말이죠.
사고가 발생하면 모든 상황은 기사의 책임이기에
거의 양보를 생활화하고 있습니다.



오해에서 비롯된 마찰이 생기더라도 일반 차들에 부탁하건대, 부디 버스의 방향 지시등을 무시하지 마시고 양보의 미덕으로 수십 명의 승객의 안전을 담보해줬으면 합니다.



▶버스 중앙 차로에 진입하는 차량


최근 필자가 대형 사고로 TV 뉴스에 나올 뻔한 일이 있었습니다. 버스 중앙 차로는 정류장 간격이 길어 시속 50km로 달릴 일이 종종 있는데요. 그날도 전방에 버스도 없고 해서 액셀러레이터에 살짝 힘을 주고 운행 중이었죠. 저 멀리 교차로의 파란불 신호등을 확인하고 브레이크에 발을 올려놓지 않은 채 탄력 운전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우측에 유턴을 받으려고 대기 중이던 승용차 한 대가 갑자기 버스 중앙 차로로 들어오는 게 아니겠습니까? 순간 버스와 그 승용차와의 거리가 대략 100m 정도밖에 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 승용차는 사이드 미러 확인을 안 한 것인지, 조금씩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급브레이크와 함께 경적, 상향등으로 매우 위급한 상황임을 알렸죠.(급브레이크를 밟아도 3~4초 정도의 시간 내 정지해야 하는 상황)


그 승용차도 그때야 인지했는지 다시 천천히 버스 중앙 차로 밖으로 차를 빼더군요. 그 사이 제 버스는 그 승용차의 꽁무니까지 닿을 뻔했고(사실 사고가 날 것으로 생각하고 브레이크를 밟았던 것 같습니다), 입석 승객이 없어 다행이었지 하마터면 뉴스에 나올 뻔했습니다.



아! 지금 생각해도 한숨 나옵니다.
가슴이 떨린 상태로 앞문을 열고 항의하려 하니 그 승용차 운전자는 창문도 내리지 않고 가벼운 손짓만 하더니 유유히 유턴하더군요.



그런 떨리는 상황을 뒤로하고 다시 아무렇지도 않은 듯 운행을 해야 하는 저 자신이 참 서글퍼지더군요. 보살이 되어야 한다, 덕을 쌓아야 한다고 셀프 주문을 넣어봐도 심장이 진정이 안 되더군요. 속으로 온갖 욕설을 해도 분이 풀리지 않고 스트레스가 쌓이는데도 버스 기사는 다시 액셀러레이터를 밟아야 합니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 또 얌전하게 운전해야 하는 숙명이죠. 승객이 아무도 없었다면, 아마 내려서 그 승용차에 거친 항의를 했을 겁니다.


유턴을 조금 먼저 하려고 버스 중앙 차로에 들어오는 운전자. 왜 그럴까요? 

수십 명의 인명이 왔다 갔다 하는 상황을 인지 못 하는 것일까요? 

자신의 행동 하나가 큰 결과를 낳는다는 걸 모르는 것일까요?




출처: KBS뉴스 캡처



<해피버스데이>에서 자세히 보기

http://naver.me/FHYJiGj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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